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단편] 봄

안녕, 안녕. 내 봄아.

방탄소년단 뷔 단편 빙의글

봄인 게 분명함에도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북적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주머니에 쑤셔놓았던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틀었다. 이내, 흘러내리던 가방을 다시 올리곤 빠른 걸음으로 앞을 향해갔다.

나는 봄이 싫다. 그런 이유에서도 빨리 발걸음을 뗀 것일 듯했다. 자꾸 부딪히는 사람들에 느린 속도로 빠져나가기로 결심했다, 했는데. 아직 벚꽃이 필 시기가 아님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이거 때문이었나, 사람들이 모여든 게. 몇 초 관심을 두었다가 고개를 돌리려 했었을까, 저 멀리 익숙한 형태가 보였다. 긴 머리를 흩날리며 긴 청바지를 입던 그 아이가.

다급히 이어폰을 빼고는 그곳으로 뛰어갔다. 다가가면 갈수록 그 아이의 특유한 향이 풍겨오는 듯했다.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작정 뛰어가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등을 돌리곤 그곳을 벗어났다. 묘한 허탈감이 나를 감쌌다.

그래, 김태형 그 아이는 이미 죽었어. 불규칙적인 호흡을 내뱉고선 떨리는 눈꺼풀을 감았다. " 여기서 뭐 해요 " 달달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였다.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하고, 손이 덜덜 떨려왔다. 다급히 눈을 들어 올렸다. 해맑은 너의 미소가 내 시야를 채웠다. 아기 같던 얼굴이 어느새 숙녀끼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 세상, 내 봄, 내 사랑. 너를 껴안았다.

아까 맡았던 그 냄새완 차원이 다르게 봄내음이 물씬 느껴졌다. 더욱이 힘주어 안았다. 머릿속은 이미 너에게 지배당해 백지였다. 얕게 퍼지는 온기에 온 몸이 뒤틀린다. 나에게 돌아왔다, 네가.

얼굴을 들고는 너를 응시했다. 귓가에 작은 벚꽃가지를 꽂고 있던 네가 연한 분홍색인 입술을 들어 말을 내뱉었다. 보고 싶어,라고.

- 나도 보고싶었어, 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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