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만남
첫만남


복도 끝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로 쏟아져 들어가고, 아직 비어 있는 네 책상 위로 햇빛이 길게 떨어졌다. 별일 없는 평범한 하루가 될 줄 알았다. 한태산이 전학 오기 전까지는.

담임 선생님
“잠깐, 들어오기 전에 한 명 소개할게.”

담임의 말에 반이 조용해졌다.

문이 열리고, 무표정한 얼굴의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표정 없이, 말 없이, 눈빛만 차가웠다. 교실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느낌.


한태산
한태산

태산은 인사도 하지 않고 고개만 까딱였다. 웅성거림이 스며들 듯 퍼졌다.

자리 배정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너는 가방을 메고 매점을 향해 가기 위해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그때, 모서리를 돌다가 누군가와 세게 부딪혔다.

쿵—

손에 들고 있던 공책이 바닥에 쏟아져 흩어졌다.

네 앞에서 서 있는 사람은, 전학생 한태산

그는 네 공책을 한 번 쳐다보더니 그냥 지나치려 했다. 딱 한 마디.


한태산
조심해

사과가 아니라…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는 말. 순간 짜증이 났다.

김여주
야 잠깐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여주
부딪힌 건 너였잖아

태산은 천천히 멈췄다. 고개를 돌려 너를 봤다. 그 무표정한 얼굴, 얼음 같은 눈.


한태산
그래서?

짧고 차가운 한마디….

네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시선을 거두고 그냥 걸어갔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너는 한참 그대로 서 있다가 바닥에 쏟아진 노트를 주워 담았다. 심장이 답답하게 뛰었다.

김여주
(뭐야, 쟤?… 사과 한 마디도 없이?)

복도로 돌아가는 길에 들리는 수군거림.

학교 친구들
“전학생 인상 안 좋더라.” “화나 보이던데?” “싸움 잘하게 생김 , 건들면 안 될 듯.”

좋고 나쁘고를 떠나, 첫인상은 최악 그 자체였다.

교실로 돌아와 앉았을 때, 담임이 자리 배치를 발표했다.

담임 선생님
“새 짝꿍은… 앞으로 한 달 동안 바꾸지 않는다. 서로 잘 챙기도록.”

김여주
네 이름 옆에는…..한태산?

교실 전체가 ‘헉’ 하는 기류로 들썩였지만, 감당해야 하는 건 나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태산과 눈이 마주쳤다.

표정 하나 없다. 그저 차가운 눈빛.

김여주
“…잘 지내보자.”

억지로라도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

태산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만 아주 약간 까딱. 그게 끝.

김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