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알아보기까지
01.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깨질듯한 두통에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그래, 내가 왜 병원에 왔는지 기억난다. 분명 트럭에 치였지. 하지만 내가 왜 나갔고 누굴만났는지 기억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사고 후유증인가?

그리고 제일 의문스러운점.

내 옆에서 잠들어 있는 이 남자는 누구인가.

나는 화들짝 놀라 그 남자가 자는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아니...누군데 내 병실에 있는거지? 형사인가? 사건경위 조사하려고 왔나? 근데 굳이 잔다고?


김민규
어...? 여주야! 일어났어? 기, 기다려 의사선생님 불러올게!

그 남자는 일어난 나를 발견하자마자 허겁지겁 의사선생님을 불렀다. 의사선생님은 그 큰 트럭에 치이고도 수술 한번으로 끝나는게 기적이라고 했다. 그 남자는 눈물을 그렁그렁달고 감사하다고 몇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김여주
근데 의사선생님...저 남자는 형사님인가요...?


김민규
어...? 여주야 무슨말이야...나 너 남자친구 잖아...

김여주
네? 죄송한데 저 남자친구 없는데...누구시죠?

의사선생님은 계속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우리를 보면서 나한테 몇가지 질문을 하더니 부분기억상실 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 남자는 좌절한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잠깐 바람 좀 쐴겸 그 남자와 잠시 공원으로 나왔다.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도 떠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남자와 함께 걸었다. 남자의 얼굴엔 죄책감과 슬픔으로 가득했다.

김여주
...제가 사고가 일어났던 그 날 당신과 같이 있었나요?


김민규
...네.

김여주
제 남자친구라고 주장하시는데...죄송해요. 전 도저히 기억이 안나서요. 음...일단 저희 통성명부터 하죠.


김민규
...전 사진작가 김민규라고 해요. 여주씨는 제 모델이고...네, 그게 끝이에요.

김여주
아까 남자친구라는건 무슨뜻인가요...혹시 제가 기억 못하는 뭔가라도 있나요?


김민규
아뇨, 그냥...헛소리에요. 들어가서 좀 셔요. 퇴원하면 연락해요 그...제 전화번호는 아마 저장되어 있을거니까.


난 주소록에 들어갔다. 하지만 김민규라는 이름음 찾을수 없었다. 뭐지? 사진작가와 모델 관계면 민규씨가 사장아닌가? 전화번호도 없다고? 그치만 분명 저장되어 있을거라고 말했는데...그때 민규씨한테 카톡이 왔다.


이렇게 먼저 연락을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나는 허겁지겁 연락을했다.


정말정말 감사했다. 민규씨도 많이 놀랐겠지. 어떤 상황인줄은 잘 모르겠으나 그래도 고마웠다.


번호가 원래 있었나? 민규씨 반응으로 봐선 번호가 있었던게 분명하다. 사고나고 지워진건가? 하필 딱 그거만 지워진게 이상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운건가? 뭔가를 떠올리려고 할수록 머리가 더 아파왔다.


민규씨는 나에대해 많이 알고있는거 같으니까 일단 곁에 있기로 했다. 뭐 많은 정보를 얻을수도 있겠지.

그 이후로 나는 재활에만 신경썼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민규씨와 매일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고 드디어 퇴원을 했다. 바깥세상도 참 오랜만이네. 병원 앞엔 민규씨가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여주
와주셔서 감사해요. 굳이 여기까지 안오셔도 되는데...


김민규
아니에요, 여주씨 집 청담 맞죠?

김여주
아, 네! 죄송해요 민규씨는 다 기억하시는데 저만 못하네요...


김민규
아니에요. 사고때문에 그런거잖아요. 어쩔 수 없죠 뭐.

김여주
아! 저 그 모델...언제부터 하나요? 저 완전 팔팔해서 당장도 가능한데!


김민규
그럼 내일부터 할까요? 내가 내일 집 앞으ㄹ...

김여주
아 그럼 위치 알려주시면 제가 나갈게요!


