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를 잘못 했을 때

06| 이상하고 따뜻한 전학생

빙의를 잘못 했을 때_by.공벼리

이 글은 전부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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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

" 거기 뭐야 딴 반은 가고 다 자리에 앉아. 조회 시작한다. "

담임 선생님의 등장으로 가방에서 껌이 나온 한서원의 추궁은 무산되었다 최수빈은 자기 반으로 돌아갔고 모두 자기 자리로 흩어져 앉았지만 마주한 진실이 꽤나 충격이었던 듯 표정들이 다들 좋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

" 조회 시작하기 전에 오늘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다. 전학생, 들어와서 자기소개 해라. "

드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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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안녕 최범규라고 해. "

만났다.

그 이상하고 엉뚱했던 녀석이 전학생이라니 속으로 엄청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다른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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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선생님 저 여주 옆에 앉아도 돼요? "

담임 선생님

" 어 그래 마침 여주 옆자리가 비었네. 가서 앉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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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감사합니다~ "

내 옆을 자기 자리로 정하기 전까지는.

항상 비어있었지만, 아무도 와 주지 않았던 자리. 늘 외롭게 덩그러니 놓여만 있었던 자리가 채워졌다. 너는 대체 어떤 아이길래 내 가장 가까운 자리를 채워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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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주

" ...이름, 운동장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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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응? 아~ 명찰! 저번에 만났을 때 딱 캐치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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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주

" 아...명찰. "

아 나 교복에 명찰 달고 다니지. 그제서야 가슴팍에 달린 명찰이 생각났다. 이름을 달고 다니면서 어떻게 알았냐니 참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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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주

"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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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안녕 범규야? 난 한서원이야 잘 부탁해. "

또다.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미소, 다정한 목소리 가장 어여쁜 모습으로 또다시 나를 혼자로 만드려는 네가 그렇게 서글픈 적이 없었다. 너는 왜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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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 욜~ 뭐야 울 써원 범규한테 관심있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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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 난 이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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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미안한데 좀 가 줄래. 짝꿍이 불편해해서. "

다정하게 받을 줄 알았던 네가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의 답을 내놓자 한서원의 완벽한 미소에 균열이 갔다. 장원영과 이현서도 놀라서 미쳤냐는 듯 너를 바라보았지만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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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하하 그럴리가..여주야 나 불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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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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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여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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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 야 사람이 물으면 대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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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니들 같으면 이 상황에 불편해도 불편하다고 말이 나오겠어? "

한서원의 미소보다 더 깊게 서여주의 세상에 금이 갔다.

한서원의 미소가 곧 법칙이고, 모두의 삶이었던 세상. 그 누구라도 그 미소를 따라가지 않았던 적이 없었는데 너는 그 상냥한 미소에도 불구하고 내 옆자리가 너의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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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주

" 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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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안 가? 발 땅에 붙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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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 허 참. 야 너 쟤가 뭔 줄 알고 편을 드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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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 너 쟤가 어떤 앤지 알고나면 서원이한테 이딴식으로 군 거 후회하게 될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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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에이 다들 그러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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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여주가 뭐든 니들보단 훨씬 나아. "

그렇게 나의 옆에 누군가의 온기가 흘러넘쳤다.

수업이 끝난 후 여주와 헤어지고 범규는 따로 선생님께 전학 수속후 절차와 앞으로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받느라 좀 늦어져서야 책가방을 메고 복도로 나섰다.

막 계단을 내려가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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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범규야 너도 지금 집에 가는 거야? "

똑같이 가방을 메고 복도를 걸어오는 한서원과 마주쳤다.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범규는 별 반응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무심한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한서원은 포기를 모르고 범규를 쫓아 내려가며 다급하게, 꿀이 떨어질 듯 상냥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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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난 오늘 도서부 일이 좀 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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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교무실 가는 거 같던데 잘 다녀온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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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범규 너 여주 좋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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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너 되게 시끄럽다. "

사실상 여주의 이름은 서원에게 마지막 카드였다. 자신을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하다시피 하며 밑으로 내려가는 범규에게 어떻게든 말을 이끌어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기가 막히게 범규의 입에서 목소리가 터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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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좋아하는구나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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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그런 거라면 내가 도와줄게. 여자 마음은 여자가 제일 잘 안다잖아 분명, "

상냥하고 순수하며 흠잡을 데 없는 청순한 미소. 분명히 그 미소에 범규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동요할 것이라고 서원은 믿었을 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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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그렇게 웃으면 안 넘어오는 애가 없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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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응?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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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그 미소면 그게 누구든 네 옆에 서서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줬잖아. 덕분에 넌 손 한번 더럽히지 않고서 누구든 거슬리면 치워버릴 수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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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여주인공 버프가 좋긴 좋아. 그냥 웃음 한번 흘려주면 사람을 바보로 만들 수도 있고. "

그 말에 항상 미소를 잃지 않던 서원의 표정이 한없이 굳어졌다 아니, 경직되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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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원

" ...너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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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 알 거 없어. 나한텐 네 그 천사같은 미소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면 돼 너는. "

범규가 서원을 지나쳐 학교 건물 밖으로 사라지고도 서원은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제가 세운 완벽한 세상에 너무나 치명적인 균열이 침범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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