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1)
EP35. Paradox; 여우비


※ 이번화는 지민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띠리리리리리ㅣ"


박지민
"....윽..뭐야..."

요란하게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무언가가 이상했다

늘 익숙한 방에, 늘 익숙한 공기였지만 쌔한 느낌이 날 감싸고돌자 무심결에 두리번거렸고 누군가가 떠나갔음을 말해주는 노란색 포스트잇 한 장이 눈에 띄었다

' 통수쳐서 딱히 할 말은..없는데 나도 이짓거리 그만할래 너랑 있었던 시간처럼 존나 역겨웠거든'


박지민
"...아니...씨...!!"

함께 했던 정. 뭐, 그딴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김태형 이 새끼하나 곁에서 떠나간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 문제가 되는 건 하나, 무덤 앞에 있던 내가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통수...뒤통수를 쳤다라하면 분명 이 새끼는 꽃을 훔쳐갔을 것이고 망설임없이 여주에게로 갔겠지...고삐 풀린 망아지 새끼 마냥.


박지민
"...아냐..너무 섣부르게 생각하지 말자.."

착잡한 나 자신을 위로해줄 방법은 아직은 사실이 아니라고 진정시키는 것 뿐 이었다


박지민
".....아무래도 직접 봐야겠어"

하지만 머리를 애써 달래기만 해봤자 상황이 나아질리가 있나, 난 어쩔 수 없이 여주가 있는 아미병원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박지민
"...으윽...하아..."

갑자기 누가 날 밀어버린 듯 한 어지러움에 중심을 잃었고 넘어질뻔 한 걸 겨우 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짚고 일어났다


박지민
"씨발...무슨 짓을 한거야 김태형.."

미칠듯한 어지러움을 참고 참으면서 어느덧 아미병원 입구가 보였다 고개를 들어 여주가 있을 병실의 창문가를 바라보았으나 가려진 커튼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불안할 뿐 이었다

나쁜 생각은 하지말자 되풀이 하며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릴때 쯤, 병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소란이 들려왔다

"나랑 뭐하자는 건데!?!?"

"...형,제발..요..."


박지민
"뭐야..김태형 목소리잖아 이거!!!"

분명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김태형이었고 확신을 갖기 전에도 무작정 달려갔다

코너에 다다르자 사람 세명의 형태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난 극심한 어지러움에 발걸음 하나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손을 뻗었다. 내겐 확신이 있었다

남자 둘에 여자 셋.

그 여자는 분명 김여주일 것이다

아니, 김여주다...라는 확신

'탁!'

김여주
"...ㅁ,뭐야..누..누구세요!?!?"

'탓!!'


김태형
"치워..."


김석진
"......"

내 손은 분명 여주의 손에 닿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뚫어질 듯 쳐다보는 김태형의 눈초리, 정체모를 약에 취한 날 만취자 취급하는 듯한 여주의 표정이 내 팔을 자연스레 떨어뜨렸다


김태형
"...가자 여주야, 너 힘들겠다ㅎ"

곧이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태형에게 팔을 이끌린채 천천히 뒤따라가는 여주였고 기억을 잃은 그녀의 눈동자엔 내가...없었다

무려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내가 없었던 그 눈동자에 이제야 겨우 나를 채워넣었는데..다시..또 다시...사라져버렸다


김석진
"..저 새끼는 또 무슨 꿍꿍이냐"


박지민
"....으흑...끅...씨발...왜..날 몰라..왜!!!..그럴리가 없잖아...끄흡...끅..."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발그림자에 어설프게 눈물로 가지말라고 호소해도..이미 잃어버린 기억의 힘은 차마 이기지못할 것 같았다


박지민
"...윽...끕...크흑...분명..기억할거야..기억할거라고!!!!!..."


김석진
"....이 꽃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효과도, 부작용도 지속시간조차도 달라져. 김태형 그 자식이..제대로 사용했길 바라야지.."


박지민
"끕...크흑...흐윽...개같은 새끼.."

그녀가 살았다는 기쁨을 잔뜩 머금은 채 올라간 입꼬리와 그녀의 기억속에 내가 없다는 아픔으로 잔뜩 적셔진 머릿속

기쁨이 더 큰지, 아픔이 더 큰지 모를 기분 탓에 세상에서 가장 모순적이라는 비

여우비가 나라는 행성에 미친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사라진 그녀의 기억이 내 심장을 짓밟으며 남기고 간 그 발자국 틈사이로 그 빗물이 잔뜩 고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