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족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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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읏차...!

서랍에 있던 물건을 싹 정리한 태형이 그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 힘껏 들어 올린다.

정리해야지.

지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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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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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어?

꺼내지 않은 물건이 있나 서랍 벽면을 살살 만져보는데, 실수로 뭘 빼지 않은 것일까? 무언가 묵직한 것이 손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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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게 뭐야...

꺼내자, 낡디 낡은 봉투가 태형의 손에 들려있었다.

봉투는 색이 바랠 대로 바랜 상태여서 노란빛을 띠었고, 구겨진 건 아닌데 매우 오래돼서 그런지 만질 때마다 바스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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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난 이런 걸 보관한 기억이 없는데?

그러자 어렴풋이 자신의 지난 행동이 떠올라 서둘러 물건을 넣은 상자를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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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여깄다.

똑같은 봉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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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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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뭐지?

우선 자신이 정리하던 물건들이 담긴 상자에서 나온 봉투의 내용물부터 꺼내보았다.

안에 든 것은 종이 몇 장. 맨 첫 장부터 태형의 손글씨가 뚜렸하게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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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ㅎ... 이거 적을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유서였다.

울면서 적었던 그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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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제 필요 없길 바란다-

유서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린 태형이, 유서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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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이건 뭐지?

그리고 의문의 봉투를 뜯어 보지.

언젠가는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쓸게, 태형아.

이걸 읽을 때는, 내가 이미 소멸했을 때여야 할 건데... 그래야 네가 나를 붙잡지 않겠지.

그래서 일부러 서랍 맨 안쪽에다가 넣어두려고, ㅎ

잘 지내?

아프진 않고?

밥이랑 뭐 먹는 건 다 잘 먹고 있는 거지?

형은 왜 소멸을 해도 네가 걱정될 것 같냐.

제발 밥 좀 잘 먹고, 아침에 후딱 일어나서 석진이가 너 힘들게 깨우는 일 없도록 하고, 남준이한테 일 다 떠넘기지 말고!

알겠지? 응? 형들 말 잘 듣고!

그렇게 잘 할 거라고 생각하고 형은 간다.

형이 갑자기 이렇게 말 하니까 이상하지? 그... 이스타가, 최종 보스가 소멸해야지 완전히 소멸되는... 그런 조직이야.

이스타에 들어 올 때부터 다 알았는데, 내가 그 자리까지 오르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 도 있을 것 같아서... ㅎ 내가 한 일은,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내가 최종 보스가 되고 소멸한다면, 너희는 더는 이스타의 침략을 받지 않을 거야. 내가 꼭 그렇게 만들고 갈게, 약속해.

이걸 쓰고 있는 와중에도 멀리서 황은비랑 웃으며 걷는 네가 보인다.

내가 가고 난 뒤에는, 내가 지금 보는 모습보다 더 행복하길 바랄게.

미안해, 정말로.

정신 차리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했는데...

못 지킬 것 같아.

마음만은 돌아갈게.

태형아, 형이 언제든지 뒤에서 응원하고 지켜볼게.

고마웠어.

- 너를 미워했던 민혁이 형이.

타닥-

탁-!

탁_ 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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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이거 다 태우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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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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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어 알았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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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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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 울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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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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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아니.

그렇게 대답하는 태형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타오르는 불꽃이 그의 영롱한 투명함을 더 잘 보여주었다.

이윽고 눈물은 볼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멈출 기미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준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림에도 묵묵히 못 들은 척 하며 태형이 상자에 담아오는 물건들을 불 속으로 던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진 물건은, 태형이의 것인지 민혁이의 것인지 모를 그 봉투였다.

그리고 타들어 갔다. 남준이가 태형이 유서를 쓰던 날에 책상에 쾅- 내려놓았던 그 사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민혁과 관련된, 과거에 관련된 흔적들이 하나 둘씩 불꽃이 되어 자유롭게 공기를 활보한다.

앞으로는 이것들이 얽매이지 말고 붉꽃처럼 톡톡 튀듯이 자유롭길.

이들만의 날개를 펴고 하늘 위를 훨훨 날아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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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

'결혼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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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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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 ///

다시 상상해도 행복하다. 설렌다. 그런 풋풋하고 성숙한 감정들이 복잡미묘하게 자꾸 심장을 부여잡았다.

정말 고마워,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 줘서. 의미 있게 살아가게 해 줘서. 김태형이라는 존재를 이유로 살아가게 해 줘서.

아니,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존재로도 너무 고마워.

내 곁에서 환히 빛나 준다는 거, 그거 자체가 내 존재의 이유로 충분해.

덜컥-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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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책상 정리한다며,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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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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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정말 깔끔하게 정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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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마지막 남은 종이 한 장까지 다, 사진 한 장까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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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오빠 후련해 보여서 나도 기분 좋다.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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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포옥-

앉아서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은비의 허리를 껴안으며 침대에 누워버리는 태형이. 눈동자에는 또 장난기가 가득하다.

아니, 장난이 아니고... 진심인 장난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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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가, 나는 쌍둥이가 좋은 것 같아. 아니다, 딸이 좋나? 아니면 나 닮아서 잘생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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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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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어제 했으면 됐지, 뭘 더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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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에이- 어제는 혼전임신을 노린 거고, 오늘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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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읍!

그대로 태형의 입을 손으로 꼭 막는 은비. 태형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애처롭게 올려다보자 바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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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아주 못하는 말이 없어~!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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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아... 한 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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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한 번이 백 번, 천 번, 만 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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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흐익, 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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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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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석진 오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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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으왁!

은비가 큰 소리로 방해꾼을 부르기 전에 이불 속으로 끌어 당긴다. 그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주위를 볼 수 없게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귀에 속삭인다. 순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사랑한다고 알려주기 위해서.

"자기야, 오늘은 허니문이야."

나는_뚠뚠_이 작을_뚠뚠_완결_뚠뚠_하기_뚠뚠_싫다_뚠뚠_

쓰읍, 약간 완결하면... 비하인드? 같은 걸 내 볼까요? 약간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라던지... 여러분들이 궁금하신 거? 그런 거 한 번 풀어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