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세계
ep11.잔혹(1)



찬
" 슬슬 체력도 바닥이에요... "

피휴, 숨을 내뱉은 찬이가 중앙홀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원우
" 슬슬 바닥이라고? 난 이미 다 떨어졌어 "

언제부터 앉아있었던 건지, 원우는 책을 보고 있었다.


준휘
" 혼자 태평하게 놀고 있었구만! "

준휘의 말에 원우가 어깨를 으쓱이고선 건너편 의자에 아예 엎드려 자고 있는 여주를 가리켰다.


원우
" 쟨 내가 오기 전부터 자고 있던데 뭐. "


정한
" 뭘 따져. 둘이 똑같아 "

정한이가 원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정한
" 뭐 일단 다들 표정을 보아하니 결국 못 찾은 거 같네. "

정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석민
" 저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요.. "

석민이가 어딘가 안쓰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지수
"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어. "


지수
" 더 이상 우리가 닿지 않는 곳이야 "

지수가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승철
" ...지수 말이 맞아. 우린 최선을 다했지만 이젠 무리야. "


지훈
"..... "

승철이가 아이들을 쭉 둘러보다가 인자한 웃음을 꺼냈다.


승철
" 피곤할텐데 각자 기숙사로 돌아가자 "


명호
" 좋아요. "

찬이가 엎드려 꼬리를 흔들며 자던 여주를 흔들어 깨웠다.


찬
" 누나, 이제 가요. "

찬이 덕분에 일어난 여주가 졸린 눈을 손으로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관
" 너무.. 졸립다... "

승관이가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한솔에게 붙었다.


한솔
" 승관. 방에 가서 자야 해. "

한솔의 말에도 거의 눈이 감기던 승관이


순영
"....!"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잠을 깼다.


준휘
" 뭐, 뭐야?! "

큰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넷 중에 여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주
" ....무너지고 있어 "

여주의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원우와 한솔이, 그리고 찬이가 말을 이었다.


찬
" 도망.. 도망가야 해요! "


승관
" 뭐.. 뭔데? "

완전히 잠에서 깬 승관이가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한솔
" 학교가 있는 이 공간이 "


한솔
" 무너져 내리기 시작해 "

한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내방송이 울렸다.


_


중앙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던 나지수가 빛나는 물체 앞에서 발을 멈췄다.


나지수
......

물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었다.

보석 같으면서도

살아있는 듯한,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천계에는 태양이며, 달이며 또 별인 ' 빛의 돌 ' 이 존재하며 '

' 명계에는 우주, 또한 밤하늘인 ' 어둠의 돌 ' 이 존재한다. '

' 지상에는 생물의 탄생과 죽음인 ' 생명의 돌 ' 이 존재하지. '

' 그리고 로웰 에디스는 그 세 세계의 중심으로, 시작과 끝인 ' 시간의 돌 ' 이 있다. '

' 너는 나에게 '

' 그 ' 시간의 돌 ' 을 가지고 와라 '

' 그러면 소원을 하나 들어 주도록 하겠다 '


나지수
' 시간의 돌 ' 이라...

나지수는 모든 것의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괜찮은 걸까?

색이 바뀌는 보석은 깊은 끝이었다가도 드높은 하늘이 되어 나지수 앞에서 빛났다.


나지수
' 혹시... '

나지수가 잠시 정면을 보던 시선을 다시 위로 올렸다.

' 뭐지? '


나지수
' 그... ' 생명의 돌 '은.... '


나지수
' 죽은 사람도.. 다시 살릴 수 있나요? '

간절한 소원이었다.

잠시 말이 없던 허공에서 이내 곧, 목소리가 울렸다.

' 누군가를 원하고 있구나 '

' 좋다. 네가 잘만 한다면 '

' 그 누군가를 살려주마 '


나지수
....아빠

나지수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을 한 듯이, 여러 색으로 바뀌며 빛나는 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이란
" 안 돼. 안 돼, 안 돼! "

이란이가 눈물을 머금은 눈을 떴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이란이가 주변을 살폈다.


