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08 | 드러난 진실



지안.
죄송하지만 전 연모하는 분이 있습니다. 더이상 할말이 없으시다면 가보겠습니다.


김태형.
설아 잠시만.. 기다리거라


지안.
다가오지 마십시오. 더이상 사이가 불편해지는걸 원치 않습니다.

결국,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수를 꽂았다. 아파하고 힘들어할걸 알면서도 상처를 줬다.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들은 이 순간이 너무나 초라했으니까. 더이상 바닥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날 좋아해줬으면 했지만 신분이 바뀌어도 모두가 아가씨만을 바라봤다.


왕.
정신이 드는것이냐.


설.
제가 왜 이곳에 있는것인지..

왕.
어제 이 일기장을 보더니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방금 정신이 든 너에게 이리 급하게 듣고 싶진 않지만 마음이 너무 급한걸 이해해줬으면 하구나. 저 일기장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것이냐.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눈을 뜨자, 깨어난 날 본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응시하며 여러가지를 물어왔다. 너무나 복잡해보이는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초조해보였다.


설.
공주님이 혹시 어릴적 어두운곳에 갇힌적이 있습니까?

왕.
기억이 있는것이냐.


설.
최근에 책방에 갇힌적이 있는데, 그때 한 소녀가 울며 소리치는 기억이 갑자기 나더니 머리가 깨질듯 아파왔습니다..

왕.
또 기억나는것은 없는것이냐.


설.
주현이라는 아이와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왕.
지안아, 미안하구나. 널 눈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설.
보고싶었습니다 아바마마..

서서히 기억들이 모두 돌아왔다. 아바마마가 그리웠다고 꼭 말하고 싶었다. 책 속 찢어졌던 페이지들이 하나씩 돌아오자 가슴이 먹먹해진 느낌이 들었다. 행복했던 과거들이 하나씩 스쳐지나갈때마다 어릴때의 난 밝게 웃고 있었다.


설.
아바마마, 우선 급하게 해결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조금 진정이 되고 나서야 태형이 떠올랐다. 계속 기다린다고 말했던 그가 생각이 나 기억이 되돌아온지 그리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그에게로 향했다.


설.
오늘의 일은 당분간 비밀로 해주십시오. 지안언니와 풀어야할 일들이 많습니다. 대체 무슨일을 벌인것인지, 그렇게 한 연유는 무엇인지..

왕.
당장이라도 목을 베고 싶지만 7년간 너의 언니 노릇을 했다 들었으니 우선 너의 말을 들어주겠다.



설.
오라버니.. 죄송합니다 어제는 제가..


김태형.
네가 미안할건 없다. 이젠 너를 잘 보지 못할듯하구나.

내가 어제 나가지 않은게 화가 난것일까. 그는 어제와 다르게 너무나 차가웠다. 이제야 점점 일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우린 매번 엇갈리는것일까.


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십니까.


김태형.
감정이란건 하루만에 정리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제발 날 떠나지 말라고, 내 곁에 있어달라 하고 싶었으나 네가 가버리지 않았느냐..


설.
잃어버렸던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어제 그 일로 쓰러져 오라버니를 만나러 오지 못했단 말입니다.


김태형.
괜찮은것이냐. 지금 이런 상황에 날 보러 오면 어쩌자는것이냐.


설.
제겐 오라버니가 중요합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쓰러졌다 일어난 상황에 기달릴거라던 오라버니의 말씀이 생각나 달려왔단 말입니다.


김태형.
그럼 어제는 대체.. 설이 네가 연모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하였다. 다가오지 말라며 나를 거절했었는데 어제의 그 사람은 누구인것이냐.


설.
제가 연모하는 분은 있습니다.


김태형.
내가 여태 잘못 판단하고 있었구나. 네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을거라 생각하였는데..


설.
조금이 아니라 많이 있습니다. 연모합니다 오라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