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두 개의 빛

EP 4. 만물의 이끌림

자박- 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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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풀밭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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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높이는 무릎쯤... 아마 마을 외곽까지 온 것 같은데.'

장사꾼인 루케온은 마을뿐 아니라 건넛마을 여기저기까지 근처엔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둠은 조금의 장애물일 뿐 루케온은 풀숲을 휙휙 지나 어느새 메마른 평지에 다다랐다.

발로 여기저기를 헤쳐보고 여러 번 땅을 밟아본 결과, 그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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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풀숲을 지나 평지에 다다르면 근처에 동굴이 있는 걸 봤어. 멀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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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이쯤에서 횃불을 한 번 써볼까.

루케온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동굴을 찾을때, 혹은 위치 파악을 할 수 없을때만 불을 쓰기로 했다.

기억속 동굴에 다다른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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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그냥... 들고 있으면 되나?

사실, 루케온이 모르는 것이 하나가 있었는데,

제우스가 횃불을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난감해진 루케온은 이리저리 돌려도보고 두 손으로 들어올려 보기도 하고 별난리를 다 쳐봤지만, 불은 커녕 힘만 빠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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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하아... 하아...

지친 루케온이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있을때,

따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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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앗...!

어디선가 달려든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루케온의 팔을 물었다.

보이지 않으니 당할 수 밖에 없어 짜증이 난 루케온은 벌레를 잡아 손가락으로 딱- 튕겨냈는데,

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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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

손가락을 튕겨낸 순간, 횃불에 뜨거운 불이 붙어 순식간에 타올랐다. 하마터면 떨어트려서 불을 꺼트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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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손가락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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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손가락을 튕기면 되는 거였어...!

방법을 알아낸 루케온이 아이처럼 뿌듯해하며 좋아하자,

제우스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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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왜 루케온에게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

어느샌가 그의 아내 헤라가 옆에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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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당신이 고작 그런 일로 장난을 치려는건 아닐테고, 무슨 꿍꿍이라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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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시험 해봤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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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저 상황에서 나를 원망할지, 화를 낼지, 아님 무슨 행동을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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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그런데 고작한다는 게 화는커녕 그저 좋아하기만 한다니, 바보 같은 건지 순수한 건지 모든 일에 감사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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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인간 하나는 제대로 잘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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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당신은 너무 짓궂어요. 저 횃불 하나 가지고 모든 위기 상황을 다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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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아무리 당신이 준 거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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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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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모든 조치는 다 해 놨으니까.

한편, 주위를 둘러보며 동굴을 찾는 루케온.

어둠 때문에 몰랐지만 시간은 꽤 지나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횃불도 언제 꺼질지 몰라 그는 다급해졌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대던 걸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빨라진 그의 발과 숨소리가 불안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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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헉...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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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분명 이 근처가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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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뭐야, 어쩔 줄 몰라 날뛰기만 하잖아요. 무슨 조취를 취해놨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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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당신이 진지한 모습은 오랜만이라 조금 기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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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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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이제 시간이 됐다.

끼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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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으악...!!

한참 뛰어가던 루케온은 무언가에 걸린듯 꽈당 넘어졌다.

깜짝 놀란 루케온이 뒤를 돌아보자,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이 공중에 둥둥 떠올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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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이...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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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호오... 저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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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수를 써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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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동굴 쪽에서 멀어지자 멈춘 걸 보니... 가면 안 되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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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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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오... 그런데 이걸 저 인간이 눈치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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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지금도 영문을 모르고 있는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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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당신도 참 걱정 많아. 내가 그것도 생각 안 했을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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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이미 귀띰을 다 해놨지.

"후후후... 제우스 님이 말씀하신 그 인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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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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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누... 누구십니까?!

대체 오늘 알 수 없는 목소리만 몇 번인지, 이젠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이번엔 늙은 노인의 목소리였다.

"나는 식물의 신 입니다."

"제우스 님께서 당신을 보면 이것을 알려주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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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무엇을 말입니까?

"당신의 횃불이 움직이지 않는 까닭은, "

"당신이 목적지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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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그런...

"당신의 목적지라면 아마 동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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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그럼 반대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런거겠죠. 적어도 당신이 길을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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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아...

"가다 보면 당신을 이끌어줄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날 거예요."

"내가 받은 명령은 여기까지,"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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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저,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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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아...

루케온은 식물의 신을 급히 붙잡아보려 했으나, 그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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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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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횃불의 사용법까지 알게 된 루케온의 입가에 미소가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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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그럼 횃불이 이끄는 대로만 가면 언젠가 목적지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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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이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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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불이 꺼지기 전에 얼른 동굴부터 찾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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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오... 그럼 그렇지. 누군가를 또 심어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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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하긴 당신이 좀 허술하긴 해도 일을 그르치진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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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하여간 내 아내 아니랄까봐... 거 참 되게 얄밉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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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에이, 이런 내 매력에 끌린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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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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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당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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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아, 저기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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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목적지에 다다른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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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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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

헤라의 말 대로 루케온은 어느덧 크고 깊은 동굴 하나에 다다랐다.

밖에서 보기에도 어두컴컴한 동굴 안 쪽은 이미 이곳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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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첫번째에 성공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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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온

여기서 눈이라도 붙이면 되겠지.

하루동안 뛰어다닌 값에 비해 보상은 아쉽지만, 루케온은 잠자리라도 발견한 것에 감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시련이 있는 법.

그의 뿌리 깊은 믿음도 얼마 안 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