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누가 고딩이래
[8] 진짜는


때는 내가 6학년 쯤이었을 것이다.

평화롭던 우리 가정에 조용한 혼란이 찾아왔던 것이.

마냥 해맑을 나이, 나는 조금 일찍 그리고 위험하게 철 드는 법을 배웠다.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고 텅 빈 놀이터는 해가 저물고 있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울어져 가는 그림자를 나는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머니
저기, 얘야.

그리고 언제부턴가 앉아있던 한 사람이 내게 다가오더라.

그리고 내게 말을 걸었다.

어머니
얘야,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텐데 여기서 뭐하니?

말 없이 아줌마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붉어 예쁘던 하늘이 점점 새벽처럼 푸르른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또래에 비해 작았던 키와 몸집에 내 나이보다는 어리게 생각하고 말을 걸어온 것이라 확신했다.


여주하
애 아니에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던 그 아줌마는

마치 내가 슬퍼보인다는 듯이 물끄러미 쳐다보았지만

이상하게도 동정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어머니
그래, 집은 근처니?

퉁명스런 말에 부드러운 말로 답하셨다.


여주하
네, 바로 앞이요.

어머니
집에 있기 싫어서 나왔구나?

아줌마가 웃을 때 눈 밑에 살짝 지는 주름은 이상하게도 온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주하
어떻게 아셨어요..?

어머니
아줌마 아들도 사춘기라서.

이 말을 마치며 아들 생각이 난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여주하
아들이 사춘기인데 왜 웃어요?

어머니
아들이니까.

또 다시 그 웃음을 지어보이는 아줌마였다.

나는 엄마가 셋이다.

나를 낳아주신 엄마, 아버지가 재혼하시고 생긴 엄마

그리고 누구보다 엄마 같던 아줌마.

그냥 우린 그 사람을 엄마라고 불렀다.

조용한 혼란이 찾아왔던 나와 오빠에게

엄마는 누구보다 엄마의 역할을 해준 사람이었다.


여주하
엄마..?

문이 반대쪽 벽과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침대 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창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김석진
누구세요.

평소보다 낮은 음색이 병실 안에 울렸다. 자다 일어난 것인지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