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07 | 내가 너를 연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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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상자..?

왕.

궁에 들어온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찌 궁궐에 관한 기억이 있는것인지 설명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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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꿈에서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못할정도로 현실같은 꿈을 꾸곤 합니다. 조금 흐릿하지만 낯이 익은 기분이라.. 이 상자가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설에게 7년 전 잃은 딸의 느낌이 나 7년만에 돌아와준 지안이에게 몹쓸짓이라 생각했는데, 설이 이 상자를 찾으며 낯이 익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왕.

그 상자, 열어보거라. 조금이라도 익숙하거나 생각나는것이 있다면 말해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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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하지만, 이것은 공주님이 묻으신게 아닌가요?

왕.

그래, 공주가 묻은게 맞지. 허나 그 아이는 그 무엇도 생각하지 못하는데 네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는게 이상하지 않느냐. 그러니 얼른 열어보거라.

설은 겉에 묻어있는 흙을 조심히 털어내고 바닥에 앉아 상자를 조심히 열었다. 상자 안에는 책과 비슷한 형태지만 책이 아닌 조금 두께가 있는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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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책 같은데.. 아마 공주님께서 이 안에 무언가를 적으신것 같습니다.

왕.

어디, 뭐라 적혔는지 읽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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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그게.. 중간까지는 지워진 부분도 많고 흙도 들어가 얼룩져 도저히 읽을 수가 ㅇ벗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무언가를 썼단 사실 말고는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멀쩡히 읽을 수 있는데는 고작해봐야 서너장 정도였고 그 서너장도 조금은 번지고 얼룩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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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뒷부분 몇장은 읽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을 읽어보니 이건 공주님의 일기장이였던걸 알 수 있었다. 내용은 하루도 빠짐없이 다 쓴 첫 일기장을 그저 아무곳에나 뒀다 잊혀져 누가 치워버려지는것보다 나중에 자신이 컸을 때 아바마마와 꺼내보며 추억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모든게 서툴렀던 첫 일기장이지만 너무 착하고 순수한 성격이 다 드러났다. 그 서투른 일기장 중 고작 한장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이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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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아..

상자를 찾았을 때만 해도, 일기장을 펼쳐 볼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다 마지막 내용을 읽고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그리고 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무언가가 끝날 때 쯤 그날의 기억은 끊겼다.

지안. image

지안.

항상 아가씨를 중심으로 일이 돌아가는것은 마음에 들지 ㅇ낳지만 아가씨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을테니 이젠 스스로를 믿을 수 밖에 없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크게 실망해 뒤를 돌아 갈 길을 가시던 그 뒷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불안했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제와서 들킬 수는 없다. 괜한 손톱을 괴롭히며 예전 공주님의 행동들을 되뇌었다.

하지만 생각나는건 그저 날 벚꽂나무로 데리고 가셨다는것. 그리고 이 나무를 매우 좋아한다며 매번 같은 말을 내게 해주셨던 것.

지안. image

지안.

.. 벚꽃나무. 거기에 가면 무언가 더 생각날 수도 있을거야.

저녁인 지금, 호위무사인 태형도 자기 할것을 할 시간이니 지금이야 말로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벚꽃나무와 가까워졌을 때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밤중도 아니지만 생각보다 어두워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 익숙한 모습은 분명 태형이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왔구나 설아.

태형이를 보고 놀라 뒷걸음치던 중 왔냐는 말에 뒤를 돌았다. 하지만, 나를 부르는게 아닌 설이를 불렀다는게 문제였겠지만. 태형이가 불렀는데도 설이가 오지 않았다는게 좀 이상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내가 그리 가도 되겠느냐.

지안. image

지안.

아니요. 그곳에서 말씀하십시오.

혹여 들킬까 말을 짧게 했다. 대체 할 말이 무엇이길래 이리도 어두울 때 설이를 부른것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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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큰 오해를 하는듯 하여 불렀다. 무엇인지 대충 예상이 가느냐?

지안. image

지안.

잘 모르겠습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내가 너를 연모하고 있다.

정말 아니었음 했던 그 말이 맞았다. 설이가 오지 않았다는건 어쩌면 거절이였을 수도 있었을까. 내가 오지 않았다면 이 비참한 말을 듣지 않았을텐데.

설이는 일기장을 읽다가 쓰러져서 오지 못한 상황입니다. 주현이가 설인척 하며 대답을 하는 이 상황.. 이해가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