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들이 왜 그럴까
10 : 운동부 선배 (2)


지금의 난 혼란스럽다 못해 환멸 할 지경이었다. 세상이···. 아니, 소설 속이 이리도 좁다니. 웃음을 꽃피우며 얘기를 나누는 그들의 틈에 낄 수 없었다. 아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테이블 가득 과자 봉지와 음료수 캔이 나뒹군다는 거다.

“야, 박지민. 간식 사느라 늦은 거였으면 말을 하지 그랬냐.”


박지민
그거랑은 별게지. 어쨌든 늦은 건 맞잖아.

“하여튼 넌 애가 너무 어리숙해.”


박지민
칭찬 고마워-.

조금 대화를 엿들어도 알 것 같았다. 전형적인 엄친아 스타일.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모두의 짝사랑 대상이었던 반장.. 이런 거 말이다. 아무렇게 끼워 맞추니까 더 헷갈리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후 손톱을 딱딱 부딪히며 고민의 굴레로 빠져들었다.


자자, 박지민이 누군지 생각해 보자.

일단 남주랑 서브 남주는 자동 탈락. 이름을 딱 들었을 때 생각되는 집안이 없고, 본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모든 주연들의 공통 사항인 수석 입학생이라면 말이 달라지지.

잠깐. 그러면 나랑 같은 부류 아니야?

막, 주인공들이랑은 친한 관계인데 소설 속에선 단 한 번도 안 나오는 엑스트라. 그럴듯한데?

혼자 기대감에 헤어 나오지 못해 눈을 빛냈다. 이따끔씩 본인을 천재라며 치켜세우는 행동 또한 까먹지 않았다. 끼익. 누군가 옆에 앉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난 아닐 거라고 생각했거든. 먼저 다가올 사람이 있을 리가···.

김달래
앗, 차가!

왜 매번 내 예상은 빗나가는 건지. 예상치 못한 자극에 화들짝 놀랐다. 곧이어 물기 맺힌 뺨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돌리었다. 그러자 그 곳에는.


박지민
음료수 배달.

그 의문의 선배가 있었다. 고운 미소에 이끌려 건넨 캔을 받아버렸다. 보란 듯이 사과가 그려져 있었다. 방금 전에 날 놀래킨 주범인 듯 싶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목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마실 용기가 안 났다. 빤히 쳐다보는 저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손에 쥐고 있는 사과 녀석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간다. 시끌벅적한 상황 속에 우리 둘만 조용했다.


박지민
···아. 혹시 사과 싫어하세요? 너무 제 취향대로 가져왔네요.

김달래
아뇨, 아뇨!! 사과 좋아해요.

김달래
그냥···. 제가 낯가림이 좀 심해서..


박지민
..미안해요. 잠깐 잊고 있었어요.

풀이 죽은 그다. 그런데 잠깐 잊고 있었다는 건 무슨 뜻이지? 마치 날 잘 알고 있다는 듯한 투에 물음표가 떴다. ···왠지 모르는 의미심장한 기분까지. 선배는 내게 살포시 웃어 보였다.


박지민
알고 있어요.

김달래
네?


박지민
후배 님에 대해서 잘 안다고요.


박지민
늦진 않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아. 탄식을 냈다.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저 목구멍 뒤로 넘어갈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었다.

“박지민!! 이리 와 봐!”


박지민
어, 알겠어.

짧은 대답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본인은 알 수 없는 말들을 실컷 늘어놓았으면서 이렇게 가버리다니. 가만히 있었던 건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내 곁을 스쳐가는 그를 쳐다봤다.


ᅠᅠᅠᅠ

도저히 저 속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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