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상처들과 내 마음의 상처의 공통점
[제 03화]


* 1화와 이어집니다.


전정국
"......"

박지민은 꼴이 말이 아니였다. 자신에 대해 안좋은 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이였지만, 박지민을 도와주고 싶었다. 이대로 모른 척하기에는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이지호의 패거리들은 악랄했다. 기도 죽지 않고 당당했던 정국이였지만, 계속된 괴롭힘에 지쳐만갔다. 정국은 자존심에 날 대로 난 스크레치를 뒤로한 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정국의 집.


전정국
"다녀왔습니다."

쨍그랑- , 정국이 집에 들어서자 마자 난 소리였다.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이 저택에서, 저택 못지 않게 비싸보이는 접시가 정국을 향해 날라왔다. 다행이도 정통으로 맞진 않았지만 왼쪽 볼에서 살짝 피가 흘렀다.

아버지
"야, 너 지금 어따위로 사는거야?"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정국을 향해 소리쳤다. 옆에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말릴 생각도 없어보였다. 오히려 웃음을 감추는데 힘쓸 뿐.


전정국
"......"

아버지
"대답 안 해? 평소에 행실을 어떻게 하길래 그따위 소문이 나냐고. 이 아비 얼굴에 먹칠하고 싶은 거야?"

아, 헛소문이 이 인간 귀에도 들어갔나보네...


전정국
"제가 뭘 하든 그쪽이 무슨 상관인데요. 어짜피 친자식도 아니면서."

아버지
"뭐? 그동안 제가 먹여주고 재워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전정국
"이미지 때문에 저 여기로 데려오신 거 아니예요?"


전정국
"국회의원 ○○○, 사고로 가족을 잃어 힘들어하는 아이 입양. 잘키우겠다, 잘 돌보겠다..사람들 앞에선 이렇게 말했으면서."

인간은 믿을 것이 못된다. 제 아무리 친절하다고 해도, 믿음이 간다해도... 그 인간이 언제 뒤통수 칠지 모르니까.

아버지
"그래서 그게 왜? 너도 돈 많은 집에 와서 좋고, 난 이미지 좋아져서 좋고. 서로 이득이구만."

아버지
"오히려 너가 감사해야 할 일 아니야?"

그 말이 맞긴 맞다. 돈의 권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정국에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다. 덕분에 성적으로 전교에서 상위권도 들고 악기에, 춤에, 노래에. 뭐든 다 배울 수 있었다. 정국이 일명, 엄친아가 된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정국
"감사요? 전 그딴 거..원한 적 없어요. 그리고 저에게 쏟은 돈, 다 이미지 때문이잖아요. 그깟 이미지가 뭐라고..."

정국은 사랑이 고팠다. 관심과 애정을 못 받고 자란 그라면 특히 더. 정국이 느낀 사랑이라면 카메라 앞에서 주고 받은 대화, 그뿐이 다였다. 너무 서러웠다.

아버지
"뭐? 전정국. 계속 말 그따위로 할거야?"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와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정국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한사람 인생을 망치는게 단 한마디면 되는 정도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였으니까.

정국은 결국 충동을 못이기고 집을 나와 골목으로 들어섰다. 아버지가 내뱉는 욕설 따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갈 때가 어디있겠는가. 정국은 문득 후회가 됬다.


전정국
"돈 좀 가지고 나올걸..."

점점 날이 어두워졌다. 아직 서늘한 날씨 탓에 팔 다리가 오들오들 떨렸다. 설상가상으로 주저 앉은 바닥에선 찬기가 올라왔다.

뚜벅- 뚜벅-

저 멀리서 사람의 걸음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말하자면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이 골목은 사람이 잘 안 다니는 곳인데...지금 이 시간이라면 더. 정국은 의아했다.

검은 면티에 검은 긴바지. 그리고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 검은 비닐봉지까지.


전정국
'검은색 애호가인가...'

뭔가 특이한 사람 같았다. 그때 정국의 뇌리를 스친 생각.


전정국
'요근처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데 혹시 범인인가..?!'

터무니없는 생각같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다. 반강제로 검은색 애호가가 된 그 남성은 걸음을 빨리해 정국 앞에 섰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웬지모를 두려움에 땅만보고 있는 정국을 쳐다보며, 그가 입을 뗐다.

???
"전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