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1)

EP37. 환상마저 잃은 바보

※이번화도 여주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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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일어나 잠꾸러기!!!"

김여주

"으응...??(비몽사몽)...므야아...지금...몇신데에..."

분명 커텐을 살짝 열어 창문 밖을 계속 훔쳐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잠이 든 건지 커텐은 활짝 걷혀있었고 여러갈래로 나눠진 빛 줄기들이 내 팔 위를 지나쳐갔다. 어제의 흔적은 내 심장을 흔들어놓은 달과 함께 내가 눈을 뜨기전에 이미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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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벌써 9시야! 오늘 데이트하러 가야한다고!!"

김여주

"으엥? 갑자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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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남친이 데이트가자는데 갑자기고 말고가 어딨어!!"

김여주

"그래, 알았어!!(싱긋) 얼른 준비해야겠다 나와보세요오~"

이불 끝을 손바닥 밑으로 누르며 말하는 태형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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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으잉? 시른데에~(쪽)"

김여주

"ㅇㅁㅇ...??//"

김여주

"ㅁ,뭐야아 아침부터 ㄱ..그러는게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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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히히ㅣ♡"

뭐가 그리도 좋은건지 헤실거리는 태형이였고,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어제의 그 이유모를 아픈 흐느낌.

어제의 그 분노가득한 외침.

그저 술주정이라기엔 나에게 너무도 많은 의문점을 가져다주었다

단순히 필름이 끊긴건지, 그런척을 하는건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건지 아니, 뭘 숨기는 건지 물음표들로 가득찬 머릿속에 혼란스러웠다

김여주

"ㅇ,얼른 준비하러 가야겠다 하핳..."

하지만 차마 입밖으로 꺼내 물어볼 순 없었다. 진실을 말해달라하면 그가 떠날 것 같았고 또한 그 진실 자체를 아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난 그냥 기억을 잃어버린 지금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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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럼 준비하고 이따봐!! 나도 집에 가서 옷좀 갈아 입어야겠다!"

김여주

"응응...ㅎ"

태형이 집으로 가고 여전히 떨떠름한 내 표정을 얼른 치워버리고 옷을 고르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다.

김여주

"...하아.."

하지만 떨떠름한 표정만 치워버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떨떠름한 생각들이 자꾸만 옷을 고르는 날 방해했다

김여주

"태형이는...박지민을 왜 숨기려드는걸까?"

김여주

"....아..내가 미쳤지 옷이나 고르자~ 화장도 좀 하고!!"

난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망상의 바다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망상이 망상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될까 솔직히 털어놓자면 아주 많이 불안했지만 그래도 태형이와의 데이트는 망치고 싶지않아서 치장에 열중하기로 마음을 바로잡았다

너무 진하지 않은 화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길을 걸어갔다. 데이트의 떨림과 설렘인지 아직도 망상에 대한 불안함에 떠는건지 몰라도 차분하지 않다는건 내 자신도 알 수 있었다.

그때, 괜한 심술에 쓰레기만 발로 뻥뻥차대며 걸어가던 중 앞쪽에서 태형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김여주

"어..? 태형인가? 김태혀엉!!!!!"

꽤 잘차려입은 뒷모습에 흐뭇해하면서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

김여주

"뭐야...대답이 없네..??"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자 자세히 보니 그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꽤 중요한 전화인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일인건지 어두워진 그의 표정에 나도 덩달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김여주

"....."

전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려야지 하고 벽에 기대 신발코를 톡톡 바닥에 몇 번 차지도 않았을 때 태형은 전화가 끝이 난건지 나에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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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우!!!!!!"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오는 태형을 보고있자니 요즘 진짜 무슨 일있냐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주먹을 세게 쥐어 가까스로 참았다. 이 한마디로 이제 시작되려하는 데이트를 뭉개버리고 싶을 정도의 궁금함은 아니지 않냐고 애써 나를 가라앉혔다.

