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두 개의 빛
EP 5. 찾아낸 목적지


며칠 후, 올림포스 신전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오랜만에 올림포스의 신들은 모두 모여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인간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아레스가 제우스에게 물었다.


아레스
아버지, 그 이상한 일은 언제쯤 끝내실 생각이십니까?


아폴론
아버지께 이상한 일이라니, 예의가 없군요.


아레스
아폴론, 당신은 늘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군.


아폴론
지혜의 신으로써 해야 할 일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아레스
그거랑 지혜랑 무슨 상관이길래?


아폴론
심성은 그 대상의 수준이라고들 하죠.


아폴론
오만방자한 그대의 심성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군요. 지혜 따윈 보이지 않아요.


아레스
뭐야??!!!


제우스
다들 그만!!!!


아폴론
...


아레스
...

제우스의 호통에 두 신은 잠시 침묵했다.


제우스
너희들은 어떻게 마주칠 때마다 싸우는 게냐. 그것도 내가 바로 앞에 있는데.


아폴론
죄송합니다.


아레스
벌써 인간 세상에 어둠이 뒤덮인지 5일째 입니다. 대체 언제쯤 다시 햇살을 비추시렵니까?

전쟁의 신답게 대담한 아레스가 아랑곳 않고 다시 제우스에게 물었다.


제우스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꿀꺽-

제우스는 잠시 뜸을 들여 대답 하고서는 술잔에 담긴 신들의 음료, 넥타를 쭉- 들이마셨다.


제우스
아마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제우스
이 어둠이 걷히기 전의 마지막 날...


저벅- 저벅-


루케온
헉... 허억...

루케온은 역시나 어딘지 모를 수풀 사이를 걷고 있었다.

횃불을 켰을때 어두운지 밝은지로 5일 동안 날짜를 세었고, 횃불이 가르쳐주는 방향대로 이리저리 가다보니 마을과는 멀리 떨어진게 확실했다.

그 5일 동안 동굴을 몇 번이나 둘러봤지만 빛이 나는 인간은 커녕 작은 동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아껴먹던 식량도 다 떨어지고, 횃불도 이젠 한 번 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인데.


루케온
'...최대한 체력을 아끼자. 식량도 천천히 나누어 먹고, 물은 근처의 강물이면 되니까...'


루케온
'어머니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마을 사람들도...'


루케온
'나... 돌아갈 수 있을까?'

제아무리 열정적인 사람일지라도 극한의 상황 앞에선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기 마련이다.


루케온
...

루케온도 그랬다. 한낱 인간인 자신이 무슨 영웅 행세를 하겠다는 거냐며, 당장이라도 하늘에 소리치고 싶었다.

왜 하필 자신이 이런 일을 해야 하냐고.


루케온
...신이시여.


루케온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루케온
제우스 신이시여,


루케온
당신께서는 날 높이 평가했지만, 나도 재앙에 물든 그들과 한낱 똑같은 인간인뿐인 것 같습니다.


루케온
모든 것을 다 포기해 버리면... 적어도 조금은 편해질까요.


루케온
내 스스로 세상을 저버리면 또 어떨까요.


루케온
...난... 선한 사람이 아닌데...


루케온
...



스으으...

사륵-


루케온
...어...?

...꿈인가? 횃불도 키지 않았는데?

이렇게 밝은 빛이, 주변이 보일리가 없는데...

눈 앞에 펼쳐진 밝디 밝은 모습에 루케온은 당황했다.

졸졸졸 흐르는 강물과 나지막이 들리는 새소리, 하늘로 길게 뻗은 나무까지 요 며칠간 볼 수 없던, 그토록 원하던 풍경이었다.

루케온은 자신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린 건지 드디어 미쳐버린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루케온
'대체 어떻게 된거지? 고작 몇 분 사이에 빛이라니...'


"드디어 때가 되었군요."


루케온
...누구시죠?

몇 번이나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들어온 루케온은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5일동안 요정이며 정령이며 자잘한 신들까지 마주친 목소리만 몇십 번이 넘을테니까...

"저는 아폴론 신의 신탁을 전하는 무녀, 피티아 입니다."

"신탁을 전하려 왔습니다."


루케온
무슨 신탁입니까?

"흠..."

"제우스 님이 명하시길, 너의 임무는 여기까지다."

"가장 가까이 있는 빛의 근원지를 찾아내어라.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루케온
...그말은...

이 긴 여정이 끝 날 순간이,

얼마 머지 않았다는 뜻.


루케온
...제가 잠시 어리석었군요.

루케온은 잠시 말이 없더니, 머리를 털며 멋쩍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루케온
시작한 일이 있으면... 끝을 봐야하는 법이죠.


루케온
그게 아무리 힘든 과정일지라도.

"...이 공간을 벗어나면 안됩니다. 다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 거예요."

피티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경고를 건넸다.


루케온
알겠습니다. 명심하죠.


루케온
그럼...

루케온은 다시 길을 떠났다.

한껏 가벼워진 발걸음에서는 여유가 보였고, 이따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찰랑이는 머릿결도 오랜만이었다.

그는 짧은 시간안에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어떤것이든, 좋은 쪽으로.


루케온
'확실히 앞이 보이니 좋구나.'


루케온
'마치 깨고 싶지 않은 꿈 같아.'


루케온
'곧 세상도 빛을 되찾을 수 있겠ㅈ..'


루케온
으...!!




그 어떤 빛보다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온다.

잠시라도 눈을 치켜뜨면 눈이 멀어버릴 듯, 강렬한 빛에 루케온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루케온
...여기야.

그토록 찾던, 빛이 나는 인간이 있는 그곳이.


루케온
...

루케온은 조심스럽게 동굴 안 쪽으로 발을 들였다.

여전히 고개는 숙인채 한 걸음 한 걸음, 손으로 벽을 짚어가며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을때,

툭-


루케온
...!!

그의 손가락 끝에는 인간의 부드러운 살결이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