내가 사랑했던 너에게
내가 사랑했던 너에게 2


이혼 후, 네가 썼던 물건들은 다 네가 가져갔거나, 버렸다.

나도 너의 흔적이 최대한 남지 않는걸 원했기에, 나의 일상 속에서 너를 지우는 일에 열중했다.

네가 들고 간 가구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내 취향만으로 고른 새 가구들이 채워졌고, 너의 향을 없애기 위한 새 디퓨저도 샀다.

그렇게 네가 남긴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한 가지 불가능 했던건 바로 집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이사를 가고 이 집은 바로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너랑도 그러기로 약속했고.

하지만 그 침실에 그 침대가 아니면 도통 잠을 못자던 습관 때문에 쉽사리 집을 비우기가 힘들었다.

너와 함께 쓰던 더블배드는 사이가 안 좋아진 후 처분한지 오래였기에, 그 방은 너의 방이 되었고 지금은 나의 드레스룸으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이혼절차가 모두 마무리 되는 날 법정에서 본 이후로 너를 만나지도 너의 소식을 듣지도 않았다.






이예빈
윤하야..!


서윤하
ㅎ 이예빈 오랜만


이예빈
잘 지냈어?


서윤하
나야 뭐 늘...


서윤하
아니 내가 문제가 아니라 너 괜찮아?


이예빈
아 응. 어차피 법적으로 깨진거지 원래 남 같은 사이였잖아.


서윤하
집은


이예빈
그대로 살고있어. 이사 갈까 하다가... 그냥 ㅎ


서윤하
으구... 너희 예전에는 진짜 예뻤었는데 어쩌다가


이예빈
그러게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서윤하
이제 딱히 걔 생각 하려고 하지 말고


서윤하
그렇다고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말고


서윤하
기억은 나는 것 보단 남는게 더 좋더라.


이예빈
맞아.


이예빈
잊으려고 노력하는 건, 너무 내가 내 과거를 부정하는 것 같잖아.


이예빈
그 자체만으로도 난 초라해질 것 같아.


서윤하
ㅎㅎ 맨날 지각해서 학주한테 안 걸릴려고 학교 담넘던 고딩은 어디가고 다 큰 아가씨가 됐네 이제


이예빈
왜 이래 오글거리게 ㅋㅋ


이예빈
뭐 좀 먹을래? 내가 살게.


서윤하
올 얻어먹어볼까 오랜만에?


서윤하
그러면 난...


서윤하
어...?


이예빈
왜 그래?


서윤하
아니 그게 그러니까...


이예빈
왜 그러는데


서윤하
너 뒤에..


이예빈
내 뒤에?


전웅
...


이예빈
...어..?


전웅
안녕.


전웅
오랜만이다. 한달 좀 넘었나.


이예빈
뭐야 너.


전웅
줄게 있어서 네 집 가서 밸 눌렀었는데


이예빈
내가 이사갔으면 어쨌을려고.


전웅
안 간 거 아니깐.


이예빈
어떻게 아는데.


전웅
우리가 사랑했던 기간이 짧았다고 내가 너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건 아니야 예빈아.


전웅
아니 그래서 어쨌든. 음.


전웅
갔는데 너 없어서 나중에 다시 가봐야지 하고 커피 마시러 왔는데, 여기 네가 있네.


이예빈
그래서 줄게 뭔데. 용건만 간단히..


전웅
이거.


이예빈
이게 뭔데.


전웅
포토앨범


이예빈
어?


전웅
예전에 우리 여행다녔을때 사진중에 네 사진들만 모아놓은 거.


전웅
가져가라고.


전웅
어쩌다보니 이게 내 짐에서 나왔더라.


이예빈
아..


이예빈
그래 고마워.

그말을 듣자마자 난 표정을 풀고 그를 향해 오랜만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가 나를 찾았던건 그저 남은 추억을 전해주려는 담담하고 예쁜마음이었다는걸 알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