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왕족 [시즌 2]

50.

그날은 엄청 화창했다.

평소에 햇빛이 뜨겁고 귀찮다며 하지도 않던 외출을 같이 가자고 한 누이로 보아 조금도 아닌 많이 화창했다고 볼 수 있겠지.

백현아, 저기 나비가 날아다닌다. 따위의 말들을 뱉으며 그날따라 참 예쁘게 웃었던 누이. 댕기머리는 누이를 따라 휭휭 움직이며 바람을 가르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치맛자락은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정말 말 그대로였다.

그날따라, 누이는 참 예뻤어.

콰앙-!!!

한승우 (27)

"야, 변백현 저 새끼 지금 뭘 한 거야!!!"

전정국 (22) image

전정국 (22)

"변백현!!!"

변백현 image

변백현

"..."

툭 -

김태형 (25) image

김태형 (25)

"백... 백현... 아, 아니 잠시만요."

태형은 멀쩡했다.

정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멀쩡했다. 하지만 바닥에 붉은 자국을 마구 튀기며 힘없이 떨어진 건 태형의 단도.

승우와 지민이 숨어 있던 곳의 문이 열리며 어느새 그들도 뛰어나왔다. 하지만 태형 일행의 정신은 이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되지 않았다.

김석진 (27) image

김석진 (27)

"백현 씨... 도대체 왜... 왜 이러십니까."

김남준 (27) image

김남준 (27)

"수, 수건. 수건 없어?"

김예원 (23) image

김예원 (23)

"그런 걸 지금 가지고 다닐 리가 없잖아... 어떡해... 어떡해?"

문 빈 (23) image

문 빈 (23)

"..."

황은비 (23) image

황은비 (23)

"..."

황은비 (23) image

황은비 (23)

"... 백현아."

은비는 제 동생이라는 자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내뱉었다. 이미 눈은 빨갛게 물들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고, 어깨가 파르르 흔들렸다.

황은비 (23) image

황은비 (23)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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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백현은 힘겹게 눈을 뜨고선 옅게 끄덕였다. 그의 몸도 이제 한계였다. 옅게 끄덕임과 동시에 속에서 울컥 피를 토해낸 백현이 고개를 숙이며 콜록거렸다.

그의 복부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주 붉게, 정말 붉게. 피가 조금씩 백현의 웃옷을 적셔왔다. 그리고 온통 빨간색인 와중에 찢어진 옷 사이로 선명하게 보이는 칼의 흔적.

백현이 선택한 칼날의 방향은, 저 자신이었다.

사박

사박 -

사박 - 사박

사박 - 사박 -

다정하게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우뚝 멈춰섰다. 원인은 특별할 거 없었다. 그저 바람에 떨어지는 꽃비가 너무 예뻤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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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변백현 image

변백현

"누님, 꽃비가 엄청 예쁘다."

"응."

변백현 image

변백현

"우리 쉬었다 갈까?"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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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난 괜찮아. 누님이 걱정돼서 그래요."

"그런 거라면, 나도 괜찮은데."

하며 살포시 미소짓는다. 백현은 이에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누이가 저렇게 포근하게 웃어주면 기분이 참 좋았다. 안기지도 않았는데 어릴 적 누이의 품에 안기던 느낌이 난달까.

둘 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일단 가까운 나무 밑동을 골라 앉았다. 여전히 솔솔 부는 바람. 봄바람과 약간의 더움이 느껴지는 여름바람이 섞여 있었다.

변백현 image

변백현

"누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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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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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변백현 image

변백현

"누님, 있잖아."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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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누님도 나랑 있을 때 행복하지?"

"응? 뭐야, 난 또 엄청 대단한 거 묻는 줄 알았잖아.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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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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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난 그거면 충분해."

"뭐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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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냥, 누님이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서 그래.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누님은 꼭 지켜줄게."

"퍽이나 안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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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헤에, 누님 나 못 믿어?"

