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53분만 기다리는 너와 나

02. 만날 수 없는 두 사람

채연은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검은 화면 위에 남아 있는 통화 기록 하나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리고 있었다.

강채연 (18) image

강채연 (18)

보이스 피싱이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말수가 많지도 않았고,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상대의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말.

자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는 말.

그리고 지금은 쓰지 않는 번호로 연결됐다는 사실.

채연은 공기계 폰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유심은 없었고, 와이파이도 꺼져 있었다.

전화가 걸리거나 올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분명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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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말이 안 돼

하지만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의 숨 고르는 소리, 문장 끝에서 살짝 끌리는 말투가 이유 없이 마음을 긁어댔다.

결국 채연은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로 가지 않으면 이 찜찜함이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XX동 근처 놀이터"

어릴 적 자주 오던 곳이었다.

해 질 무렵이면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차던 공간은 이제 한산했다.

채연은 놀이터 입구에 멈춰 서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미끄럼틀 옆에 있는 벤치. 삐걱거리는 그네. 낡은 철봉.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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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아무도 없네

전화 속 목소리는 분명 이곳으로 나오라고 했다.

지금쯤이면 누군가 급하게 뛰어와 자기 폰을 찾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놀이터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채연은 벤치에 앉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통화 기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한 30분 정도가 지났다.

놀이터로 들어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놀이터를 곁눈질로 보고 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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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언제 오는 거야...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상대가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곳에 올 수 없는 상태였던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자, 등 뒤로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낮은 바람 소리 사이로 오래된 기억 하나가 겹쳐졌다.

어릴 적, 이 놀이터에서 오빠와 함께 그네를 타던 장면.

해가 질 때까지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웃고 떠들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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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연 (18)

여긴.. 작년까지 내가 살던 곳이잖아.

채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이터는 점점 어두워졌고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채연은 계속해서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혹시라도 다시 전화가 울릴까봐.

그리고 그날 밤, 채연은 고민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전화는 단순한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번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과 연결되어 있다.'

그 생각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채연의 밤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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