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족 [시즌 2]

45.

태형은 무표정으로 저에게 다가온 호석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칼이 잡혀 있었지만, 태형은 무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의 눈을 똑바로 봐도 여전했다.

그냥 이 형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걱정이 되었고 몸 상태는 괜찮은 지 고민하는 게 앞섰다. 태형의 그런 시선을 느꼈는 지 잠시 몸을 멈추는 호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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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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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왜, 그렇게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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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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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그냥."

스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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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태, 태형."

백현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허공을 울림과 동시에 날카로운 칼자루가 순식간에 태형의 목으로 겨눠졌다. 하지만 백현이 창백해지며 기겁한 반면, 태형은 너무나도 평화로운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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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그냥 말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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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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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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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태형은 가만히 호석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호석에게만 존재하던 맑은 눈빛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눈의 반짝임은 그대로였다. 단지 탁한 물질들이 더해진 것 뿐.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면, 예전의 형 앞에서 한 번만 더 말하고 죽고 싶다. 짧은 순간 그렇게 생각하며 태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형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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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예전의 형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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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나를 보면 어린 애처럼 마냥 웃어주고, 어떨 때는 호되게 무서운 선생님처럼 나 가르치고, 처음에는 경계심 가득했던 나를 품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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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또 어떨 때는 나에게 전부일 정도로 위로의 대상이 되어주고, 어떨 때는 정말 얄미워 죽겠는 고자질쟁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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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날개 펴서 나는 거 좋아하고, 특히 물 위에서 파도 넘으면서 빠르게 날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물이랑 친한 수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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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어린 날 나에게 보호자이자 형, 지금의 조금은 성장한... 그렇지만 아직 어린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형."

활짝 웃는 청춘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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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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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그런... 그런 호석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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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그런 호석이 형이 갑자기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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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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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그래서, 이렇게 쳐다보고 있는 거야."

보고 싶다. 내가 미안해, 형.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호석은 얼음장 같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여전히 광기가 서린 눈빛으로 태형을 향해 검을 노리고 있었다. 태형은 그의 미세한 움직임도 보겠다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가 알아낸 점은 호석의 손이 약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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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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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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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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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왜,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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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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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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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주, 주인, 칼 많이 떨려요. 손 다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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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내가 파도를 타고 나는 걸 좋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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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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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대답해. 그런 거 좋아했냐고."

태형은 입 밖으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따박따박 잘만 말하던 입이 왜 갑자기 굳어버린 건지. 어느새 호석의 손에 들린 칼은 사시나무 흔들리듯 요동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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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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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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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형은."

고요한 적막을 뚫고 건조하게 툭툭거리는 태형의 목소리가 조심스래 호석의 고막을 건드렸다. 변한 후의 자신을 몰라 당황스러울 그를 위한 일종의 노크처럼 조금 기다린 태형은 곧이어 입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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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물 말고도 좋아하는 거 참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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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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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형은 늘 웃었어. 따뜻한 걸 좋아했고, 우리끼리 노는 거에 어쩌면 제일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 늘 생글생글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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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능력을 자유자제로 잘 다뤘고, 적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잘 대한 밝은 형이었어. 늘 내 옆을 지키면서 든든하게 지켜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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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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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또?"

호석의 마지막 끝부분 목소리가 약하지만 선명하게 떨려왔다. 아주 살짝은 울음을 꾹 참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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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형은 주변 이들이 웃으면 항상 같이 웃었고, 주변 사람이 울면 상황을 봐서 같이 울거나 달래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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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눈빛은 어린 아이의 동화책에서 따온 것 같은 별들이 반짝이며 박혀 있었고, 나는 그런 형의 순수한 눈빛이 참 고맙고 좋았어."

"그냥 난 형이 너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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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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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또."

"내 존나 소중한 친구였다는 거, 이 새끼야."

갑자기 이들이 대화하는 폐가 밖에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하나 무너지는 소리가 나면서 호석을 향한 울음 가득한 목소리도 단단하게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곧이어 몇 명을 뒤에 더 데리고 폐가 안으로 들어오며 달빛의 역광을 받아 모양새를 드러냈다.

"그걸 잊어?"

"나랑 친구였다는 걸, 아무리 정신적으로 변했다 해도!!"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웠던 걸 지워... 잊어... 어?"

시험이 끝났음에도 상태가 이런 이유 : 시험 끝나고 그냥 펑펑 놀았습니다. / 미묘한 감정이 너무 중요한 회차라서 몇 번이고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했습니다. /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