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05 | 엇갈리는 시선.



김태형.
이게 무슨.. 설아 괜찮은것이냐. 어디 다친곳이라도..


설.
오라버니..

무서워 심장이 내려앉을 때 즈음 눈 앞엔 오라버니가 서있었다. 큰 안도감에 너무 놀라 커진 눈으로 괜찮냐고 묻는 오라버니의 품에 안겨버렸다.


김태형.
ㅈ..잠깐. 괜찮은건 맞는것이냐.

잠깐의 정적을 깨고 꼭 안고 있던 나의 어깨를 잡고 조금 뗀 후 물었다. 아마 많이 당황했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것에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설.
괜찮습니다. 근데 어찌 이곳을 찾아오신것입니까.


김태형.
한 여인의 소리가 계속 들리는듯 하여 둘러보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일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대체 이 시간에 이 곳엔 왜 있었으며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것이냐.


설.
아가씨께서 책을 읽고 싶으시다 하여 왔던 길입니다. 중간에 갇혀 지금까지 안에 있었던것입니다.

오라버니는 마음에 담아 둔 여인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말도 없이 안아버려서 곤란한것은 아닐까. 갑자기 드는 안좋은 생각에 기분은 바닥을 뚫고 내려갈 지경이었다. 어느샌가 커져버린 마음은 통제하기 어려웠다. 아직 뭐라 정의해야할지는 모르는 이 마음을


설.
고마워요 오라버니..


김태형.
설아.


설.
저는 아가씨께서 기다리실테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오라버니의 말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아 급히 일어나 자리를 떴다. 그 말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어떤 말이든 듣고 싶지 않았다.


김태형.
데려다 줄게 설아.


설.
아뇨, 이 시간에 남녀가 같이 있으면 괜히 오해를 살것입니다. 그리고 오라버니께선 연모하는 여인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설.
제게 이리 잘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국 선을 그었다. 내 입을 나와 그 말이 내 목소리로 내 귀에 들어온 순간 그것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내가 그 사실을 인정하건 말건 그건 내가 상관할일이 아니다. 그가 연모하는 여인과 난 상관이 없기 때문에.


설.
먼저 가보겠습니다.


김태형.
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간다는 설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무언가 큰 오해가 생겼단걸 직감했다. 하지만 그런 설의 반응은 태형에게 조금의 여지를 주었다.



지안.
왜 이리 늦게온것이며 내가 가지고 오라던 책은 어쩌고 빈손인것이냐.


설.
죄송합니다 아가씨. 중간에 일이 생겨서..


지안.
무슨 일이라도 있던 것이냐?


설.
다친곳은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오라버니께서 도움을 주셔서 괜찮았습니다.


지안.
태형이를 말하는것이냐?

어째서 내가 하는 모든것들은 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것인지, 항상 너가 관련되면 내가 뜻하는대로 흘러가는 꼴을 볼 수가 없다.


지안.
다행이구나. 넌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니 말이야.


설.
네..?


지안.
아 잠시 생각에 빠져 이상한 소리를 한듯 하구나.

한참 말조심을 해야할 시기에 생각에 빠져 아무말이나 내뱉다니, 이 짓도 참 피곤하구나. 내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건 여태 고생한 내게 하늘에서 주는 기회인데 사소한 행동 하나로 끝을 볼 순 없다. 좀만 더 참으면 서스름 없이 판이 잘 돌아가겠지.


설.
아가씨, 방으로 먼저 돌아가봐도 괜찮겠습니까? 오늘 좀 놀란듯하여 일찍 잠에 들고 싶습니다.


지안.
먼저 들어가거라. 나도 오늘은 좀 피곤하구나.


설.
대체 아가씨는 그걸 어찌 안것일까. 내가 어두운곳을 무서워 한다는건 7년간 함께한 언니가 모를 수 없는 사실이지만.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7년 전 사라진 공주가 자신인걸 알면서도 날 벌지 않고 이곳으로 데려와 같이 지낼 수 있게 해줬던 언니가 그럴리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 했다. 제 3자가 들었다면 분명 확신을 했을 상황이지만.


설.
내가 어두운 곳에 갇힌것은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