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03 | 내게 다른 맘을 품어도 괜찮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다 끝나셨습니까?

설. image

설.

네.. 오늘 하루는 하루종일 당황스러운 일만 생기는 날인듯 합니다.

설이 애써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그런 설을 보고 태형은 잠시 뜸도 들이지 않고 눈을 끝까지 마주쳐주며 답을 했다. 그런 태형이의 눈을 설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잘 들어주었고.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런거라면 너무 신경쓰시지 마십시오. 아가씨의 지위가 어떻든 두분의 사이는 여전할테니까요.

태형의 말을 다 듣곤 주변 사람들마저 기분이 좋아질만큼 예쁘게 웃으며 다시 설이답게 대답을 했다.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인다는 표정으로. 그리고 태형은 역시 이 아이는 웃는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설을 따라 싱긋 웃었다.

설. image

설.

그렇겠죠? 저랑 아가씨는 7년간 충분히 친하게 지냈으니까요.

설이가 나가고 얼마 안 가 내 호위무사와 설이가 웃으며 얘기하는 소리가 문을 뚫고 지안의 귀로 들어왔다. 나라를 잃은듯 한 표정을 지으며 나가더니 어째서 그렇게 금방 웃는것이냐. 네가 아닌 내가 행복해져야하는것인데.

지안. image

지안.

아가씨는 어째서 제가 이루고 싶은걸 그리 쉽게 이루는 것입니까. 하지만, 누군가를 해치며까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저의 마음을 알아주셨음 합니다.

지안은 웃으며 얘기중인 설과 태형의 말을 끊고 태형에게 말을 걸었다. 태형은 지안의 호위무사이고 모셔야하는 사람이기에 그 말에 거역할 수 없다는걸 지안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지안. image

지안.

잠깐 궁 안을 둘러볼건데, 구조를 알려줄 수 있느냐.

김태형. image

김태형.

궁 말입니까?

지안. image

지안.

아직 궁 안 구조를 잘 몰라서 말이지. 잠깐 걷고 싶기도 하고.

김태형. image

김태형.

네,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

설. image

설.

저 아가씨..!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저도 구조를 잘 몰라서..

태형과 얘기하다 금방 끝난 게 아쉬운것인지 나와 얘기를 나누려 같이 가자고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설과 함께 같이 갈 생각은 없었다.

지안. image

지안.

따로 할 얘기들이 있어 같이 가지는 못할듯 싶구나. 대신 궁은 다음에 나와 둘이 둘러보자꾸나.

설. image

설.

좋아요 아가씨!

설이 반응을 보니 아마 나와 따로 얘기를 하고 싶은 시간을 갖고 싶었나 보다. 하긴, 갑자기 많은걸 알아버렸으니 그럴만도 하지. 그녀는 나와의 사이가 여전하단걸 혼자라도 확신하고 싶어할것이다.

지안. image

지안.

그래, 잠깐 쉬고 있어 설아. 이제 가자꾸나

김태형. image

김태형.

네, 아가씨..

새삼스럽지만 모두가 나에게 존댓말과 아가씨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보니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나에게 속고 있는것이지만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누릴 수 있다는것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했다.

지안. image

지안.

역시 7년 전과는 조금씩 달라졌구나.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런가요? 하긴, 7년이면 적은 시간도 아닐테니 그럴만도 하겠군요. 어느곳을 좀 더 알고 싶으신가요?

지안. image

지안.

글쎄, 궁 안 구조를 알고 싶다는건 조금의 핑계였을뿐이니.

김태형. image

김태형.

저에게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겁니까.

지안. image

지안.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어차피 호위를 해야할 입장이라면 좋은 관계인게 좋지 않겠냐고. 나도 어느정도 그 말에 동의하기에 이런 시간을 만들어본것이다.

지안. image

지안.

널 뭐라 불러야 할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구나.

김태형. image

김태형.

편히 부르시면 됩니다.

지안. image

지안.

올해로 몇살이지?

김태형. image

김태형.

올해로 스물넷입니다.

지안. image

지안.

그렇구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편히 불러도 되는것이냐.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가씨가 지위가 높으시니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좋은 관계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지위가 높으신 아가씨와 저는 가까이 하면서도 가까이 해서는 안됩니다. 그저 나쁘지 않은 관계였으면 했을 뿐이니 제 말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상외의 대답이었다. 물론 공주는 품위를 지켜야하고 신하들과 긴밀한 관계로 발전해서는 안된다는걸 알고 있지만 설이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아가씨는 제가 지켜드려야하는 분입니다. 저와 친해지셨다가 혹여 제가 아가씨게 다른 맘을 품을 수도 있으니 미리 거리를 두셔야 합니다.

지안. image

지안.

내가 허락하지. 내게 다른 맘을 품어도 괜찮다. 내가 너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다면 그땐 어쩔 생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