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들이 왜 그럴까

12 : 싸움 해결자, 김달래

김달래

···그러니까, 정국이가 딸기 빵을 훔쳐 먹어서 그 사단을 일으켰다는 말이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긍정의 끄덕임을 보이는 그 둘이다. 정국이의 멱살을 잡고 있던 팔은 내려갔고, 딸기 빵을 쥔 손은 다소곳하게 얹혀 있었다. 평소라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나였을 거다. 근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

깊게 한숨을 눌러쉬었다. 이에 상황 파악이 됐는지 움찔인다. 애 키우는 심정이 이런 걸까.

김달래

아니, 그렇다고 복도에서 싸우면 어떡해.. 광고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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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봤잖아. 아직 애들 안 올라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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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리고 저 새X는 협박해 봤자 듣지도 않아.

김달래

새···.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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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놈이라고, 놈.

그 이하는 봐줄 수 없는지 고개를 돌려버린다. 헛웃음이 들어찰 정도로 장관인 장면이었다. 아침에 봤던 그 김태형은 어디 갔는지, 지금은 세상 불평불만 많은 김태형이 눈앞에 있었다.

이 밖에 정국이는 물 맞은 생쥐 꼴로 서 있었다. 눈꼬리와 입술이 축 처진 몰골로 본인이 혼날 차례를 기다리는 듯했다. 솔직히 그 얼굴을 보고 응어리가 다 씻겨 내려가긴 하였다. 그러나···. 잘못한 건 바로 잡아줘야 하니까.

김달래

정국아, 넌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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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배고파서요.

김달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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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수영부 선배들이 막 이것저것 시키시니까 배고파 못 견디겠어서..

전정국

..내가 잘못했어요.

와. 미치겠네.

이성이 툭 끊기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소설을 읽을 때도 어화 둥둥 했던 나인데, 저런 울상인 표정을 한 채 사과를 고하니..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젠 모르겠다.

한껏 누그러진 모양새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놀란 건 되려 그 둘이었다.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몰라 허공을 가로지르는 정국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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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달래.

김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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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빨리 나 봐봐.

날 부르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정국의 도시락을 못 가져다줬다. 책임은 나한테도 있는 셈이었다. 끝까지 제 부름에 응답하지 않자 태형은 여린 양볼을 움켜잡고 올려버렸다.

김달래

무, 무슨···!

김태형

안 우네.

김태형

난 우는 거 싫어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간 말이었다. 왠지 모를 위화감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태형의 가늘고 긴 손이 내 뺨에 닿아있는 게 어지간히 맘에 안 든 정국이다. 이내 끊어지게 만들었다.

전정국

어딜 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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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질투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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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래. 나도 아직 못 만져본 누나 볼을 왜 네가 만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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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진짜 미X 놈이네.

영역 표시라도 해두는 것 같은 그의 행동에 어깨를 들썩인다. 이렇게 보면 쟤도 참 너스레 잘 떨어. 결국 친구 사이의 말싸움은 칼로 물 베기였다. 더군다나 저 둘처럼 얼굴만 보면 시비를 주고받는 관계는. 정신을 고쳐잡았다.

김달래

..너희 또 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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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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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김달래

그럼 뭐 됐고···. 정국이는 내일 도시락 갖다 줄게. 태형이는 매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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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딸기 빵 때문에 그러냐.

김달래

응응, 더 좋은 거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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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됐으니까 네 손에 들고 있는 캔이나 줘.

캔? 그의 손짓을 중점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러자 무의식적으로 쥐고 있던 사과 녀석이 보였다. 지금 나보다 목이 타는 건 김태형이리. 조심스럽게 내어 주자 바로 가져가버린다.

캔 뚜껑을 따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릴 정도였다. 이후 꽤 급한 목넘김에 따라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순탄치 않게 중간에 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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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냐.

김달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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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미지근해. 이거 매점에서 사 온 거 아니야?

김달래

어디서 사 왔는지는 잘 모르겠어.. 나도 받은 거라.

전정국

..받았다고요?

김달래

응. 박지민 선배 님이 주셨는ㄷ···.

헐, 잠시만. 이거 절호의 기회 아니야?

주인공들이랑은 친하지만 소설 속에선 단 한 번도 안 나오는 엑스트라. 이 설정이 맞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뗐다. 날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그 둘에게 물었다.

김달래

너희 혹시 박지민 선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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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게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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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박··· 지민? 아, 그 2학년 편입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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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몰라요.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생각했다.

주인공들 정리서 옆에 ‘박지민’이라는 이름도 적어주겠다고. 특이 사항? 당빠 신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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