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만남
첫인상은 틀리지 않아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칠판에는 문제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담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담임 선생님
“짝끼리 풀어.”

그 한마디에 네 심장은 살짝 내려앉았다.

그는 펜만 굴린 채, 풀 생각도, 말 걸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여주
…같이 풀자. 선생님이 짝이 하래

태산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짧게 말했다


한태산
너 혼자 해

그 말투. 친절함도, 배려도, 예의도 없이 뚝 끊긴 어조. 순간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김여주
짝활동이야. 같이 해야지.”

그제야 태산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표정은 아무 감정도 없었다.


한태산
할 줄 모르니까 너한테 맡기는 게 더 빠르잖아.

어쩌면 변명일 수도 있었지만, 들리는 건 오로지 무관심뿐이었다. 네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그는 덧붙였다


한태산
“…말 걸지 마. 귀찮으니까.”

그 한마디에 마음이 턱 하고 떨어졌다.

김여주
(그래. 첫인상 그대로네. 최악.)

무시당한 기분을 숨기고 혼자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연필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적막하게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림자 하나가 네 문제 위에 드리워졌다. 태산이 천천히 몸을 기울이고 문제지를 보더니 한 줄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짚었다.


한태산
여기 계산 틀렸어

김여주
….


한태산
“이렇게 풀면 돼.”

아까까지의 말투와는 다르게, 목소리가 아주 낮고 부드러웠다. 난데없이 두 얼굴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김여주
“아까… 모르니까 맡긴다고 했잖아.”

나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태산은 잠시 눈을 깜빡이며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한태산
…틀리면 네가 또 스트레스 받을까봐.”

속삭이듯,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네가 놀라 멍하니 바라보자 그는 시선을 피했고,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곧바로 펜을 잡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한태산
“계속 해. 내가 볼게.”

마치 아까의 말투는 존재한 적 없다는 듯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잠시 멈춰 섰다.


한태산
“아까… 말한 건 미안.”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 하지만 분명히 입으로 “미안”이라고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마치 사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처럼 아주 서툴게.

네가 대답하기도 전에 태산은 바로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너는 책상에 앉아 펜을 굴리며 생각했다

김여주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 모르는 척하면 차갑고, 가까이 가면 또 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