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족
왕의 손에



쾅-]]]

쾅쾅-!!

"김태형!! 안에 있어?"


남준이 형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비슷하다, 그날 불길에 휩싸여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의식을 잃은 나를 찾은 건 남준이 형. 그때 어렴풋이 들은 형의 목소리가 지금도 조금씩 들려왔다.

다 큰 줄 알았는데,

완벽한 줄 알았는데.

우린 아직 다 크지 않았나 보다.

그 10년 전, 어린 시절의 애절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꼬집고 뒤틀었다.

그리고, 10년 전과 내면이 이어지면서 달라진 나도 나 자신을 협박하듯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스스로 그때와 달라졌다 했다, 완전히 바뀌었다 했다. 완벽하게 성장했다 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성장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거.

내 주위에 석진 형, 호석 형, 남준 형, 이지훈, 문준휘. 그리고 끝 없는 전쟁을 보내고 있던 나날 남준이 형이 소개시켜준 박지훈.

나를 괴롭히고 힘겹게 했지만 버티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 민윤기와 이민혁.

민윤기를 상대하며 끈끈히 묶인 정국이, 수많은 생각을 돌이켜 준 정한이, 너무나도 아끼는 동생들인 빈이와 예원이.

그리고,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그런 존재. 끝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 나를 바꿔준 보석 같은 존재, 은비.

내 주위를 밝혀주고 지켜주는 별들이 있었기에 나는 간신히 버티고 일어서 있었던 것인데, 나는 지금까지 나 스스로가 다 큰 줄 알았다.

과거를 회상하며 깨달았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강한 척 하지 말자, 김태형.

스스로 강하지 못하면 어때, 내 주위에 내가 강해지게 도와주는 대상들이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랑 함께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거.

이것도 깨달아 줘서 고마워.



김태형
...


이민혁
...


이민혁 (20)
...


이민혁
...

아니야, 그때의 형은... 아니야.


김태형
맨날 나 이뻐해 주고... 끝까지 함께한다 약속하고...


김태형
나 떠나도, 혹시 실수로 떠나도...


이민혁
...!


"정신 차리고... 돌아오겠다고..."


김태형
약속 했던 게 엊그제 같다, 형.


이민혁
...



김태형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가 형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형이랑 대화를 하는 것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김태형
오늘, 형은 내 손에서 소멸... 할 거니까.


반응이 없다.

내가 소멸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도 형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왕에게 당하는 소멸이 그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거, 알면서. 내가 못 할 걸 안다는 듯 가만히 나의 다음 행동을 기다린다.


김태형
...


이민혁
태형아.

내가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자, 형이 입을 연다.

동시에 나는 천천히 형의 힘을 빼앗는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천천히 빼앗아 본다.

내가 이렇게 고통스러웠다고, 그동안 나를 아껴주던 그 따뜻한 형이 그리워 이렇게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는 걸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표현한다.

내가 목소리를 들을 건지, 문을 두드리던 밖은 조용해졌다.


이민혁
...


이민혁
태ㅎ... 아읍...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낀 건지, 미간이 구겨지고 몸이 떨린다.

천천히 다가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두 걸음.

나는 이렇게 천천히라도 다시 형에게 다가가고 싶었다는 뜻을 최선을 다해 전한다.


김태형
...


이민혁
흐읍...


김태형
하아... 윽...

나도 힘이 부족해진다.

누구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보통 일이라고 칭할 수 없을 정도로 거한 일이니까.


스윽-

형이 힘이 빠졌는지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힘든 숨을 토한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어깨에 올린 손을 쳐내지 않았다. 그냥 형이 지탱할 수 있게 몸에 더 힘을 주었다.

한때 내가 제일 따르고 좋아했던 존재이니까, 이제 나를 믿어 달라고 몸을 더 단단하게 지탱한다.

형은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다.

알고 있어, 형도 형의 자의로 나를 증오하던 마음을 꺼내던 게 아니라는 거.


이민혁
ㅌ... 형아...

눈이 감긴다.


이민혁
나... 너한테 할 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10년 동안 나에게 하지 못해 버텼던 말, 들어주고 싶었다.


스르륵-

형의 몸이 힘이 빠져 나에게 겨우 잡혀있다.

어릴적 날 봐주던 그 따스한 눈으로 나를 보고는, 작게 중얼거린다.


