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요(싸이코)

저 갖고 노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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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키스 한 사이가 아무 사이도 아니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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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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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저 갖고 노신 거예요? 이런 거 물어보지도 못하는 사이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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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못하는 사이지. 우리가 뭐, 몇번 봤다고."

끝까지 말을 저런 식으로 하는 아저씨에 화가 났다. 그럼 대체 키스는 왜 했대. 그 치명적인 말들은 도대체 왜 했대? 차라리 하지 말지.

그랬으면 쓸데없이 감정 소비할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조금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아저씨가 원망스러웠다. 나만 아저씨를, 특별하게 생각했구나 싶어 괜히 나까지 미워질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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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할말 다 했지? 일어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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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니요. 저 할 말 남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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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랑 말싸움 할 시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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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말싸움 아닌데. 그냥 말 하자구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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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됐다."

아저씨는 내 말은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식탁에서 일어났다. 뭘 다 드시지도 않은 거 같은데, 나 때문에 계속 있으면 불편하니까 일어난 거야? 허 나참, 그래. 그러던가. 하루종일 말 않고 있으면 되곘네!

나도 일어나려 했지만 집사님이 해주신 건데, 남길 수는 없기에 꿋꿋이 자리에 앉아 먹고 일어났다. 금세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이 말이지? 그럼 뭐해, 어차피 같은 방 인데.

괜히 심술이나 뛰지 말럤던 계단을 뛰어서 올라가는데 내 옆엔 아저씨가 내려간다. 깔끔한 정장 차림. 그리고 서류가방. 뭐지? 설마, 나랑 집에 있으면 불편하니까 회사가는 거야? 허, 그렇게 나오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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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저씨! 또 어디 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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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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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뭐야. 원래 회사는요? 다 아저씨가 손 봤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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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옮겼어. 그리고 제발 종알 거리지좀 마. 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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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허, 됐고요! 저도 따라갈래요!"

사실은 얼굴도 안 볼 거였다. 오늘 하루종일 삐져있을 작전이었는데, 그래도 사람의 궁금증은 끝이 없는 거 아닌가. 회사에서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무작정 가고 싶다고 졸랐다.

내 말에 표정이 굳어지는 아저씨. 아, 아니 그렇게까지 정색할 필요는 없잖아... 뾰루퉁한 얼굴은 그만 하기로 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저씨를 바라봤다.

한두번 눈커풀을 껌뻑 거리니 정말 내 말을 들어줄 것만 같았던 아저씨.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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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돼."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 대체 왜? 왜 안되는데! 그냥 회사일 구경하면서... 나도 나중에 사회생활 하는 법 좀 배워갈 수 있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