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주얼리
EP 3. 왜 떨리는거야



김태형
........


김여주
.....

직원/들
"......"

회의실은 숨 막힐듯 조용했다.

단단히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노려보는 태형의 포스에 눌려 안그래도 눅눅한 공기가 더욱 목을 옥죄어 왔다.


김태형
무슨 일인지, 차분하게 얘기 해보세요.


김태형
한 번만 더 언성 높였다간 가만 안 있을겁니다.


김여주
...

직원/들
"팀장님. 그냥 상사로서 직원 좀 가르치려고 한거죠~ 하하.. 별 거 아닙니다."


김태형
별 거 아닌 것 치고는 꽤 화가 많이 나셨던데.


김태형
여주씨, 여주씨가 말해봐요.


김여주
..저요?


김태형
당사자잖아요. 두 쪽 모두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저는.

직원/들
"에이 팀장님, 정말 그냥 교육 좀 한거예요~ 제가 언제 후배 잡는거 보셨습니까?"

직원/들
"일도 많은데 이쯤하고 넘어가시죠. 소란스러워서 팀원들도 집중 할 수나 있겠어요?"


김태형
....

여주의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박과장 때문에 태형의 미간이 다시 한 번 찌푸려졌다.


김태형
...알았습니다. 들어가 보세요.


김태형
그래도 사무실에서 소리 치시면 안됩니다.

직원/들
"예예 그럼요~ 김대리, 가자고."


김여주
....


김태형
여주씨는 저 좀 잠깐 봅시다.


김여주
네? 저요?


김태형
네. 따로 할 얘기가 있어요.

직원/들
"예? 왜 김대리만..?"


김태형
박과장님께는 영향 없을테니 어서 가보세요.

직원/들
"..예.."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분명 대화가 안되겠다고 판단한 태형은 박과장을 내보내고 여주를 따로 불렀다.

박과장을 살살 달래 사무실로 돌려보낸뒤, 자신의 앞에 여주를 앉혀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김태형
자, 말해봐요.


김태형
박과장님이랑 왜 싸우셨어요?


김여주
...

여주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이내 결심이 선 듯 입을 열었다.


김여주
조롱을.. 당해서요.


김태형
조롱이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요?


김여주
..입사 초반에 박과장님이 제 얼굴과 몸매 평가를 했던적이 있어요. 그것도 팀원들 다 보는 앞에서 대놓고..


김여주
그때 이후로 좋은 인상이 안 들어서 공적으로 딱딱하게만 대하다 보니 제가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김태형
..아까 여직원 어쩌고 하면서 여주씨한테 소리쳤던 것도 그럼..


김여주
...연관 있는거겠죠.


김태형
괜찮겠어요? 박과장님이 순순히 물러서실 부류는 아닌것 같은데.


김태형
더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 어떻게, 무슨 조취라도 취해줄까요?


김여주
..괜찮습니다. 제 일인 걸요. 팀장님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김태형
그래도,


김여주
박과장님 원래 저러시는 걸로 유명하세요.


김여주
전 밀린 업무가 많아서.. 들어가 봐도 될까요?


김태형
...


김태형
그러세요.


김여주
그럼 이만..

드르륵-


김태형
....

여주가 나간뒤, 태형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던 여주의 동공이 살짝씩 떨리는것을 눈치챘기 때문인데,

타다닥-



김태형
..김여주.. 김여주...

종종 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온 태형은 자신의 노트북으로 무엇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주의 이름을 남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중얼거리며 한창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다 태형이 찾아낸 것은,


김태형
...뭐야.

각 팀의 팀장들에게만 올라오는 "팀원 업무 실적 보고서" 였다.


김태형
김여주... 1등이잖아?

그중 여주의 실적은 단연 최고였고, 박과장의 실적은 20명 중 17등에 불과했다.


김태형
'고작 박과장 때문에 이런 인재를 놓칠 순 없지..'


김태형
'내가 좀 챙겨주면 되겠지?'





