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상처들과 내 마음의 상처의 공통점
[제 05화]


다음날, ☆☆고.

드르륵-, 교실문이 열리고 정국과 지민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며 들어왔다. 하지만 다정한 그 모습을 가만히 내버려 둘 이지호가 아니였다.


이지호
"찐따들 끼리 잘도 노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다 사실이구나?"


이지호
"암 그렇고 말고, 역시 옛말은 틀린 거 하나 없다니까~"

혼자 자문자답을 하며 시비를 거는 이지호였다. 그렇게 할 짓이 없나. 그냥 단순히 시비충인걸까. 우리를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이지호는 지민과 정국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지민의 머리 위에 우유를 쏟아버렸다.

아무 이유없이. 어이없게도, 아무 맥락없이.


박지민
"......"

뚝뚝-, 예쁘게 차려 입은 교복 위에는 흰 우유가 흘렀다. 옷깃에서 우유가 떨어질 때 마다 지민의 고개는 숙여져만 갔다.


이지호
"어쩌냐~ 다 젖었네."


이지호
"뭐..혹시 알아? 그 우유 먹고 키가 조금이라도 클지ㅋ"


전정국
"뭐? 말 다했냐."

정국은 매서운 눈빛으로 이지호를 노려봤다.


박지민
"정국아, 참아.. 제발."

지민은 정국이 화가 나 자신에게 악이 되는 짓을 저지를까 걱정이 되었다. 자신 때문에 정국이 해를 입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또한, 이런 쨉도 안되는 농락에 정국이 넘어가지 않기를 바랬다.


전정국
"넌 왜 참고만 있는거야? 왜 다른 사람만 생각하고 너는 생각 안하는 건데?"


전정국
"정작..너는 왜 생각 안하냐고.. 대체 왜!"

정국이 울먹거리며 지민에게 화를 냈다.


박지민
"미안해..."


전정국
"제발 그 말 좀 하지마... 넌 왜 미안하다는 말 밖에 안해? 너는 잘못한 거 없잖아."

정국아, 난 사실 그동안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 내가..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테니까.


전정국
"가해자는 저 새#들이지. 사과해야 되는 건 걔네들이지... 너도 보여줘! 네가 어떤 앤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


전정국
"넌 당당해져도 된다고."

내가 잘못 알고 있었어. 내가 틀렸어... 사실 나도 당당해지고 싶어. 근데 잘 안되더라.

잘난 니네들이 뭘 안다고. 나같은 애들의 기분을 언제 헤아려줬다고.


박지민
"아니. 나한테는 그런 거... 말할 자격따위 없어. 넌 몰라..."


박지민
"잘난 니네들은..그딴 기분 모른다고!!!"


전정국
"그런 거 말하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한데?"


전정국
"너라는 존재만 있으면 된거야. 그걸로 충분해."


박지민
"아니야...다 겉만 번지르르한 쓰레기일 뿐이야..."


전정국
"오히려 너가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거 아니야?"

아니.

넌 몰라.


전정국
"너 스스로 없었던 유리벽을 만들고, 자격지심에 빠져서 혼자 괴로워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잘난 니네들은 내 기분 이해 못한다고.


박지민
"그렇게 말하지마...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니들이 그렇게 잘났냐...

그렇게 잘나면 사람 하나 무시해도 되는거냐...


전정국
"박지민..."

지민은 이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결국, 지민조차 울음을 터뜨렸다.


박지민
"미안해...끅, 너무 무서웠,어. 나, 때문,에 소중한, 끅, 널 잃지는, 않,을까..."


박지민
"나 바보같은 거 알아. 혼자 망상하고 괴로워한다는 거, 다 알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너무 힘들어서 내 멋대로 생각 한 것 같아."


전정국
울어... 속편하게. 오히려 그렇게 위축되어 있으면 걔네들만 좋은거야. 조금 더 당당해져. 걔네들이 널 얕보지 못하게."


박지민
"이렇게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젠 나도 너무 지쳤어."