김민규
아...네! 그럼 내일 봐요 여주씨, 잘 들어가고.

나는 집에와 침대에 누웠다. 아 집이 얼마나 그리웠던지. 집엔 옷들이 마구 널브러져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화장품들도 많았다. 내가 한달전에 누굴 만나러갔나? 그게 누구지? 내 핸드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랑 만나는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 나갔다가 그렇게 된건가? 부모도 친구도 없는 나의 유일한 사람. 같은 과였던 대학 동기인 미연이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김여주
여보세요? 미연아!


조미연
응 여주야~ 너 퇴원했다고 했지...미안해 병문안도 못가고...나 요즘 학원다니느라...

김여주
괜찮아. 보컬학원 다닌다고 했지? 가수 너가 아니면 누가하냐?


조미연
푸흐, 그래서 할 말이 뭔데?

김여주
있잖아...한 달 전에 혹시 내가 너한테 누구 만나러 간다고 얘기 했었나?


조미연
한 달전? 글쎄...음...누구 만나러 간다고 얘기는 했었던거 같은데...

김여주
아 진짜? 혹시 누군지 기억해?


조미연
아니 그거까진 잘...남친 아니야? 근데 그건 왜? 많이 급한 일이야?

김여주
응? 아니아니 별로 급한일은 아니야! 고마웠어 안바쁠때 밥이나 먹자.


조미연
그래그래, 몸조리 잘해 조만간 갈게~

힘이 다 빠지네. 그나저나 남자친구? 나한테 진짜 남자친구가 있었던걸까. 또 두통이 온다. 나는 급하게 진통제를 꺼내 먹었다. 항상 남자친구에 대한 기억만 하려고하면 머리가 정말 깨질듯이 아팠다. 그래, 잠이나 자자.

그 다음날 아침, 나는 일찍일어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고 전에 이 일을 계속 했다지만 지금은 매우 새로웠다. 애초에 그냥 평범한 취준생이였던 내가 이런 일을 했던가?


민규씨가 근처 꽃밭에서 만나자고 한다. 태어나서 이런 꽃밭은 또 처음가보네. 사진만 봐도 너무 예뻤다.


나는 꽃밭하고 잘 어울릴것 같은 꽃무늬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화장도 옅게하고 핸드백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김민규
여주씨, 타요!

김여주
어...? 민규씨? 아니 왜 여기...


김민규
그냥, 혼자 가기 싫어서요. 같이가요!

김여주
음...좋아요.

나는 옆자리에 탔다. 민규씨는 내게 안전밸트를 매줬다.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그냥 매너가 좋은 사람인가보지.

김여주
민규씨는 매너가 진짜 좋은 사람이네요.


김민규
네. 전여자친구가 매너있고 센스좋은 사람을 좋아했거든요.

김여주
아...여자친구 있는줄 알았어요...


김민규
있었는데 사고가 있었어요. 그 이후로 저를 기억 못하더라구요.

김여주
아...저런...여자친구분이 얼른 기억 찾기를 바래요.


김민규
...도착했네요.

김여주
우와...진짜 예뻐요! 이런데는 진짜 처음 오는데 여기서 찍는건가요?


김민규
네. 여기 진짜 예쁘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

김여주
음...근데 저 포즈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김민규
음...이렇게 한번 해보실래요?


김여주
우와, 이거 저네요? 와...신기하다...


김민규
그쵸, 몸은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요?

김여주
그러려나...그럼 한번 해볼게요.

「찰칵」

김여주
엄...어때요? 좀 어색하죠...



김민규
이거 봐요. 진짜 잘나왔죠.

김여주
와...진짜 예뻐요! 대박, 이거 진짜 저에요?


김민규
그쵸, 진짜 예쁘죠. 음...이제 점심인데 밥 먹으러 갈래요?

김여주
네! 음...이 근처에 맛있는데가 있나...


김민규
맛있는 파스타 집 알아요. 따라와요.


김민규
자, 여기 차 많이 다니니까 내 손잡고 따라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