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을 체포합니다 34


눈을 떠보니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이 보였다

여긴 어딜까

눈을 뜬 걸 보니

죽지 않은 것일까


어디야..


머리가 아팠다

뭐.. 엄청 아픈 건 아니였지만


싱긋-] ..예쁘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꿈을 꾸는 것일까

아름다운 꿈이다


“여주야”

휙-] 응..?

내 새끼.. 잘 지냈어..? 많이 컸네..

ㅇ,어..

엄마.. 엄..엄마야..?

우리 딸.. 고생 많았지..?


눈물이 차올랐다

지난 12년동안

보고싶었던, 애타게 찾던 엄마가

내 눈앞에 있었다


엄마.. 엄마끅,흐흑끅,엄ㅁ,마흐..

토닥-] 많이 힘들었지? 고생했어

엄,마흐끅,엄마..


한동안 따듯한 엄마의 품에서 울었다

너무 그리워서

너무 따듯해서

어린 아이로 돌아가 울고 또 울었다

하얀색 방이였다

방이 온통 하얀색이고

하얀 탁자와

하얀 의자

하얀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곳이였다


잘 지냈어?

훌쩍-] 이거 봐바..ㅎ

엄마 나 경찰이야.. 엄청 멋있지..?


품에 항상 지니고 다니던

공무원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나.. 공부 엄청 열심히 했어..

나쁜놈들 다 잡아넣으려구..

선배들도 다 잘해주고.. 삼촌이 잘 챙겨줬어..

고생했어 내 새끼..

보고싶었어 여주야..

울컥-] 엄마는.. 잘 지냈어..?

응..ㅎ 여기도 살만 해

언니도 잘 지내?

응 언니도 잘 지내

한동안 아팠는데.. 지금은 어린이집 선생님이야

언니 완전 멋있지

누구 딸들이길래 이리..

활짝-] 엄마 딸들이라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가 보고싶었고

언니는 많이 아팠으며

난 밤낮 알바하러 다녔고

이모는 우릴 미워했으며

아빠, 아니 그 사람은

아직도 밉다고


엄마랑.. 조금 걸을까?

싱긋-] 좋아ㅎ

어..


여기는..

내가 살던 그 동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우리가 살던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집에 들어오니

익숙한 장면이 보였다


“야 이 새끼들이!!”


듣기 싫었다


짜악-!!

퍼억-!!


때리지마

우리 엄마를

내 언니를

나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건드리지마”


그만해!!!

지금 뭐하는거야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뭔데 아이를 때려

당신이 뭔데 사람을 때려

당신이.. 뭔데!!

“이 년은 또 뭐야”

경찰이다 이 개자식아


눈물이 흘렀다

저 아이들의 모습이 불쌍해서

저 가족의 모습이 비참해서

이 사람이 너무 증오스러워서


술.. 먹고.. 가족 때리지마

그게 누구던 함부로할 수 없어

저 작은 아이들이

저 약한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당신한태 막 대해져야하는거냐고


어릴 때 전하지 못했던 말들

만나면 해주고싶었던 말들

끊임없이 뱉어냈다

내 말을 듣고

눈물을 터트리는

지난날의 엄마를 뒤로한채


알아들었으면.. 나가

“이 집에서”


지난날의 엄마

지난날의 언니

지난날의 나

세 사람을 끌어안았다


내가.. 늦게와서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

미안해..

언니.. 왜 울어요..?

언니는 왜 슬퍼요..?

싱긋..] 언니도.. 저런 사람이 있었거든..

꼭.. 하고싶은 거 하고 살아야해..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면서..

..힘내.. 꼬마야.. [싱긋-]

여주야

응?

조금 마음이 편해?

조금..?

그럼..

“이제 돌아가야지”

ㅇ,어..?

아직 여기 오기엔.. 너무 어려

아니야.. 엄마.. 안돼..

..아가..

이렇게 행복만 가득한 곳에 있으면 뭐해..

나.. 엄마.. 나 있잖아..

행복만 누리고 싶어.. 엄마랑 같이

울컥-] 엄,마랑 같이.. 나 엄마랑.. 엄마랑 있을래..


엄마는 날 끌어안고

토닥이며 말했다


여기보다.. 우리 여주가 살던 곳이..

훨씬 아름다운 곳이야..

여긴 행복만 가득할지 몰라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으니까..”

비록.. 세상이 뜻대로 안되고

널 뒤로하더라도..

많은 일을 겪으면서

다치고 상처받고

그 상처가 아물고..

다시 새 살이 돋으면

더이상 아프지 않고

그 상처를 바라보면서

‘아 그때 그랬지..’ 하는 생각을 만들 수 있으니까

싫,어.. 무서워.. 흉터가 남으면.. 난 무서워..

흉터가 지고..

그게 마음 속에 자리 잡아도..


눈물이 흐르는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엄마는 말했다


이미 여주 너는

“잘 이겨내고 있잖아”

아빠를 잡고 싶어

“경찰이 된 너처럼”


우리 여주는 이미 잘 하고 있어

싱긋-] 아가.. 조심히 가

엄마.. 엄마..!!


엄마는 나를 꼬옥 안아준 뒤

천천히 뒤를 돌아

안개가 자욱한 다리를 건넜다


우리 엄마 어깨가 저리도 작았던가

크게 보이기만 했던 우리 엄마

맞아도 항상 웃었던 우리 엄마

사실 위대해보였던 엄마도

알고보면

“작은 하나의 인간이였다는 것을”

이제 알아버렸다


그래

작고 연약한 인간들에게

도움이 되고싶어서 시작한 일

이렇게 끝내기엔

아직 못잡은 사람이 하나 있다


돌아가야한다

다시 내 자리로


눈을 떠야만한다

일어나서

그 사람을 찾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