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들이 왜 그럴까

08 : 뜻밖의 만남

···난 운이 지지리도 없는 놈 아닐까.

아니면 작가한테 원한을 샀거나.

어제 겪었던 그 후유증이 되살아났다. 감히 어떤 단어로든 설명할 수 없을 하루. 마트···. 아니, 어떤 선배를 만나고 난 후부터는 필름이 끊겼다.

간간이 한숨을 내쉬며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침울하다는 것을 홍보하듯 입꼬리는 축 내려앉고. 그러다 혼잣말하는 버릇이 도졌다.

김달래

학교고 뭐고 때려치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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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얼마나 다녔다고 때려쳐.

김달래

으악···?! 뭐, 뭐야!!

한 중저음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김태형이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김달래

..여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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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서 있었잖아.

김달래

아, 미안.. 내가 방해했구나.

김태형

딱히.

속을 알 수 없는 한 마디였다. 얘는 불편하지도 않나. 평온히 숨이나 고르고 있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반대로 나는 나갈 궁리만 생각하고 있었다.

김달래

맨날 이렇게 운동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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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김달래

···지금은 되게 이른 시간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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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건 왜 궁금한데.

김달래

그야.. 관심이 생겨서 그렇지.

김달래

아, 나쁜 의도는 아니야! 같은 고에 같은 반, 거기다 서로 짝꿍이니까 얼굴 볼 일 많잖아.

솔직히 변명이긴 하다. 같은 공간에 있을지언정 무시하기만 하면 다 끝날 문제니까.

그러나 빙의가 되기 전에도 의문이 들던 부분이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뭔지 말이다. 김태형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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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체력 단련. 너도 알다시피 육상 쪽은 몸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끝장이니까.

김달래

···에? 그 이유가 아닌 것 같은데..

김태형

···.

아차.

이놈의 입방정이 문제지. 순식간에 굳은 그의 얼굴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저 가만히 쳐다만 보는 건데, 왜 속을 꿰뚫는 것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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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태형.

김달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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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렇게 부르라고. 너 내 이름 알잖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또 뭔 난데없는 이름 대란이래. 어안이 벙벙한 채로 눈동자만 굴렸다. 그러자 수건을 목에 걸치고선 말하는 그다.

김태형

안 가?

김달래

···아. 그, 그럼 이따 보자!

급하게 발길을 뗐다. 뛰어가는 동안에도 등 언저리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분명 본인이 귀찮아서 쫓겨냈을 뿐일 텐데, 왜 빠져나가게 도와준 것만 같을까.

08 : 뜻밖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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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책상에 대고 쿵쿵 박아댔다. 왜 그런 말을 해서 갑분싸를 만드냐고···. 이마에 혹이 들기 직전까지 가서야 그만둬 버렸다.

김달래

···유도부.

작게 읊조렸다. 워낙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에 운동부는 상상도 못해봤는데. 곧 하게 되려나. 막막한 앞길에 절로 한숨만 나왔다.

나 전생에서 운동이라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운동은 무슨, 춤도 못 추는 몸치인데.

심지어 수석 입학이라니. 남들보다 더 존X 잘했다는 거 아니야. 성적도 월등했을 테고.

···만약 아니란 게 들통나면 어쩌지.

김달래

아, 몰라! 설마 죽기밖에 더 하겠어?

김달래

씨이..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잣 같네···.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은 눈물을 뒤 삼켰다. 이후 나 몰라라 하는 심정으로 엎드려 버렸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눈꺼풀이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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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25

어느새 시간은 물 흐르듯 지나 있었다. 그러나 잔뜩 스트레스가 쌓인 몸은 일어날 기세가 안 보였다. 색색이는 숨을 내뱉을 뿐이다.

고요하던 반에는 여러 아이들의 담소 소리로 채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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