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01 | 아가씨 호위를 맡은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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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은 안됩니다.

궁궐 앞에 서 있던 호위가 날 막아섰다. 이렇게 진짜 공주를 지켰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덕에 내가 이리도 뻔뻔히 지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이 자리에 있는거지만 말이다.


지안.
전화를 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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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만나실 수 없는 분입니다. 전할말이 있거든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전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지안.
7년전 사라진 공주의 행방에 대해 알고있다 전해주십시오.

내 말을 듣곤 친절했지만 경계를 풀지 않던 호위의 표정이 달라졌다. 1년도 아닌 7년이나 지난 지금 공주의 행방을 알고 있는자가 있을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것이다.

엄청난 단서를 줄지도 모르는 날 바로 궁으로 들이는 왕이라. 그리도 아끼는 딸을 잃어 크게 상심했겠지. 7년간 자신들도 찾지 못한 그 공주의 행방을 상관도 없는 사람이 알고 있다며 궁궐까지 찾아왔는데 안놀랄 수가 없겠지.


지안.
지안 아가씨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절대 꿈조차 꿀 수 없는 자리였던걸요. 이젠 자리를 바꾸어 만나게 되는 날을 기다릴게요 아가씨.

조금은 불안했지만 한참 들뜬 마음으로 전하를 뵙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문이 열려 들어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손님께 내주는 차나 다과가 없는걸 보아하니 날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겠지 아님 너무 놀랐다거나.


지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왕.
우선 신원을 밝히거라. 너의 말을 아직 신뢰할 수 없으니.

문 옆에 서 있던 기사를 보며 눈치를 봤다. 어차피 내가 공주라는걸 밝히면 모두가 알게 될 테지만. 전하는 내 시선이 향하는곳을 보더니 기사를 내보냈다.

왕.
신원조차 밝히지 않는 이의 말을 내 무얼믿고 공주의 행방을 알 수 있겠는냐.

딸과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잘 지키는 전하를 보니 새삼 긴장이 됐다. 공주의 행방을 안다고 이르면 금방이라도 살아있는지부터 물을줄 알았는데.

아마 그토록 아끼던 공주와 관련이 있는 일이니 억지로라도 이성을 붙잡고 있는거겠지. 허나 행방을 안다고 찾아온 이가 7년전 잃은 공주라고 밝히게 되면 이성을 지키는 그것도 여기까지일 것이다.


지안.
저는 지안, 이지안이라 하옵니다 아바마마.

역시 전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공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나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기에 내가 정말 공주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그렇기에 7년동안 공주를 못찾은거겠지.

왕.
다시 한번 신원을 밝혀라. 시원찮은 장난을 한 번 더 쳤다간 무슨 꼴을 볼지는 가장 잘 알고있겠지.


지안.
정말입니다 아바마마. 제가 없어졌던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하겠습니다. 소녀가 기나긴 7년이랑 시간동안 오지 못한 연유도 설명하겠습니다.

이젠 믿을 수 밖에 없을것이다. 7년전 있던 일을 알고 있는것도 나뿐이고 공주의 행방을 제대로 알고있는것도, 공주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것도 나뿐이니.


지안.
7년전..

왕.
눈을 떠보니 또래 여자애 한명이 있었고 그 외는 무엇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그 자들과 살다 뒤늦게 기억이 돌아왔다. 내 말이 맞느냐.


지안.
네 그렇습니다. 기억이 돌아오고 제 시중을 들어주던 아이를 찾아봤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아마 목숨을 잃은게 아닌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왕.
또래 여자애는 어쩌다 거기에 있게 된거지?


지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기억을 못하더군요. 7년간 제 옆을 지켜준 그 아이를 제 옆에 있게 해주십시오.

왕.
너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증명해줄 사람은 없으니 일단 사람을 보내 그 애를 데려와 얘기를 들어보겠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호위를 붙여두지.

그렇게 말하곤 방을 나갔다. 호위를 붙여둔다는건 2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혹여 내가 진짜 공주일 수 있으니 조금의 위험성도 열어두지 않으려는것. 다른 하나는 내가 허튼짓을 할까봐 감시를 위해 붙여둔것이겠지.

그래도 뜻대로 천천히 흘러가는것같은 기분에 웃으며 일어나 문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기위해 손을 뻗었을 땐 이미 문이 열리고 있었다.


김태형.
아가씨 호위를 맡은 김태형이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