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만남

첫만남

복도 끝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로 쏟아져 들어가고, 아직 비어 있는 내 책상 위로 햇빛이 길게 떨어졌다. 별일 없는 평범한 하루가 될 줄 알았다. 한태산이 전학 오기 전까지는.

“잠깐, 들어오기 전에 한 명 소개할게.”

담임의 말에 반이 조용해졌다.

문이 열리고, 무표정한 얼굴의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표정 없이, 말 없이, 눈빛만 차가웠다. 교실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느낌.

한태산

태산은 인사도 하지 않고 고개만 까딱였다. 웅성거림이 스며들 듯 퍼졌다.

자리 배정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나는 가방을 메고 매점을 향해 가기 위해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그때, 모서리를 돌다가 누군가와 세게 부딪혔다.

쿵—

손에 들고 있던 공책이 바닥에 쏟아져 흩어졌다.

내 앞에서 서 있는 사람은, 전학생 한태산이었다

그는 내 공책을 한 번 쳐다보더니 그냥 지나치려 했다. 딱 한 마디.

조심해

사과가 아니라…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리는 말. 순간 짜증이 났다.

야 잠깐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부딪힌 건 너였잖아

태산은 천천히 멈췄다.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그 무표정한 얼굴, 얼음 같은 눈.

그래서?

짧고 차가운 한마디….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시선을 거두고 그냥 걸어갔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는 한참 그대로 서 있다가 바닥에 쏟아진 노트를 주워 담았다. 심장이 답답하게 뛰었다.

(뭐야, 쟤?… 사과 한 마디도 없이?)

복도로 돌아가는 길에 들리는 수군거림.

“전학생 인상 안 좋더라.” “화나 보이던데?” “싸움 잘하게 생김 , 건들면 안 될 듯.”

좋고 나쁘고를 떠나, 첫인상은 최악 그 자체였다.

교실로 돌아와 앉았을 때, 담임이 자리 배치를 발표했다.

“새 짝꿍은… 앞으로 한 달 동안 바꾸지 않는다. 서로 잘 챙기도록.”

내 이름 옆에는…..한태산?

교실 전체가 ‘헉’ 하는 기류로 들썩였지만, 감당해야 하는 건 나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태산과 눈이 마주쳤다.

표정 하나 없다. 그저 차가운 눈빛.

“…잘 지내보자.”

억지로라도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

태산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만 아주 약간 까딱. 그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