전정국
"진짜 멍청하다니까... 너없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안되는데."

정국은 지민이 우유에 젖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았다. 그때 둘은 느꼈다.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없으면 얼마나 힘들지.


이지호
"아 뭐야, 재미없게. 얘들아 가자."

자기소개를 하며 자신의 재수없음을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이지호였다.


전정국
"일어나자. 얘들 다 쳐다본다."


박지민
"응..."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반 아이들부터, 심지어 선생님까지. 모두가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전정국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왜 한 명도 안 도와주냐..."

정국은 잠시 중얼거린 후, 지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민은 싱긋 웃으며 그 손을 잡고 일어났고, 그 타이밍에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담임쌤
"어후... 이 냄새 뭐니? 누가 상한 음식 가지고 왔냐?"

"박지민이랑 전정국 몸에서 나는 거래요~"

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국과 지민을 눈동자에 담은 선생님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담임쌤
"야, 니네 둘. 빨리 화장실 가서 씻고 와. 냄새난다."


전정국
"네...죄송합니다."

정국과 지민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


전정국
"하..."


박지민
"짜식~ 천하의 전정국이 웬 한숨???"

정국이 화났다는 걸 인지한 지민은 정국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하여 일부러 오버 액션을 하였다. 그냥..정국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랬다.


전정국
"그냥... 그러고도 인간인가 싶어서."


박지민
"ㅇ,어?"


전정국
"얘들 다 알잖아. 우리 왕따라는 거, 너 괴롭힘 받고 있다는거. 심지어 쌤들도 아시지."


전정국
"담임이란 인간이 냄새난다가 뭐냐, 냄새난다가. 걱정은 못해줄 망정..."

방관자가 한 두 명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이 현실이, 이지호의 아버지가 돈이 많다고 해서 모두가 벌벌 떠는 이 상황이 너무 화가 났다. 돈,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


전정국
"하..."


전정국
"지민아, 넌 괜찮아?"

'아, 전정국 이 바보야. 설마 괜찮을 리가 있겠냐.' 정국은 그 말을 하고선 바로 후회했다.


전정국
"아니 그냥... 힘들면 말하라고... 혼자 담아두지 말고."


박지민
"정국아."

지민의 슬픈 미소를 지으며 정국을 불렀다. 그리고 정국은 대답대신 지민을 바라보았다.


박지민
"난 괜찮아."

[지민.ver]

너무 고마워.

나한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줘서.

나 너무 힘들었어.

그 물음이 너무 반가웠어.

근데 왜지.

아무일 없다고, 무슨일 있겠냐고.

괜찮다고...

나 왜 저렇게 대답했지.

용기가 아직 없는 건가.

창피한 걸까.

그냥 바보인건가.

나 안 힘든건가.

아파 죽을 것 같다고. 너무 괴롭다고.

나 혼자 착각하고 있었던 건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데,

나 너무 괴로운데.

나도 날 모르겠어.

그냥 다 날 싫어하고 증오하는 거 같아.

나 너무 힘든데,

마지막 발악이라고 노력해보는데,

되는게 하나도 없네.

너무 힘들다.

지금의 문제가, 사소하지만 큰상처가.

그 눈빛 하나 하나가.

날 지옥으로 몰아가.

내 얘기 한 번만 들어주면 안될까?

힘든데. 힘든걸 말하고 싶은데.

자그만한 위로라도 받고 싶은데.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두려워.

나도...

나도..정국이,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정국.ver]


박지민
"난 괜찮아."

거짓말.

지민의 말을 듣자마자 생각난 단어였다. 다 괜찮다며 자기 자신조차 속이는 그에 정국은 가슴이 아파왔다.


전정국
"굳이 안 감춰도 되는데..."

정국은 작게 읆조린 뒤, 지민의 시선을 피했다.


전정국
"얼른 씻고 가자. 수업 시작하겠다."


박지민
"응..."

정국은 다짐했다. 지민의 이쁜 미소를 다시 짓게 만들겠다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시는 이런 일 겪지 않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정당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복수해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