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들이 왜 그럴까

11 : 운동부 선배 (3)

“김달래.”

김달래

어? 아, 엄마 왔어?

“태평하게 왔냐는 소리가 나오니. 그렇게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지 말라니까···.”

김달래

알겠어, 알겠어. 곧 내려갈게.

웃음을 지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다시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제 딸의 답을 듣고 표정이 누그러지는 게 보였으니 말이다. 발이 닿을 때마다 낡은 나무판자가 끼익였다.

“넌 책이 그렇게도 좋아?”

김달래

응!

김달래

엄마도 학창 시절에 책 좋아했다고 하지 않았어?

“뭐.. 너네 할머니가 꽤나 골머리 썩긴 했지.”

김달래

나랑 똑같았구나.

“그래도 너 정도는 아니었어, 이것아.”

아프지 않게 딱밤을 놓는 엄마다. 이마 부근을 쓰다듬으며 신음을 늘어놓자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다 곧 입꼬리가 추락했다. 책 속에 자잘히 들어있는 그림을 매만졌기 때문인가.

김달래

엄마.

“왜?”

김달래

이 사람들은 정말 기쁜 걸까?

“···.”

김달래

그냥, 가끔씩 그런 상상을 해.

김달래

아무리 뒷내용이 뻔하더라도 결말은 행복하잖아. 그게 어떤 의미이든.

남이 행복하다 규정해 놓은 인물들이 나보다 행복해 보여.

차마 뒷말을 내뱉지 못하고 삼켜버렸다.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이런. 괜한 말을 했네. 책을 덮고 원래 있던 자리에 끼워 넣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두 개의 눈동자는 날 응시했다.

김달래

이제 가자, 엄마.

“···넌?”

김달래

응?

“넌 어떤데. 그렇게 원하던 곳으로 들어갔잖아.”

김달래

..엄마···?

생전 처음 듣는 차가운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남주들의 관심을 싫어하면서도 없어질까 봐 두려워하고,”

엄마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져 갔다.

“‘진짜’ 여주가 나타나면 이 모든 게 엉킬 수 있음을 암에도,”

이윽고 엄마의 발걸음이 내 앞에서 멈췄다. 몸이 잘게 떨려왔다. 또다시 답 못할 물음이 들렸다.

“넌 지금 행복하니?”

맞붙여 있던 눈꺼풀이 서로를 밀어냈다. 난 가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조용해진 운동부실. 그 구석에서 뒤처리를 하고 있는 선배가 보였다. 피곤함에 깜빡 존 모양이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튼다. 눈이 마주쳤다. 엄마처럼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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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일어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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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곧 있으면 다음 교시 시작하니까 얼른 가요.

김달래

···무슨 뜻이었어요?

일순간 그 질문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게 방금 전에 꾼 꿈의 후유증이라 한들 상관 없다. 선배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그는 무릎을 살짝 숙였다. 나와 얼굴을 마주 보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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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후배 님. 어디 안 갈 테니까 천천히 말해요.

김달래

..저에 대해서 잘 안다고, 늦진 않을 거라고···. 그런 말을 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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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그걸 신경 쓰고 있었군요.

김달래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사락.

일렁이는 감정을 표출하려 하던 마음이 사라졌다. 얼음장처럼 서늘한 손이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 과정에서 바라본 그의 표정은 다름없었다. 여전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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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때론 모르는 게 나은 상황이 있기 마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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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지만 제가 이렇게 말해도, 후배 님은 듣지 않겠죠.

김달래

···.

박지민

이미 충분히 빨라요.

그렇게 말하는 눈빛이 서글퍼 보여서. 더 이상 묻지 말아 달라는 것 같아서. 난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젠X. 조급할 거 없다는 투에 안심하게 되는 이 상황이 밉다.

11 : 운동부 선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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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아직 올라온 애들이 없는지 고요하기만 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난데없는 엄마의 등장. 불안이 묻어 나오는 말.

김달래

하···.

말할 힘도 없는 탓에 한숨으로 대처했다. 진짜 곧이곧대로 닥치는 일들을 받아내야만 하나.

김태형

죽을래, 너?

전정국

죽일 수는 있고?

김태형

지X. 입 다물어라. 아가리에 더 꽂아 넣기 전에.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끊이질 않는 사건들의 행렬에 이마를 짚어버렸다. 빨리 가자.. 여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가 싸움을 말려야만 하니까.

다급한 마음으로 코너를 돌았다. 다투는 음성이 아까보다 가까워졌다.

김달래

너희 왜 또 싸ㅇ···.

전정국

누, 누나..?

김태형

왔냐?

시X. 얘네 자세가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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