김여주

"왔어...?ㅎㅎ 얼른가자~ 나 배고파 ㅠ"

데이트 시간을 갉아먹을 만큼 심각한 그 통화의 내용과 태형의 그늘졌던 얼굴이 무척이나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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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 그래도 내가 미리 다 준비 해놨지요~ 이용료는 손이고요~♡"

김여주

"풉- 아니 이용료가 왜 손이야ㅏ~ 그냥 주면 안되는건가아..?(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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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오 그럼 좋지이 히히♡"

모든 데이트 준비를 마쳤다며 손으로 브이를 내보이는 그의 모습, 이를 다 드러내며 해맑게 웃는 모습에 괜한 생각을 한 건가 싶었다.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그래서 그의 손을 따뜻하게 더 꽉 잡아주었다.

김여주

"오늘 진짜 재밌었어ㅠㅠ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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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잠시만 나 전화 좀..."

우린 여느 커플처럼 예약해둔 곳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봤으며 그 밖에 사소한 것들을 했고 중간중간 잊지않고 손을 꽈악 잡기도 했다.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아쉬웠는데 나만 그런건지 그는 재미있었냐는 내 질문에도 전화 받기에 급급했다.

그래, 내가 그냥 예민한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예민함을 몇 번 정도 넣어두려고 참았던 건 확실하게 알고있다.

김여주

"..김태형."

겁도없이 태형의 전화를 막아섰다

매우 급한 전화임을 그가 받지않아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나도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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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

김여주

"....."

하지만 불러놓고도 말은 하지 못했다

김여주

"ㅇ,아니야!! 전화 먼저 받아!"

용기가 부족한 탓에 말문이 막혔고 또 다시 땅을 바라보며 태형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다리가 아파오는 걸 보니 족히 10분이상은 지나간것 같았다

여전히 끝이 날 생각이 없어보이는 전화 속 대화에 한숨이 나왔고 결국 태형에게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여주

"하아아....."

김여주

"마지막이 뭐야....이게 뭐냐고!!!!"

어설프게 밀려오는 심술에 애꿎은 침대 쿠션만 때리며 괴롭혔다. 데이트 코스만 완벽하면 다냐고 막 두번째 펀치를 날리려던 순간이었다.

'띵동~!"

김여주

"뭐야.....김태형!?"

갑자기 들려오는 초인종소리에 하이에나처럼 고개를 들고는 태형임을 직감했다. 치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문을 열어주었더니 역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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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우!! 아직 안잤네~?...."

뾰루퉁한 내 표정을 보니 더 미안했는지 그는 내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며 우물쭈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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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ㅌ,통화가 너무 길었지!? 미안....ㅠ"

김여주

"...됐어~그건 그렇고 왜 온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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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잊어버린게 있어서!!"

김여주

"잊어버려? 뭘 잊어버ㄹ.....흐읍-!!!!"

능청맞게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내 팔을 당겨 한 손으로 허리를 감싸안더니 입술을 덮쳐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나와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키스를 이어가는 그였다.

부드럽게 이끌던 그는 갑자기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말캉한 혀가 들어오더니 숨을 쉬지도 못하게 몰아붙이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날 놓아주지않고 키스를 했다.

김여주

"하아.....하아.....으....숨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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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하아....그럼...여주...아니 김여주 안녕.."

긴 키스탓에 못 쉬었던 숨을 이제 막 다 쉬려던 찰나 태형은 스스로 현관문을 닫으며 인사하고 나가버렸다.

김여주

"...!?야 김태형!!!!"

이게 다 무슨소린건가 여주랬다 갑자기 김여주라니 어딘가가 이상했다. 너무 놀라 다급하게 현관문을 열어 그를 찾았지만 썰렁한 복도와 함께 날 맞이하는 건 그가 아닌 그가 남기고 떠난 포스트잇 한장이었다.

- 환상에서는 모든게 다 좋다고 느껴진다며 나랑 지냈던 시간이 싫었어도 환상이었으니까 좋았던 척 해줘 -

김여주

"이게 무슨...!!!!!"

환상이였다는 그 동화같은 말 하나 남기고 태형이는 사라졌다...아니 날 떠나갔다.

난 분명 기억에서 사라진 태형이를 끌어안으려 온 힘을 다한것 같았는데 그게 역부족이었는지 그는 날 떠나갔다

그와의 추억이라도 잘 가지고있으려 했으나 태형인 그것마저 환상으로 포장해 완벽히 거두어갔다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은 채로 날 떠나갔다.

존재하지 않았던 현실에 환상까지 뺏겨버린 나는 다시 기억잃은 바보, 그 원점에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