"믿지? 형은 너 아끼고 사랑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거."

작게 대답해 준다.

응, 알아.

고마웠어, 나랑 함께 해줘서.

형이랑 나는, 애초에 같은 길을 오래 걸을 운명이 아니었던 거야.

등장은 조용했다.

과정은 소란했고.

소멸은 고요하다.

형이 사라진 과정이다.

당최 하나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나에게 끝까지 나쁜 존재가 되던가, 아니면 선한 존재가 되던가.

둘 다 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그래도 고맙고, 수고했어.

끝에는 날 존중하고 그냥 받아들여줘서 고마워, 형.

아픈 추억으로 간직할게.


째잭-

째잭_짹-!


일주일 후_


뱀파이어/들
폐하, 탄생일 축제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스윽-


김태형
알았어요. 금방 나갈게요, ㅎ

모든 게 제자리다.

마치 10년 전 그때처럼 난 다시 대신들에게 높임말을 사용했다.

예원이가 벌인 짓은 정국이와 은비, 빈이가 잘 풀었다고 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받았다.

정국이가 그때 운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던 대상이 자기와의 사랑을 위해 우정을 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자신과의 관계도 우정이 먼저라고 생각하면 어땠겠냐고 몰아붙였더니, 예원이가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댄다.

어유... 하여튼 아직 어려가지고.

아, 맞다!

빈이는 나에게 한동안 철두철미한 감시를 받았다.

허? 학창 시절에 은비를 좋아해? 허!

다시는 눈독 들이지 못하게 해야지. 자기 말로는 이제 안 좋아한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불안하니까.


김태형
ㅎ...

저녁 노을이 붉게 타오른다.

지금 이 순간의 우리 사이처럼.

그 어느때보다 밝은 분위기에서 웃음을 지으며 일상을 보낸다.

정한이는 요즘 남준이 형 밑에서 총리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던데, 뭐... 나 총리 두 명도 가능하겠는데?

호석이 형은 한동안 민혁이 형 생각이 나서 못 했던 호위무사 일을 다시 하고 있다. 그래봤자 제대로 하는 건 없지만.

석진 형은 한바탕 일을 치르자 내가 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내 본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준다. 더이상 불안해 하지도 않고, 나를 많이 걱정하지도 않는다.


황은비
오빠!


김태형
아, 뭐야...ㅎ 놀래키는 거야?

누가봐도 놀래키러 온 표정이다. 실패에 시무룩하는 귀여운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황은비
아 하지마!


김태형
아,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ㅎ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며 잘 지내고 있다.

그날 골목에서 나를 네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지?

내가 너 따라다니지 않았으면, 이렇게 우리 사이가 예뻐지지 않았겠지?

네가 끝까지 내 옆을 지켜줘서... 지금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거겠지?


김태형
아, 누구 거라서 이렇게 예쁜 거만 골라서 해?


황은비
나? 내 거라서, ㅎ


김태형
...


김태형
다시.


황은비
내 거라서.


김태형
아니야 다시.


황은비
내 거라ㅅ...


김태형
아니야! 내 거야!


황은비
ㅇ, 아니 왜 내가 오빠 거ㅇ...


김태형
몰라 너 내 거야. (흥)


황은비
...

피식-


꼬옥-


황은비
알았어, 가져.


김태형
...


김태형
... 진짜?


황은비
어, 진짜.


김태형
ㅎ...


김태형
오늘 탄생일 끝나고 각오하셔야겠는데요, 아가씨?


황은비
...


황은비
마음대로요, 폐하? ㅎ


김태형
ㅈ, 지쨔?


황은비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김태형
ㅈ, 잠깐만 은비야 오빠는 지금 애들보다 너 대답이 더 중요한ㄷ...


황은비
그럼 오늘 각방 써?


김태형
ㅎ...


김태형
아니, 진짜 너무 좋아.


황은비
가자.


김태형
응!


형은 알았던 거야?

그때 형이 사라졌으면... 이렇게 고생 끝에 보는 달콤한 생활을 보지 못했을까?

...

그냥, 이제 형은 쉬라고 말해주고 싶어.

이제 나 다 컸다고, 혼자서도 강해질 수 있다고.

형이 내 마음 꼭 들어주면 좋겠다.




완결 아니야! 어디 가지 말고 딱 기다려요! 아직 완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