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족
마지막 퍼즐 조각 - 알고 있었다는 거.



오전 7:06

부스럭-



김태형 (15)
아우음...

어제 너무 신나게 놀았나, 많이 뛰어다녔어서 그런지 몸에 성한 곳이 없다.

여느 때처럼 눈도 뜨지 않고 민혁을 부른다. 그리고 근육통이 있다고 징징댈 예정이다.

그런데...


김태형 (15)
형?

불러도 대답이 없다.

늘 태형이 일어날 시간 전에 태형의 방에 와서 입을 옷과 오늘 일정을 말해 줄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리던 민혁이었는데.


김태형 (15)
...


김태형 (15)
... 형이 늦잠을 자나...?

뭐, 형도 로봇이 아니니까 실수는 당연히 할 수 있지.

무슨 일이 있는 것만 아니면...


김태형 (15)
!

무슨 일이, 있어서 못 오는 거면 어떡하지?

침대에서 바로 일어난 태형은 아무 겉옷이나 걸쳐 입고선 현관문을 벗어난다.

탁

탁-

탁_탁

탁_탁-


김태형 (15)
허억... 헉...

허리, 어깨, 목, 다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어제 정말 안 쓰던 근육을 오랜만에 썼더니... 진짜 나 체력은 바닥이구나.


김태형 (15)
하욱... 겨우 몇 일 운동 안 했다고 이러는 ㄱ...


김태형 (15)
어?

저 멀리 민혁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것이 아른거렸다.


김태형 (15)
...


김태형 (15)
... 뭐야,


김태형 (15)
깨어 있었는데도 나한테 먼저 안 온 거야? 내가 왕인데?

터무니없지만 조금 투정도 부려보는 태형. 하지만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실루엣을 유심히 살핀다.


김태형 (15)
...


김태형 (15)
... 많이 급한 일인가...?

어느새 태형의 발걸음은 그쪽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김태형 (15)
...

뭐야, 나 혹시 민혁이 형 아닌 뱀파이어 따라가고 있나?

점점 말도 안 되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주변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어두워졌고, 알 수 없는 골목들이 계속 생겨났다.


김태형 (15)
...

그리고 계속 따라가던 태형에게 본능적으로 든 생각.

'아, 나 실수했구나.'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 했다. 언제 어떻게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데 아직 태형은 공격과 방어에 익숙하지 않았고, 피도 잘 못 먹은 상태여서 몸이 약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건 온통 벽이었다. 진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민혁 (20)
저기...

"왜."


이민혁 (20)
이쪽으로 가는 거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왜 이쪽으로 오신 거죠?

"..."

"당신, 쥐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죠?"


이민혁 (20)
어... 구석으로 몰아서 잡아야죠. 전 집에 쥐가 보이면 항상 그렇게 잡았습니다.

"ㅎ, 정답."

"그래서 제가 구석으로 잘 몬 것 같아요. 이제 잡기만 하면 되겠다."


이민혁 (20)
...


이민혁 (20)
... 네?

"쥐 새끼가 하나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제 잡은 것 같네요."


소름 끼치는 미소가 민혁의 온 몸을 조여왔다.

그리고, 뒤이어 벌어진 장면은 말 그대로 민혁의 숨이 턱 막히게 만들었다.

콱-


김태형 (15)
아읍!!!!!! 악!!!!!!!!!

"ㅎ..."

"이게 누구야, 폐하 아니셔요?"


김태형 (15)
흐윽... 흡!! ㅇ, 이거 놓ㄱ...

툭-


김태형 (15)
허우윽...!

땅으로 떨어진 태형이 힘 없이 쓰러졌다. 이를 본 민혁은 몸이 굳었는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김태형 (15)
허... 헉...


"어쩔래요?"


이민혁 (20)
... 네?

"당신이 생각한 그 작전이라는 거, 조금 빨리 실행해야할 것 같지 않나요?"


사실 너를 지키려고 만든 작전이었어.

이 작전을 실행시키면 너랑 애들은 모두 살릴 수 있었어.

그런데 너가 이렇게 내 앞에 있으면 어떡해.

