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들이 왜 그럴까

09 : 운동부 선배 (1)

으으···. 찌뿌둥해..

엎드려 잠을 청하는 자세가 불편할 때쯤이었다. 아직 잠에서 벗어나지 못한 터라 비몽사몽했다. 눈도 채 감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날 내려다보는 김태형이 보였다.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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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김달래

..넹···?

김태형

눈 마주쳤으면 일어나.

김달래

느엡..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허리에 힘을 줬다. 뭉개진 말투를 되새김하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하. 인조적인 웃음이었다. 귀가 이 정도로 어두울 줄이야. 허탈한 심정으로 교탁에 눈을 돌렸다.

담임 쌤

자, 다음은 운동부에 대해 설명할게.

담임 쌤

오늘 당장 시작하는 건 아니고, 잠깐 부원들끼리 인사만 나누고 올 거니까 알아두도록.

김달래

..아.

올 것이 왔구나. 짧은 탄식과 함께 눈이 뜨였다. 칠판에 붙인 종이들을 가리키는 담임 쌤의 손에 따라 눈이 움직였다. 그러나 집중하지 못했다.

사각사각. 옆에서 무언가를 적는 소리가 들렸다. 별 영양가 없는 말들을 나열해가는 김태형이다. 나와 다르게 무척 태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김달래

저..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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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김달래

운동부 말이야···. 넌 안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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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운동을 몇 년이나 했는데 뭘 떨어.

김달래

아니, 아니! 그거 말고 선배들..

김태형

걔네한테 뒤처지라도 할까 봐?

김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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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생각보다 어리네, 김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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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어느 정도 비교는 하겠지. 이제 답변이 됐냐.

김달래

..응. 고마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이후로 한참 동안이나 쳐다봤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비교라니. 노골적인 시선 때문에 가시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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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달래.

김달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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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손.

···손? 아니, 내가 무슨 강아지냐.

순간 발끈할 뻔한 심장을 쓸어내렸다. 표정을 보아하니 장난치는 것 같진 않았거든. 그래.. 자포자기한 채로 한 손을 그의 손바닥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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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하냐.

김달래

에? 손 달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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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주게 손을 피라는 거였지, 달라는 게 아니잖아.

김달래

아···. 미안.. 방금 건 그냥 잊어줘.

김태형

바보.

..헐. 천하의 김태형이 웃은 거야? 진짜로?

예상치 못한 미소에 당황한 쪽은 나였다. 멍하니 김태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후 손안에서 작은 무언가가 바스락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딸기 사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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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난 우는 거 싫어해.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09 : 운동부 선배 (1)

ᅠᅠᅠᅠ

“거기, 1학년! 여기야!!”

김달래

아, 넵!!

빠른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누가 보면 과방인 줄 알겠네. 뭐 이리 넓담. 익숙지 않은 공간을 살피느라 내 얼굴이 닳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문득 앞을 쳐다보니 형형색색의 명찰을 낀 이들이 날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뭐, 뭐지?

김달래

저···. 하실 말씀이라도..

“이름! 네 이름은 뭐야?”

김달래

저는.. 김달래라고 합니다!

“크-. 역시. 유도부의 두 번째 수석 입학생이 된 걸 축하해!”

김달래

두 번째요···?

“응! 여기 리더가 첫 번째거든.”

“야, 약속 시간에도 늦는 사람이 어떻게 리더냐.”

“그것도 그렇네. 달래한테 본인 자리 뺏길까 봐 무서워서 안 오는 걸지도!”

김달래

아,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달칵.

그때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로 짜고 친 듯 순식간에 조용해진 그들이다. 누구길래 저러지? 곧이어 형태를 드러낸 한 남자를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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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얘들아,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엥? 저 사람이 왜?!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만. 지각생 어서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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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런. 첫날부터 지각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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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무튼 앞으로 잘 지내 보자.

아니, 대체 뭔데요!!

박지민

난 박지민이라고 해.

···.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ᅠᅠᅠ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