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우산 하나, 그리고 유난히 밝은 밤.


톡 톡 톡

쏴아아아-


홍지유
헉 뭐야, 지금 비오냐..?


홍지유
간만에 일찍 퇴근하나 했더니.. 그칠 때 까지 기다려야하잖아.


정휘인(팀장)
지유씨~ 퇴근 안해요?


홍지유
넵.. 비 그치면 가려구요. 팀장님은 지금 퇴근하세요?


정휘인(팀장)
네 오늘 동생 생일이라~


홍지유
팀장님 동생 있으시구나~


정휘인(팀장)
진짜 말 안듣는 동생 하나 있어요 ㅎㅎ


정휘인(팀장)
늦겠다. 지유씨 저 먼저 갈게요. 집에 잘 들어가요~


홍지유
넵, 팀장님 안녕히 가세요~!


홍지유
다들 퇴근 했겠지.. 전체 조기퇴근이니까.


홍지유
오랜만에 회사 구경 좀 할까~ 일 하느라 여태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

우르르쾅쾅!

•••쏴아아아


홍지유
와..이거 오늘안에 그치긴 할까.

툭


홍지유
? 뭔소리야 무섭게.

아직 누가 남아있나 슬며시 눈을 굴리며 주위를 훑는다. 설마 귀신일리는 없고.. 다행히도 커피를 떨어트린 그는 왠지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홍지유
어-. 최승철이네.

아이는 그를 놀래키려 슬그머니. 다가가서는 그 넓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홍지유
최승철-! 퇴근 안하고 뭐해요.

하지만 아이를 쳐다본 건 평소의 강아지 같던 승철이 아니었겠지.

이 날씨에 땀을 뚝뚝 흘리면서, 눈도 풀려가지고는 숨을 고르게 쉬지 못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덜덜 떨고 있는 놈이었다.


홍지유
? 뭐야. 어디 아파요? 왜, 아니 일단 숙직실가서 누워요

마침 조금만 가면 숙직실이었지. 아이는 걱정서린 눈으로 놈을 부축하면서 말했어.

왜, 아프고 그래요. 맘 찢어지게.

침대에 눕혀 놓고 잔뜩 열이 올라 숨을 가쁘게 쉬는 놈을 보며 걱정이 되는 아이였다. 왜 아프고 난리야. 물수건이라도 적셔 놈의 이마에 올려보지만 나아지긴 커녕 더 상태가 안좋아졌다.


홍지유
아니..최승철.. 병원을 데려갈 수도 없고..


최승철
하아..쓸데..없이 병원 가봤.자 소용없어..


홍지유
왜 소용이 없어. 수건 더 적셔올게요 좀 나아지면 병원 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를 힐끗 보더니 놈의 손이 아이의 손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최승철
됐어


홍지유
뭐가 됐어요. 너 지금 심각해. 완전 불덩이에다가 혈색도 안좋아보인다구요.


최승철
하아..그냥 둬.. 도와줄 거 아니잖아요.


홍지유
지금 도와주려 하잖아요. 다 해줄게요 말만해. 못할게 어딨어.


최승철
..진짜 도와줄거예요?


홍지유
두 번 말 안해요.

놈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아이의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말했지. 해준다 했어. 무르지 마.

놈이 아이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손으로 쓸었다. 아이는 갑작스런 스킨쉽에 당황스러워하겠지. 지금 뭐하는거예요? 아이의 말에 놈은 눈을 맞추고 말했다. 힘빼요 좀 따가울거야.

아이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지. 아니 잠ㄲ, 놈은 아이가 말할 틈도 없이 바로 목덜미를 최대한 아프지않게, 부드럽게 물었어.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니가 아이의 목덜미를 뚫고 들어가자 따갑고 싸한 느낌에 아이는 절로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아니 대체 뭐하는건데..! 놈은 아이의 피를 취하곤 점점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 했다. 미안, 미안해요. 이거 비밀로 해줘.

설마, 뭐 뱀파이어 그런건가. 진짜 그 만화에서나 보던 피먹고 사는 그걸까. 만화처럼 동물피를 먹진 않는건가 아이는 머리가 복잡하겠지.


최승철
아팠죠, 미안해 진짜.


홍지유
아니 아픈건 둘째치고 대체 뭔데요. 진짜 막 그런 뱀파이어예요? 아니 그럼 어떻게 살아? 막 지나가는 사람 잡아서 피먹어요?


최승철
아...진짜 비밀로 해줘요.


홍지유
빨리


최승철
으응.. 뱀파이어 맞구요. 아니요.. 잡아먹진 않아요. 평소에 항상 먹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네. 이렇게 달이 밝을때마다 발작이 안일어나니까.


최승철
평소엔 멀쩡하다가 달이 밝은 날만 그래요. 그때만 잘 버티면 아무일도 없어.


홍지유
인생 피곤하다. 엄청 아파보이던데 그걸 매번 어떻게 버텨.


최승철
익숙하니까. 그리고 미안해요. 오늘 달 그거 안보고 왔어. 아플텐데...


홍지유
워낙 잘다쳐서 이런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최승철
그래도..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놈은 아이를 한번 보고는 아차 싶어서 바로 제 정장 재킷을 덮어주더라.


최승철
아까 ..셔츠 안 내렸더니 목 카라 쪽에 피 묻어서


홍지유
아..괜찮아요 근데 이거 아물긴 해요? 완전 깊이 뚫린 것 같애. 아파.


최승철
아 어떡해..진짜 미안해 일주일정도 지나면 없어질거에요...


홍지유
꽤 기네.. 괜찮아요. 뭐 어때. 근데 진짜 세상에 별게 다있네요. 귀신도 진짜겠네.


최승철
아마..?


홍지유
그나저나 비 아직도 오네요. 나 집 못갈듯.


최승철
우산 없어요?


홍지유
있어 보여요?


최승철
아니요.. 나 오늘 차 안가져왔는데.


홍지유
안타깝네요. 같이 여기 있어야하나?


최승철
우산이 없다고는 안했어요. 하나밖에 없긴한데. 쓰고 갈래요?


홍지유
같이 쓰고 가면 되지요~ 크기도 꽤 큰데.


최승철
그래도 돼요?


홍지유
당연하지. 근데 나 오늘 좀 아프니까 끝까지 바래다줘야하는거 알죠.-


최승철
당연하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좀 전까지 미안하다며 울상을 짓고 있던 놈이 방긋 웃으며 우산을 들고 아이의 뒤를 따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