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사랑합니다.
[ 동참 ] 로맨스 판타지물, 연구원 X 실험체 下



박우진
제발 다치지 좀 마라고요. 신인인데 벌써부터 그러면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요.


김동현
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야…어쩌다가 그렇게 됐어.

피가 잔뜩 나버린 팔을 잡고 치료를 했다. 대체 뭘 하며 싸웠길래 칼 자국이 이렇게나 선명할까. 내가 다친 것도 아닌데 괜히 눈물이 막 나왔다. 우 씨, 이게 다 네가 정 줘서 이렇게 된거잖아.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라고.


박우진
그러니까 나한테 잘 대하지 마라고. 나 때문에 죽으면 어쩌려고? 죽고 나서 내 탓 하지마.


김동현
그냥 너랑 있고 싶어서 그런 건데...

시무룩해서 한껏 목소리가 차분해졌는데 별거 아닌 그 모습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원이 원래 이랬었나? 치료를 해주다가 수다를 떨었는데 누구에게는 당연한 수다 몇 분이 나에게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달까.


박우진
'나도 그냥 이대로 웃고만 있었으면 좋겠다. 큰 거 안 바라고 딱 이정도만,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김동현
아악, 아파...나 이제 연구 못 하겠다. 그냥 너 데리고 멀리 도망칠까?


박우진
저기요? 나 데리고 도망치면 여기 난리나. 그런 말은 농담으로도 하면 안 돼.

많이 당해봐서 잘 알지. 지금 이 난장판인 상황에서 그런다면 더더욱. 마음 같아서는 둘이서 확 도망치고 싶었지만 뭐해봤자 잡힐 게 뻔한데 뭐 하러 그런 멍청한 고생을 해. 365일 여전한 일상에 한숨만 푹푹 나왔다.


박우진
도망칠거면 혼자 가요. 연구원이 도망치면 그러려니 할거니까.


김동현
나 그런 이기적인 사람 아니거든? 가도 너랑 같이 갈거야. 넌 안 행복하고 나만 행복하다니...


박우진
지금까지 쭉 그래왔으니 상관 없는데?

사실 상관있다. 없을 리가 없지, 아무리 사는 동안 갇혀 지냈다고 해도 감금이 익숙해진다는 게 말이야? 겉으로만 괜찮은 척하고 말지. 난 힘든 거 티 내서 다른 사람도 힘들게 하는 거 딱 싫거든.


박우진
그니까 나는 신경 끄고 연구원 님 살 길이나 먼저 찾으라고요.


김동현
뭐래, 난 진짜 안 죽을 자신 있거든? 이거 봐, 팔팔해!!

옆구리를 쿡 찌르자 아악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아 이게 멀쩡한 사람의 모습이구나. 이제 알았네. 몇 번 쿡쿡 찌르자 죽으려 하길래 그만두고 다친 부분 치료나 해주었다. 얘는 이렇게 약한데 어떻게 여기에 왔대? 세상 신기할 일이다.


김동현
그런데...우리 딱 한 번만, 한 번만 어디 나가보면 안 될까? 너도 심심하고 그렇잖아!


박우진
어디. 가봤자 정원이겠지 뭐.


김동현
아니아니! 놀이공원 어때? 나 죽기 전에는 너랑 원하는 거 다 해보고 가고 싶어. 넌 꼭 행복했으면 좋겠단 말야.


박우진
노, 놀이공원이요? 그 말로만 듣던 거기?

내가 상상하는 놀이공원이란, 온 사람들이 다 모여서 이상한 기구들을 다 타고 사람들의 행복 수치가 하늘을 찌르게 만드는 곳이라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 가운데에 실험체인 내가 간다고? 그 천국 같은 곳에?


김동현
뒷처리는 내가 할게. 그냥 나 놀아준다고 생각하고 한 번만 가줘!


박우진
그럼 가요...놀이공원은 목숨 걸고 가는 거네.


김동현
괜찮아- 그때 만큼은 즐겨. 그럼 내일 바로 가는거다?


박우진
내일 갈 수 있어요? 그렇게 바로? 막 한 달 그 정도 기다리고 가는 거 아닌가...

이런 말을 하자 엥? 거리며 까르륵 웃었다. ㅁ, 모를 수도 있지. 난 바깥세상에 대해 하는 게 1도 없다고. 계속 웃자 다시 옆구리를 한 번 찔렀다. 눈치는 있어서 이럴 때는 또 조용해지네.


김동현
자자, 이제 행복할 준비만 하라구. 내가 책임져줄게.


박우진
네, 네. 다시 찌르기 전에 조용히 하세요.

그래 지금까지는 좋았다. 그전과는 다르게 행복할 일이 내게 올 줄 알았지. 저 사람과 있으면 모든 게 다 잘 풀릴 줄 알았지. 그것도 잠시라는 걸 빨리 알았어야 됐는데.





