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를 잘못 했을 때
05| 이제 안 당한다고 했잖아


빙의를 잘못 했을 때_by.공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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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흘러들어 온 기억들은 생각보다 추하고 역겨웠다 그런 애들을 친구라고 믿고 그런 꼴로 자신을 내버려 버린 서여주는 정말 얼마나 멍청한 캐릭터인지


서여주
" 나같으면 안 하고 말아 "


최범규
"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해? "


서여주
" 아 깜짝아 누구세요? "


최범규
" 힘들지 않아? "

멈칫-

고작 말일 뿐인 그 한마디에 얼어붙은 것처럼 뚝딱대며 멈춰섰다 당연스럽게 버텨왔던 것들인데 그게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누군가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물어준 건 처음이었다


서여주
" ...괜찮아 항상 그랬으니까. "

반사적으로 익숙하게 거짓말을 했다 괜찮았던 적 따위 없었으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괴로웠으면서 나는 또 괜찮다는 말 뒤로 도망을 쳤다


최범규
" 항상 그러니까 괜찮은 불의는 세상에 없어 그들이 네게 던지는 불의에 널 내어주지 마. "


서여주
" ...... "



최범규
" 잊지 마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여주야. "


서여주
" !!..내 이름을 어떻,어 저기!!... "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뛰어가버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처음으로 받은 배려가 너무 따뜻해서.

드르륵- 텁-!!


서여주
" 아침부터 미친거야? "


장원영
" 입 닥쳐 너 서원이한테 무슨 짓 했냐 "

뒷문을 열자마자 뺨을 향해 날아드는 손을 잡아챘다 이젠 지겹다 못 해 정이 들 거 같은 레파토리를 전개하는 장원영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상황을 확인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익숙한 무리 사이 울먹이고 있는 한서원 그리고 현에 껌이 붙은 처음보는 바이올린 한 대 그래 항상 시작점은 너였지


이현서
" 서원이 음대 준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어떻게 바이올린에 이딴 짓을 하냐고 "


서여주
" 아~ 그니까 바이올린에 껌 붙인게 나다? "


최수빈
" X나 짜증나게 하네 야, "

우당탕-!!



서여주
" 악-!! "


최수빈
" 미안해 몰라? 사과 한번이면 끝날 걸 왜 X랄이야. "

사과?


서여주
" 내가 뭘 잘못했는데? "


최수빈
" 이런 미X년이ㅋㅋㅋㅋㅋㅋ "


장원영
" 음대 입시 준비하는 애 바이올린을 저 꼴로 만들어 놓고 잘못한 걸 모르면 안 되지 X년아 "


서여주
" 증거 있어? "


이현서
" 뭐? "


서여주
"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냐고 "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아 몸서리를 쳤다 더이상 내 잘못도 아닌 일에 용서를 구하는 짓 따위 하지 않아


이현서
" 뭐라는 거야ㅋㅋㅋㅋ 그럼 너말고 서원이한테 이런 짓 할 사람이, "


한서원
" 그만해!! 여주 말대로 여주가 그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그러니까 둘 다 여주한테 그러지 마 "


장원영
" 하지만 서원아 바이올린이 이렇게 됐는데 너 음대 준비는 어쩌려고 "


이현서
" 맞아 분명 서여주 저게 일부러 그런 거라니까 "


한서원
" 아니야 여주가 그럴리가 없어! 입시는...입시는 대여해서 보면 되지 뭐..! "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난 가해자고 넌 피해자라는 그 사실이 불변의 법칙처럼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거 이젠 나도 알거든 근데,


서여주
" 니들이 뭘 하든 관심 없는데 거기에 나 끼우지 마 짜증나니까 그리고 너, 나한테 손대지 말랬을텐데 "

내가 말했잖아 이제 안 당한다고


와르르-!


한서원
" 여주야 왜 이래!! "


장원영
" 이게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


이현서
" ...야 장원영 잠깐만 "


장원영
" 아 왜! 저게 지금 우리랑 해보자잖아! "


툭-


서여주
" 여깄네 껌. "


장원영
" ...뭐야 이게..? "


이현서
" 서원아 너...이게 어떻게 된 거야? "


한서원
" ....아. "


서여주
" 껌 붙인 사람 찾아줬으니까 됐지 이제 나한테 짖지 마 수틀려서 확 물어버리기 전에 "

착하디 착한 여주인공의 가방에서 껌이 나온 게 무척이나 충격이었는지 아무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이게 바로 신호탄이었다 더이상 아무 죄도 없이 당하기만 하는 서여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과도 같은 신호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