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누가 고딩이래
[3] 한모금


문에 귀를 딱 댄 채로 위쪽에 있는 창문을 통해 사무실을 들여다보았다.

서류가 계속해서 넘어가고 있었고, 집중한 것인지 문 쪽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여주하
아빠!

문을 살짝 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셨다.


여주하
엄마가 이거 전해드리라고 하셨어요. 이거 맞죠?

서류 뭉텅이를 두 손에 꼭 쥔 채 묻자 아침에도 보았던 다정한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
응, 맞네.

아버지
여기까지 멀지는 않았고?


여주하
네 별로 멀지는 않더라고요.

아버지
나중에 우리 같이 출근하는 거 아닌가?

호탕하게 웃으시며 말해왔다.

내가. 이곳의 의사가 된다고?


여주하
의사 힘들다면서요.

장난식으로 묻자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투로 말하셨다.

아버지
주하는 똑똑하니까.


최아람
뭐야, 왜 부르고 난리야.

학교에서 말한 것 때문에 아직 삐진 것인지, 삐진 척을 하는 것인지 뾰루퉁한 표정을 한 채 물었다.


여주하
서연이는 독서실이라 해서.

나를 뚫어져라 보다, 내 양쪽 볼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말했다.


최아람
우울해서 전화했네?


여주하
귀신 같이 알아내기는.


최아람
병원 다녀와서 그런 건가.


여주하
맛있는 거 사주라.

그 말에 대답 대신 무덤덤한 투로 말하자 흔쾌히 가자며 나를 이끈 아람이었다.

그리고 음료가 있는 곳을 뚫어져라 보던 아람이 말했다.


최아람
잠시만 기다려봐.

갑자기 뛰쳐나가는 아람에 당황한 채로 서있다가

이내 과자 한 봉지를 꺼내 계산한 뒤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있었다.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양 손에 캔 하나씩 들고 뛰어오는 아람이 보였다.


여주하
뭐야, 술..?


여주하
미쳤냐?


최아람
원래 우울할 땐 알코올이래.


여주하
누가 그래.


최아람
우리 엄마가.

당당하게 말해오는 것이 웃겼던 터라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여주하
집 다녀온 거야?


최아람
우리 집에 맥주 엄청 많아, 아님 소주? 소주도 많은데.


여주하
됐어 앉아.

아람이 자연스럽게 캔을 따자 청량한 소리가 퍼졌다.


최아람
자.

한 개를 더 따더니 그것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여주하
나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최아람
나도 처음 먹어봐.


여주하
들키면 어떡해?


최아람
우리 아빠 변호사잖아.

그 말에 웃음이 났다. 별 거 아니던 그 말이 왠지 위로가 되었다.


여주하
그렇네.

그렇게 한모금만 마셔보자 하고 한모금 정도가 입에 들어간 순간이었다.


김석진
어.. 거기 학생?

멀지 않은 곳에서 말리는 듯한 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