분명히 궁에 있는 애들은 내가 이 작전 실행시키면 너 찾는다고 위험해질 건데, 내가 이 작전을 지금 실행시키지 않으면 네 생명줄이 위험해.

태형아, 형이 어떡하면 좋을까?

...


끝까지 나를 안다는 김태형의 저 눈빛은, 나를 아프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왜 그렇게 정을 어렵고 깊게 줬던 건데.

형은, 결국 작전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무겁고 따뜻한 형의 기운이 꺼져가고 있을 때이다.

나는 그 상황을 봤다. 그래서 오로지 민혁이 형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심지어 형이 나를 마지막으로 쳐다보던 그 눈빛에서 무한한 따뜻함을 느꼈다.

하지만,

형의 그 작전이라는 것 때문에 내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석진 형은 나를 찾다가 죽을 뻔 했고,

호석이 형은 그런 석진 형을 말리려다가 화재에 뒤덮힐 뻔 했다.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탈진한 나를 골목에서 기어코 찾아낸 건 남준이 형.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왕궁은, 그야말로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내가 대신들에게 반말을 하게 된 것이.


이민혁이 작전 실행을 택하며 들어간 곳은 "이스타"라는 곳이었다.

이스타는 전설 속에 존재하는 살아 있는 역사나 다름없는 세력이다.

그리 세력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직위하고 난 뒤로 갑자기 세력이 커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쳐들어와 많은 뱀파이어를 세뇌해 데려가기도 했었다.

뱀파이어 세계에서 가장 추운 북절벽에 위치해 있으며, 몸 어디든 새겨지는 타투는 이스타의 공식 문양이었다.

이스타가 뱀파이어들을 세뇌시키는 방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그동안 잠재되어 있었던 자신의 검은 내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몇 가지 할 뿐. 다른 상황은 오고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질문.

"그 대상을 내가 싫어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고 싶어요?"

정상적인 상태라면, 그 사람을 정말 좋게 생각하고 있다면 애초에 싫어하지도 않을 거라고. 설사 싫어진다 해도 어떻게 하지 않을 거라는 답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뒤틀린 마음을 가지면 대답을 할 때 1초, 0.001초라도 멈칫하게 되겠지.

이스타는 뱀파이어들의 사시나무 흔들리듯 흔들리는 마음을 완벽하게 녹여 자신들의 상황에 적용하고 있다.

결국 형은, 민혁이 형은.

나에게 진심이었지만, 정말 구석진 한 편으로는 나를 증오했다는 거다.


그 뒤로 민혁이 형이 보스라는 자리에 오른 이스타는, 세계의 질서를 자주 혼란으로 빠지게 했다.

함께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깊은 시간을 나누었기에 민혁은 아이들에 대하여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 이루어지는지도 다 인식하고 있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지, 매번.

석진 형은 나를 충분히 지켜주지 못해 내가 몸이 한순간에 약해진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을 했고, 호석 형은 그렇게 매번 위태로운 석진 형을 보느라 나에게까지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다. 물론 호석 형도 아픈 와중이었지만.

남준 형은 갑자기 몰려드는 업무에 힘들어하는 몸도 인지하지 못하고 일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자연스래 나는 혼자 남았다.

나는 그 뒤로 10년 동안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10년 후, 내 마음을 뒤집어놓은 인간이 나타난 거지.

정말 고마워, 지금도 내 옆에 있어 주는 게.


김태형
...


이민혁
...



김태형
그렇게 네가 만들어 놓고 사라졌으면, 끝까지 사라져. 제발.


김태형
네가 그따위로 만들어 둔 거 은비가 다 돌려놨어. 나 은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알아?


이민혁
마음대로.


느낄 수 있다, 아주 가끔.

이민혁은 아직 나에게 깊고 큰 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

다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때처럼 비참한 내가 되지 않게.

이제는 그때와 같아지지 않을 거다.

어럽고 깊게 줬던 정이고 뭐고, 난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 상처를 준 상대는 용서하지 않을 계획이다.




노을 분들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과거를 알았으니 입장이 달라졌을까요? (한글날 모두 즐겁게 보내요!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한 번 더 가져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