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02 | 조금씩 커져가는 의심의 불씨

지안. image

지안.

나의 곁을 지키려고 온것이냐 아님 허튼짓을 할까 감시하러 온것이냐.

물론 저 질문에 감시하러 왔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겠지만, 내가 어느정도 느끼고 있으니 감시하는게 쉽진 않을거라는걸 미리 얘기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누구도 믿어선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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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를 못믿으시는게 당연하나 계속 같이 다녀야 한다면 저희끼리는 신뢰가 있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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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래도 다가올것이냐? 나에게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네가 두번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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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첫번째는 누구였는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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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좋은 사람이다. 허나 내가 큰 죄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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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무슨일인지 더 물어보진 않겠습니다. 아마 안좋은일이시니 이리 표정이 안좋으신거겠지요.

왜 처음 본 그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것일까. 그라면 내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줄것만 같았다. 지안 아가씨 이후에 나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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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안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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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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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는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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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소중한 사람이다. 나의 동생으로 지내왔다 7년간.

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의 인생을 뺏어간 내가 과연 아가씨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것일까. 그녀의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럼 죄책감이 덜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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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체 무슨일인지 잘 모르겠으나 전 설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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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전 지안아가씨의 호위무사 태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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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지안언니.. 이게 대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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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잠시 나가있거라. 따로 얘기를 하고 싶으니.

김태형. image

김태형.

알겠습니다. 필요하시면 부르십시오.

태형이 나가자 설은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안을 쳐다봤고, 지안은 설을 보며 잠깐의 죄책감을 느끼다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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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설아, 사실 난 이 나라에서 7년전 사라진 공주야. 최근에 기억이 점차 돌아와 기억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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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그럼 난.. 동생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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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피가 섞이든 섞이지 않았든 넌 내게 소중한 사람이니 널 계속 내 옆에 둘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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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그대신 약속 하나만 해줘. 아바마마는 네가 내 시녀라고 알고 있으니 밖에선 날 아가씨로 불러야해. 알겠지?

결국, 둘의 관계는 바뀌었다. 아무런 물증이 없었지만 모두가 그녀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너무 믿고싶었는지도 모른다. 7년동안 다들 그리워했고 찾느라 너무나 힘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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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까는 제가 좀 무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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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에이 아닙니다. 저도 언니가 아가씨인걸 오늘 처음 알았으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 그렇습니까?

꽃잎들이 아름답게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큰 벚꽃나무 아래서 쉬고 있을 때 호위무사라던 분이 내쪽으로 다가와 갑자기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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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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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올해로 스물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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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전 스물넷입니다. 사실 궐에 들어오고나서 외로움을 자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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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혹시 가족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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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오해마십시오. 멀리 지내셔서 자주 못뵐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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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 7년전의 기억이 없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7년전까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제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니 제가 더 불행한 인생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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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7년전이면 지안 공주님이 사라지신 그 시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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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습니다. 그때 처음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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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그렇군요. 서로의 아픔을 알고 있으니 궐 안에서 자주 이렇게 꽃을 보며 대화를 나눠도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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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좋습니다. 근데 호칭을 무엇이라 하면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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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오라버니라 하겠습니다. 물론, 저희 둘끼리만의 비밀로 말입니다. 처음으로 오라버니가 생겨 엄청 든든하고 좋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비밀이 생겼다. 생각보다 어색했던 궐은 태형 오라버니 덕에 위치도 좀 익혔으니 꽤나 적응을 한것 같았다.

왕.

저 아이는 누구냐.

지안 공주님의 시녀라 들었습니다.

왕.

저 아이를 나에게 데리고 오거라.

태형과 함께 앉아서 얘기하던 설을 본것일까. 잠시 그 둘을 주시하더니 설을 데리고 오라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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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왕.

지안이와 잘 아는 사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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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7년정도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왕.

납치를 당했었다 들었는데 그 상황에 너도 있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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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그때 처음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저 또한 그곳에 잡혀있었습니다. 태어났을때부터 7년전까지의 기억이 책이 한부분 찢어진듯 아예 기억이 없어 그 당시 상황은 저 또한 알지 못합니다.

왕.

이만 가보거라.

왜인지 호위무사 태형을 보며 웃는 설을 처음 볼 때 과거의 자신에게 환하게 웃던 공주 지안과 겹쳐보였다. 7년만에 찾은 딸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설에게서 들은 대답들은 그의 조금한 의심의 불씨를 조금씩 키워나가기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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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설아 어딜 갔다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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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폐하께서 날 잠깐 부르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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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무슨 얘기를 했어. 있는대로 다 말해줘 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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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그냥 언니랑 잘 아는 사이냐고.. 언니 괜찮아? 안색이 안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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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라 그런가 좀 지치네. 이만 가봐 설아.

설의 저런 순수한 표정과 걱정하는 표정을 더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죄책감이 넘쳐나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으니까. 그녀가 문고리를 닫기전까지 나를 한번씩 쳐다보는게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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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전 행복하고 싶어요 아가씨. 제 행복을 위해서라면 아가씨를 계속 이용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