정이란
" 아.... "

주변을 보고도 진정이 되질 않는 이란이가 눈물을 흘렸다.


어린 홍지수
' 어디 가는데요 누나 '


어린 홍지수
' 부모님은 어디 있는데요!! '

이란의 손에 끌려가는 지수가 발버둥쳤다.

어린 정이란
' 안 돼... '

이란이가 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지수와 달려 온 곳에서부터 반대로 향했다.


어린 홍지수
' 안 돼요, 안 돼요. 전 이대로 못 가요 '


어린 홍지수
' 안 된다고요!! '

지수가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가는 이란을 향해 소리쳤다.

어린 정이란
' ...지수야 '

눈물을 흘리던 이란이가 지수를 바라봤을 땐


어린 홍지수
' 안 된단 말이에요... '

모든 세상을 잃은 표정을 한 지수가 눈물을 떨어뜨렸다


정이란
" ....후 "

이란이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 악마 전쟁 ' 이었다.

정말 지옥과도 같은 일이였다.

명계 안에서 두 개의 파로 나뉘어 전쟁이 났던,

무고한 악마들이 죽었던

잔혹한 전쟁.

10살 때, 나를 입양해주신 지수네 부모님.

너무나도 착하셨던 두 분은 자신의 아들도 챙기면서

입양아인 나 또한 지수와 똑같은 사랑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 분들이 그 전쟁으로 인해 돌아가셨다.


정이란
"..... "

어느정도 진정된 이란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어디선가 아주 큰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안내방송
" 긴급 상황입니다 "

안내방송
"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학교가 흔들리고 있으니 "

안내방송
" 정문 포탈을 통해 각자의 땅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

안내방송
" 다시 한 번 알립니다 ••• "

모두의 얼굴에서 여러 가지 표정이 번졌다.


민규
" ...이게 무슨 말이야...? "

아직 이해가 안 가는 사람과, 안색이 어두워진 모두를 향해 지훈이가 소리쳤다.


지훈
" 뭘 얼빠져 있어? 다들 정문으로 향해요! "

지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아이들이 다른 학생들을 지도 했다.


승관
" 모두들 정문으로 달려요! "

학생들이 중앙 홀을 지나 정문을 향해 달렸다.


지수
" 없어... "

눈을 옮기며 사람들을 살펴보던 지수의 불안하던 얼굴이 이내 어두워졌다.


석민
" 지수 형, 어디가요? "

석민의 말에도 지수는 다른 학생들을 지나가며 애타게 한 사람을 찾았다.


석민
" 형! 어디 가냐니까요! "

정문과 반대로 향하는 지수의 손을 석민이가 잡았다.

고개를 돌린 지수의 처음보는 표정에 석민이가 벙찐 상태로 지수를 바라보았다.


지수
" 이란 누나가 아직 안 나왔어 "

곧 울 것 같은,

너무나도 애타는 듯한 표정이었다.


석민
" ....같이 찾아봐요 "

석민이가 지수의 손을 잡았다.


석민
" 저도 같이 이란 누나 찾아볼게요. "


지수
"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

지수가 안 된다며 빨리 가라고 석민을 밀쳤다.


석민
" 둘이라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에요 "

이미 의지를 굳힌 석민을 바라보던 지수가

입술을 꾹 깨물다가


지수
" 못 돌아오면.. 진짜 가만 안 둘거야. "

석민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석민
" 저 믿어요. "

그렇게 둘이 학생들 사이로 사라졌다.

_


등에 곱게 돋은 하얗고 커다란 날개가 펼쳐졌다.

오른손에는 용을 처단 할 검을, 왼손에는 심판의 저울을 쥔 대천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카엘
" 하데스 "

흔들리는 금발이


미카엘
" 그대는 정말 잔혹하군요 "

화려한 빛에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