김동현
와- 오늘 진짜 재밌었지? 봐, 이렇게 재밌는 곳이라니까.


박우진
무섭긴 했는데 그래도 재밌긴 하네. 이런 곳이 세상에 정말 존재했구나.

형형색색의 조명들로 빛나는 풍경들만 감상했다. 가끔가다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 웃는 얼굴을 잘 못 봐서 그런지 그런 걸 보면 나도 좋아진달까.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나도 입꼬리를 올리고 웃고 있었다.


김동현
행복해, 우진아?


박우진
...응, 덕분에.

행복하냐는 그 물음에 왈칵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 해 봤거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냈지. 아, 김동현 이 사람 안 만났으면 어쩔 뻔했냐고.


박우진
표현을 잘 못해서 그러는데 속으로는 고마워하고 있어. 그냥, 그거 알아주면 좋겠다고.


김동현
나도 알아. 그래서 너 되게 귀여운-


박우진
아, 그런 대답 원하는 거 아니거든!!

이런 말 하는 와중에도 미소 짓고 있다는 게 안 믿겼다. 나 진짜 행복하구나. 나와 같이 있는 그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렇게 몇 개월 정도 지났을까 어느새 연구원과 실험체라는 사실을 서로 잊을 정도로 친해졌다. 놀랍게도 다들 말리지도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이제는 신경도 안 썼지. 그 정도로 좋은데 어떡해.


박우진
형 이제 장미도 막 피네? 이 꽃 되게 예쁘다.


김동현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나 봐. 아, 연구원 그만 둬야 되는데 떠날 수가 없네.


박우진
어어? 지금 나 두고 가려는 거야? 형 보고 싶어서 난 어떻게 사는데!

사실 이 정도면 떠날 때도 됐는데 안 그만두고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게 다 주변 연구원들이 포기하고 조용히 있어서 그렇겠지. 아, 포기한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데에서 수근거리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박우진
절대, 절대 가지마요. 나 이제 형 없으면 죽어, 못 산다구.


김동현
나도 너 없으면 어떻게 사냐. 언제 이렇게 정이 들었을까.

행복하게 장미밭을 손 잡고 걸으며 수다를 떨었다. 붉은 장미의 꽃말처럼 열렬하게 사랑을 했었지. 밤에 밝게 떠있는 별을 보며, 얼굴을 한 번 보며. 그런데 갑자기 귀를 찢을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박우진
...형...?

설마,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이미 바닥에 널부러져 피를 잔뜩 흘리고 있었다. 총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렸는지 셀 수도 없었다. 손에 잔뜩 묻는 피를 보고 돌 같은 동상처럼 가만히 있었다. 이거 거짓말이지? 꿈이지? 누가 그렇다고 말해줘.

검붉은 피로 물들여가는 장미, 가시가 있는 장미를 꽉 잡는 내 손.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초능력을 그들에게 썼다. 분명 평소에는 초능력을 못 쓰게 연구원들이 막아 놨는데 잘도 써지더라.


박우진
팔, 다리, 목...어디부터 찢어줄까. 연구원들아.

밝기만 했던 하늘이 피와 같은 색이 되었다. 비명 소리,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 사악한 웃음소리. 아마 여기에서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 나도 총을 맞고도 멀쩡하게 걸어 다녔으니.


박우진
그래도 미친놈은 너희야...난, 나는 그저 당한 거에 10배만 돌려주는 것뿐이야.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몇 시간 동안 고통만 느끼게 해줄게. 뭐, 난 너희가 준 초능력을 몇 개 쓰는 것뿐인데 왜 무서워해? 왜 아파해? 뭐가 아파? 왜? 왜? 고통스러워? 나 그냥 편하게 안 죽여줘.

"살려줘, 제발 살려줘...!!"


박우진
죽여달라고 애원하길 원하는데...아직 아니구나.

죽음과 이별. 전쟁같은 시간을 보낸 뒤 검붉은 피로 물들인 장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나같네, 지금 나의 감정처럼.


박우진
우리 어딜가든 같이 가기로 했잖아. 나도 형 따라갈게. 조금만 기다려.

장미가 가시가 몸 속을 파고들며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형, 나 많은 영혼들과 올라갈게. 그렇다고 이런 나를 원망하지 말아줘.





휘슬 / 로휘
그으렇게 좋은 엔딩은 아니었지만...허허 잔인하게 쓰지 않도록 최대한 조절했어요...!! 이번에는 그렇게 무서운 건 없었져


휘슬 / 로휘
아아 그리고 이 소재는 제 친구가 줬습니다 고민하는 저를 보고 소재를 빠라락 주더군요ㅋㅋㅋㅋㅋ 짱짱


휘슬 / 로휘
이벤트 신청이 하나 더 남았나 그거는 그 친구가 하라는 주제로👍🏻


휘슬 / 로휘
그럼 이번 화도 봐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화에서 봅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