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두 개의 빛
EP 6. 마지막 화


루케온은 더듬거리며 따스한 살결을 붙잡았다. 길게 뻗어있는 얇은 손가락 5개, 손이었다.


루케온
저... 저기요! 이봐요!!

손을 잡은 루케온이 팔을 흔들며 아무 대답 없는 사람을 깨우려 애썼다.

몇 번의 흔들거림이 왔다갔다 하자, 맞잡은 손에서 움찔- 하는 감촉이 느껴졌다.

"...누구... 시죠?"

얇고 가녀린 목소리, 아마도 여자인 것 같았다.


루케온
...제우스 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네?"

"정말... 정말이에요? 날 놀리는거 아니죠?"


루케온
아니에요. 5일 동안 당신을 찾아 헤맸는걸요.


루케온
...얼마나 애를 썼는데, 이제야...


루케온
이제야 만나게 되었군요.

"5일... 그럼 전 5일 동안 이곳에 갇혀있던 셈이 되는군요."

"정말 미치도록 밖에 나가고 싶었지만, 제우스 님의 이곳에서 나가지 말라는 명령을 어길 수 없었어요. 이대로 죽는건가도 싶었는데..."

"이제... 나갈 수 있는건가요?"


루케온
......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아마... 나처럼 고생해온 지난 날들이 생각나서겠지.


루케온
네. 같이 나가요.

이 긴 여정의 종지부를 찍으러.


사아아아-

"아..."


루케온
...와...!!

그녀와 루케온이 밖으로 나오자,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빛들이 곳곳으로 흩어져 검은 연기를 없앴다.

해가 떠오르고 동물들이 움직이며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사람들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그런 세상.

세상은 마침내 그 모습을 되찾았다.

"...그래... 세상은 이런 모습이었죠."

"평화롭고, 밝고... 조화로운 모습."


루케온
...그렇죠.


루케온
버텨줘서 고마워요.


루케온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검은 연기 속에서 쓸쓸히 죽어갔을 거예요. 어디인지도 모르는 황무지에서.

"나야말로 날 찾아줘서 고마워요. 조금 더 일찍 오지 않았다면 난 눈이 멀고 말았을 거예요."

"...정말로..."


루케온
......

그녀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믿기 힘든 되돌아온 세상에 대한 벅차오름, 갈망해 왔던 자유를 얻은 기쁨이겠지.

...나 역시도 이렇게 기쁜걸.

"참,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예요?"


루케온
...제 이름이요?


루케온
루케온. 루케온 입니다.

"루케온... 정말 고마워요."


루케온
당신은요?

"제 이름은..."


아이테르
아이테르 라고 해요.


루케온
아이테르... 예쁜 이름이네요.


아이테르
...


루케온
...

광활한 태양 아래,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입가에 띤 미소가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어 주고 있었다.

그때,


제우스
루케온, 아이테르.

두 사람 앞에 제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테르
제우스 님...!!


루케온
어쩐 일로...


제우스
너희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일을 다 해주었다.


제우스
그러므로 너희에게 작은 선물을 주마.


아이테르
그게... 무엇입니까?


제우스
루케온은 빛의 신, 아이테르는 빛의 여신으로써,


제우스
신의 지위를 내리노라.


루케온
네...?


아이테르
저... 정말입니까?

깜짝 놀랄 제안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신이라는 자리를 준다는 것은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영생을 살게 해주겠노란 엄청난 제안이었으니.


제우스
...

제우스는 피식- 웃더니 인자한 목소리로 답했다.


제우스
스틱스 강물에 걸고 맹세하마.


루케온
...!!


아이테르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루케온
...

계속해서 감사를 올리는 아이테르완 달리, 루케온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제우스는 그런 그를 알아챈 듯, 루케온에게 물었다.


제우스
루케온,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루케온
...


루케온
신이라는 자리는 저에게 너무나 영광스럽고 좋은 제안 입니다만...


루케온
...만약 제가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되어버리면, 혼자 남게 될 제 어머니는...


제우스
...


제우스
그 걱정은 말거라.


제우스
자식을 잘 키운 댓가로, 네 어머니도 이미 겸손의 신의 지위를 약속 받았으니까.


루케온
네...?


루케온
저, 정말입니까...?!


제우스
그럼 거짓말을 하겠느냐?


루케온
아...


루케온
정말 감사합니다...!! 흐윽...

루케온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테르는 그런 루케온을 조용히 다독여 주었고, 제우스는 두 사람을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임무를 다함으로써 신이 되었고,

세상은 빛을 되찾게 되었다.



- 비하인드 스토리 -


헤라
당신, 이번 일에 숨겨진 계획은 또 뭐였죠?


제우스
...


헤라
다른것도 아니고 어둠과 빛이라니.


제우스
...재앙에 물든 인간들은 어둠을 내림으로써 위험에 맞서는 방법을 알게 된 거야.


제우스
서로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 결국 성장한 것이지.


헤라
그럼 그 두 사람은요?


제우스
그런 말이 있지.


제우스
"춤 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는 말.


제우스
심성이 마냥 착하기만 하면 좋은것도 있겠지. 다만,


제우스
한 번쯤 악을 겪어보지 않으면 결국 성장할 수 없는거야.


헤라
그럼 두 사람에게 닥쳤던 악은 뭐였을까요?


제우스
루케온은 계속된 실패에 대한 허망감과 포기하려 했던 이기적인 마음, 아이테르는 무기력함과 불안함 등 이었겠지.


제우스
아무튼 비로소 인간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을 거야.


제우스
다들 악을 겪음으로써 성장 했으니까.



어둠 속, 두 개의 빛.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