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53분만 기다리는 너와 나

01. 사라진 시간의 끝에서

강채연은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다.

오빠가 죽고 난 뒤 흘러간 1년이라는 시간은, 그녀에게 단지 '버티는 날'의 반복이다.

학교에서는 '친오빠 죽인 년'이라는 말이 돌았고, 등 뒤에서는 수군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복도에서 어깨를 밀거나, 책상 위에 악의적인 낙서를 남기는 학생들도 있었다.

심지어 친척들조차 그녀를 보며 쉬이 눈을 피하거나, "네가 조금만 더 조심했어도.." 같은 말들을 들으라는 듯 대놓고 말했다.

그 모든 시선이 채연에게는 칼날처럼 느껴졌다.

결국 그녀는 학교를 떠났고, 집 밖으로 나가는 일도 드물어졌다.

자신이 살아 있는 것조차 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견디는 삶이었다.

그런 채연 곁에서 유일하게 떠나지 않는 사람은 6살 때부터 옆집에서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

'최수빈'

수빈은 이유를 묻지도, 조용히 하고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가끔 찾아와 말없이 따듯한 음료를 건네거나,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에서 숨만 섞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채연은 겨우 숨을 붙잡았다.

그날도 수빈이 다녀간 후, 집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채연은 천천히 방을 둘러보다가 낡은 책상 앞에 멈춰섰다.

강채연 (18) image

강채연 (18)

...이제 정말 정리해야지.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방은 작은 쓰레기장처럼 변해 있었다. 택배 박스, 버리지 못한 교과서, 뜯지 않은 우편물 등..

채연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파 쿠션을 들어 올렸을 때, 손끝에 단단한 금속 느낌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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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뭐지?

꺼내보니 익숙한 핸드폰이었다.

1년 전에 사용하다 공기계로 만든 옛날 폰.

손에 쥐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친척과 학생들이 끊임없이 전화와 문자로 그녀를 괴롭히던 시절.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악담이 적힌 문자.

그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폰도 바꾸고 전화번호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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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배터리가.. 다 닳아 있어야 하는데..?

1년 동안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폰의 화면이 그대로 켜져 있는 게 이상했다.

배터리 표시도 멀쩡하게 반 이상 정도였다.

불안과 호기심이 뒤서낑ㄴ 채, 폰을 쳐다보는 채연의 시선이 떨렸다.

바로 그때였다.

05:53 PM

띠리리리리리링-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손에 쥐고 있던 폰이 작게 진동하며 흔들렸다.

발신 번호는 모르는 번호. 해외 번호도 아니고, 스팸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공기계인데, 전화가 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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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누구지..? 이 번호는 처음 보는데...'

거절할까 고민하는 사이, 벨소리는 끊어질 기미 없이 계속 울렸다.

몇 초 동안 벨소리가 울렸고 채연의 손은 공포와 호기심 사이에서 떨렸다.

결국 그녀는 전화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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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여, 여보세요?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스피커 너머에서 아주 평범하면서도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혹시.. 이 폰 주우셨어요?

채연은 순간 멈춰섰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어디서 들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또 다른 괴롭힘일까, 아니면 잘못 걸려온 전화일까.

아니지, 공기계에서 어떻게 전화가 오는 거야.

불안과 공포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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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누구세요?

??

제가 폰을 잃어버렸는데요. 제가 지금 찾으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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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네?

??

제가 XX동 놀이터 근처에서 잃어버린 것 같은데.. 혹시 그 근처 사시면, 잠깐만 거기로 나와주실 수 있을까요?

채연은 더 혼란스러웠다.

과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는 게 말이 되나?

현재 채연은 이미 번호를 바꾼 지 1년이 지났다. 그 번호는 누구도 사용할 수 없다.

오랜 침묵이 이어지자 상대방은 답답하다는 듯 살짝 목소리를 높여 입을 열었다.

??

..저기요? 제 폰 얼른 받고 싶어요. 지금 그 놀이터로 나와주세요.

전화는 급하게 끊겼다. 남겨진 건 멈추지 않는 혼란과 왠지 모를 불길한 떨림이었다.

그래, 속는 셈 치고 한 번 나가보자.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바람도 좀 쐬고.

채연을 천천히 신발을 신었다. 폰을 들고 현관에 서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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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공기계인데 전화가 올 수 있을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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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그런데 지금, 나는.. 분명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고..'

문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의 균열이 모든 것을 뒤집어 놓을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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