"글쎄~ 믿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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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 뭐야!"

곧 분홍빛 꽃잎들이 동동 떠다니는 작은 호수에서 밝은 웃음소리가 널리널리 퍼졌다. 깔깔거리는 누이, 아니, 은비. 그리고 그에 맞게 환히 웃는 백현.

백현은 웃은 은비를 보며, 제 누이를 보여 다시 다짐했다.

'누이는 내가 꼭 지켜줄게.'

정호석 (27) image

정호석 (27)

"김태형, 뛰어!!! 당장 뛰어서 궁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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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미쳤어? 내가 형들을 두고 어떻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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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여긴 우리끼리도 괜찮으니까 빨리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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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안 돼, 절대 못 가. 여기서 싸운다고 남는 전정국 쟤는 더군다나 부상이잖아. 얕은 부상도 아니고 심각하잖아!"

콰앙-!!!

한 번의 폭발음이 더 들려오고 아득하게 석진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들은 여럿이고 우리 중 저 안에서 싸우는 자들은 현재 넷. 호석이 들어가면 겨우 다섯이 될 거였다.

석진의 목소리에 사색이 된 태형이 안고 있던 백현을 빈에게 급히 넘겼다. 그리고 소매를 살짝 올리며 다시 목소리를 키웠다.

김태형 (25) image

김태형 (25)

"얘들끼리 충분히 궁 갈 수 있어. 그러니까 나도 싸울래. 이 일의 근본적인 시작은 나잖아. 응? 한승우랑 박지민은 내가 처리할 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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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김태형!!!"

한순간에 호석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화 한 번 안 내는 그가 소리를 있는 힘껏 질렀다. 이런 장면은 저도 처음인지 놀라는 태형, 그리고 가픈 숨을 몰아쉬는 호석.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던 호석이 눈을 반짝이며 태형을 마주보고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다. 그러고 태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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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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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형, 우리 시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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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알았으니까 한 번에 이해해. 알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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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김태형 (25) image

김태형 (25)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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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김태형, 냉정하게 생각해. 지금 저 안에서 싸우는 김석진, 김남준, 전정국, 윤정한 다 강해. 그리고 이제 나도 들어가잖아. 약속할게, 우리 안 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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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그리고 너 없으면 얘네가 어떻게 궁에 제대로 가서 딱딱 일을 끝내냐고. 네가 가서 군사들이며 뭐며 당장 데려와야 할 거 아니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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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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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정호석 (27) image

정호석 (27)

"그리고 무엇보다, 백현 씨 살려내야지. 지금까지 우리 도와주셨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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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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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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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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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네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빨리 애들 데리고 궁으로 가. 그리고 우리 도와줘. 그때 네가 오는 건 말리지 않을게. 반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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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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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27)

"믿는다."

그렇게 살짝 미소를 남긴 호석은 재빨리 날개를 펼쳐 전투가 벌어지는 불구덩이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남은 건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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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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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빈 (23)

"..."

문 빈 (23) image

문 빈 (23)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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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5)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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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빈 (23)

"... 가자. 가서 다 데려오고, 형들이랑 정한이 도와주자. 다들 형이 맡은 일 잘 하게 노력하고 있잖아. 우리도 얼른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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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빈 (23)

"그리고, 나 아까부터 말할려고 했는데."

빈의 다음 말을 들은 태형은 앞뒤 가릴 것 없이 은비, 빈, 예원 모두를 등에 올려 날아올랐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하지만 그의 팔에 걸쳐진 거나 다름없는 백현보다는 나았지.

자꾸 빈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멤돌았다. 정말 이대로 백현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

백현의 몸이 얼음장이었다.

저 방학했어요! 노을 분들도 이제 다 하셨으려나요? 이제 오전에 시간이 조금이나마 생기니까 지금보다는 좀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이것도 이제 슬슬 완결이 다가오네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