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언제쯤 사랑할 수 있을까.
5화.우연과 필연



혜진
하지만 공주님..!


별이
혜진아,


별이
.. 난 가야해.


혜진
....


별이
넌 여기서 기다려,


별이
이번엔 부탁아니고 명령이야.

별이 혜진에게 이런식으로 말하는 상황은 극히 드물다. 또한 정말 중요하고 진지해져야 할 상황이 아니면 거의 하지 않는 말이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없었던 일이었기에 잠시 당황 했지만,

자신에게 단 한번도 무리하고 부당한 '명령'을 내린적은 없는 별이였기에 혜진은 별이 명령을 할 때 만큼은 별의 말에 따른다.


혜진
.... 예 알겠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도 비서인 혜진을 아랫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고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별이임에도 가끔씩 정말 진지해질 땐 그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는 것 임을 혜진도 잘 알고있으니까.

탁. 타닥. 탁.탁-


별이
후우...

별은 한참을 전속력으로 뛰어 드디어 그 빌딩앞에 도착했고, 숨을 쉴새도 없이 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별이
제발.. 기다려요..

그 사람이 아직 무사하기를 바라며,

잠시후, 별은 조심스럽게 옥상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아까 보았던 그 사람은 역시 자살을 시도하려는 듯 건물 모서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별이
.....


휘인
... 하아..

별의 예상 대로 휘인이었다.


별이
... 휘인씨..


휘인
.....


휘인
..ㄱ..공주..님..?

별은 조심스럽게 휘인을 불렀고,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휘인은 놀랐겠지.


휘인
공주님께서 ㅇ..여긴 어떻게..


별이
....

별은 한참을 휘인을 바라보았고, 휘인은 별을 보자 놀란 것도 잠시,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별이
내려와요.. 제발..


휘인
.....


별이
.. 휘인씨..


휘인
ㅇ..오지마세요..

별은 휘인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그에 휘인은 오지 말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바람에 휘인은 서 있기 조차 간당간당한 상태가 되었고, 정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별이
움직이지 말아요.. 제발..

휘인에게 다가갈 때 마다 별은 불안했다. 혹시라도 떨어지게 될 까봐. 하지만 다행이도 휘인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군 채 가만히 서 있었고, 그에 드디어 휘인의 앞에 도착한 별은 휘인의 한쪽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별이
왜.. 왜이러는 거에요..


휘인
....


별이
..대체 왜 죽으려 하는 거에요...


휘인
....


휘인
더는..


휘인
..살고 싶지가 않으니까요.


별이
.. 휘인씨..


휘인
.....

'더이상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아요.'


휘인
이젠.. 그만하고 싶어요..


별이
....

휘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

뭐, 그게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 일줄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모는 것을 듣진 못했지만, 듣지 않아도 알것 같은 휘인의 아픈 이야기에 별은 그저 그냥 들어주기만 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휘인
..흐읍...흐..

그리고 그런 별에 휘인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겠지.


휘인
..저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전 어짜피 이나라에 쓸모없는 존재이니까요. 너무 힘들어요.. 이젠 너무 지쳐서.. 그냥.. 편안해 지고 싶어요.'


별이
살아야할 이유가 왜 없어요..


휘인
... 전 모든걸 잃었으니까요..


별이
.. 나 있잖아요


휘인
....


휘인
그럴 수 없어요..


별이
...


휘인
만약 누군가에게 들키게 되면..


휘인
전 그냥 죽으면 끝이지만..


별이
.....


휘인
공주님은.. 아니잖아요..


별이
그게 무슨 소리에요.. 휘인씨가 왜 죽어요..왜..!


휘인
전 어짜..ㅍ..


별이
휘인씨는 그렇게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구요!!


휘인
..아뇨.. 저는...


별이
.. 인간으로써 살아갈 권리가 있고


별이
사랑할 사람도 있고,


별이
... 사랑해줄 사람도 있잖아요.


휘인
... 흑.. 흐으...

별의 말에 휘인은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긴 하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 고마워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가슴 깊숙히 난 상처들이 너무 아파왔다.


별이
울고 싶으면 울어요,


별이
그래도 괜찮아요.


휘인
.. 흐윽..흡.. 끅...


별이
휘인씨 자신을 그렇게 깍아내리지 말아요..


별이
이젠 휘인씨도 누군가에겐 정말 없어서는 않될 존재가 되었으니까.


휘인
....


별이
그리고,


별이
내가 그 사람이 되어줄게요.


휘인
..흐.. 하지만.. 제가 어찌 감히 공주님을 사랑하겠어요..


휘인
.. 저 때문에 위험해 지는 거.. 저는 싫어요..


별이
.....

휘인의 말에 별은 잡고 있던 휘인의 손목을 자신쪽으로 끌어당겨 모서리에서 내려오게 했다.


휘인
....


별이
휘인씨 나 봐요.


휘인
.....

그에 휘인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았다.


별이
나한테 단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면 그만 할게요.


별이
근데,


휘인
.....


별이
아니잖아.

우린 살아가면서 가끔씩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나곤 한다. 물론 그 우연은 의도한 것이 아니며 또한 그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근데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꾸만 내 인생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한 번쯤은 그 사람이 나의 필연은 아닐지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