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후배 일진에게 찍혔을 때
미안해


맑고 또랑또랑한 박지민의 큰 목소리에 고백은 원치않게 공개고백이 되어버렸다.

나는 당황해 눈동자를 굴리며 김태형을 눈으로 찾고 있었다.


민여주
ㅇ, 어.. 나랑 사귀자고?


박지민
네. 여주선배님이 좋아서.


민여주
..그치만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때까지 고백을 받는 쪽이 아닌 고백을 하는 쪽이였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고등학교때부터 고백을 많이 받아봤다.

하지만 왜 나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박지민
성격도 좋으시고, 귀엽고, 예쁘고..


민여주
그래도 너한테 벌점 막 추가한 사람이 좋아?


박지민
네. 이렇게 당황하고 방황하는 모습도 귀엽잖아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대답하는 박지민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예전에 내가 고백했을 때 차이는 그 기분을 알았기에 조금 망설여졌다.

그러면 안되는데.


박지민
지금 말하기 곤란하면 나중에 답해줘도 돼요.


민여주
···고마워.

많은 학생들이 동그랗게 박지민과 나를 감싸고 있어 쉽게 다갈 수 없었다.

나는 당황해 발만 동동 굴렸고, 박지민은 내 어깨에 한 손을 올리고 한 손으로는 다른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갈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인파를 뚫고나서 나를 반기는 것은 화난 표정을 한 김태형이였다.


김태형
지금은 등교마저 할건데.


김태형
이따가 저랑 말 좀 해요.

몇분전만 해도 달달했던 분위기는 집어치운지 오래.

살벌한 분위기가 나와 김태형의 감정을 흔들리게 했다.

아으.. 망했어.

왜 거절을 못해서..

그래도.. 그 찰나의 시간에 보인 박지민의 얼굴이 씁쓸해보였다.

그것 때문에 더 흔들렸을지도..


김지율
김여주! 저 밖에서 누가 너 불러.


민여주
헐, 김지율?

누군가 나를 부른다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김지율
그래그래. 나다.


민여주
너 왜 그동안 학교 안 나왔어?


김지율
몰랐어? 나 여행다녀왔는데.


민여주
아,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김지율
올, 나 걱정해준거야?


민여주
ㅋㅋㅋㅋ그래. 걱정했어.


김지율
아, 근데 지금 우리 이렇게 떠들 때가 아니야..


김지율
명찰 보니까 후배같던데 너 찾아. 엄청 굳은 표정으로.


민여주
아.. 김태형이구나.


민여주
알려줘서 고마워.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


김지율
응응.


김태형
아까 복도는 사람 많길래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민여주
근데 여기 막 들어와도 되는건가..


김태형
그건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김태형
아까 왜 그랬어요.

다정했던 박지민의 목소리와는 다른 날카로운 목소리.

이런 순간에 비교를 하면 안되지만 자꾸 생각났다.


민여주
..미안해. 순간 거절하기 미안해서.


김태형
누나, 나 좋아하는 거 맞죠?


민여주
응, 맞지.


김태형
근데 왜 그래요..

갑자기 김태형의 이마가 내 어깨에 닿더니 김태형이 힘겹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김태형
불안해요. 누나 뺏길까봐.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는 김태형은 그야말로 진짜 강아지 같았다.


민여주
푸흑.. 미안해.


민여주
정 그러면 우리 공개연애할까?


김태형
나야 좋죠.. 근데 누나 힘들잖아요..


민여주
괜찮아. 너가 안 힘들어야 나도 안 힘들어.


김태형
크힣.. 그럼 이제 당당하게 손 잡고 다녀도 되고,


김태형
아침에 해줬던 뽀뽀도.. 매일 받을 수 있겠네요!


민여주
꼭 그렇게 뽀뽀라는 단어를 강조해야됐니..

김태형의 말에 나는 귀가 빨개졌고 김태형은 큭큭대며 내 손을 잡고 체육관을 벗어나 복도를 돌아다녔다.


민여주
꼭 이렇게 돌아가야돼?


김태형
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다 보잖아요.


김태형
누나는 내꺼고 아무도 못 건들인다는 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