김여주
...하아...

태형이 여주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을때, 우리의 여주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쉴 새 없이 모니터와 키보드를 응시했다.

망할 놈의 박과장이 치졸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여주의 자리에 일할 업무와 문서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갔기 때문이다.


김남준
..힘들지. 내가 좀 도와줄까?


김여주
아냐 괜찮아. 내 일인데..


김남준
그래도 혼자 하기엔 너무 많잖아. 나 방금 보고서 올려서 할 것도 없어. 이리 좀 줘.


김여주
...고마워. 너 밖에 없다.

그래도 역시 친구가 최고다- 생각하며 받은 문서들을 남준에게 넘겨주려는 찰나..

직원/들
"어어 김여주 대리?! 지금 업무 떠넘기는 거야?!"


김여주
'...시X....'

남 편한거 못 보는 저놈의 박과장이 또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직원/들
"김여주 대리 그렇게 안 봤는데!!! 자기가 해야 할 업무를 남한테 떠넘겨?!! 이거 징계 감이야!! 알아 몰라?!!"


김여주
과장님, 이것들 전부 공동 작업 가능한 업무들이에요.


김여주
그리고 오히려 두사람이 작업하면 제품 선정 과정에서 더 나은 제품으로 선택도 가능하고..

직원/들
"시끄러!! 그래서 지금 자네가 잘했다는거야?!!!!"

직원/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과장이 준 업무를 그렇게 내팽개쳐 버리는게 말이 되냔 말이야!!!"


김여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직원/들
"쯧쯧... 김대리 그거 오늘안으로 다 해서 보내!!! 그거 늦어져서 나머지 일정까지 다 밀리면 김대리 탓이야!!!"


김여주
네...

털썩-

여주는 더이상 이 잔소리를 들었다간 죽겠다는 듯 대충 박과장의 비위에 맞춰 대답 해주고는 자리에 쓰러지듯 앉았다.


김남준
야.. 괜찮아?

남준은 조심스레 물었으나, 머리를 꾹꾹 눌러가며 고개를 숙이는 여주의 행동은 괜찮지 않아 보였다.


김여주
..괜찮아.


김남준
안 괜찮잖아.


김여주
.....


김여주
머리가 조금 아파서 그래.


김남준
나 타이레놀 있는데 줄까?


김여주
어... 주면 좋고.


김남준
자, 물 내꺼 먹어.


김여주
고마워..

남준에게 약을 건네받은 여주는 물과 함께 단숨에 삼켰다.


김여주
하....


김남준
힘들면 조퇴해. 너 점심시간 이후부터 안색 안 좋아 보였어.


김여주
..아냐. 일은 다 끝내고 가야지.


김남준
그래도..

직원/들
"김남준 대리님! 저희 외근 미팅 가셔야죠!


김남준
네? 아 맞다..!


김여주
너 외근이었어? 얼른 가 봐.


김남준
..집 들어가면 연락해. 응?


김여주
알았어. 다녀와.


남준은 끝까지 걱정의 눈빛을 보내며 사무실을 떠나갔다.

옆자리가 비워지니 괜히 여주의 마음도 휑해지는 느낌이다.


김여주
..'빨리 끝내고 집에나 가자..'


몇시간 후

09:12 PM

김여주
.....

빨리하면 금방 끝날줄 알았지만 여주의 큰 착각이었다.

머리는 지끈거리지, 오늘따라 분위기도 어수선하지, 집중은 안되지, 금방 끝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김여주
'그래도 오늘안에 끝내긴 했다..'


김여주
..다 갔네..

늦은 시각 사무실에는 어느덧 여주만 남아 있었다.

다른 팀들도 거의 다 퇴근한 듯 한 두개의 불만 켜져있는 복도를 지나, 여주는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


빵- 빵빵--!!

자동창 경적소리가 서로 화답을 하듯 울려퍼지는 거리. 밤인데도 비슷한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니 동질감이 느껴진다.


김여주
씁... 오늘은 장 봐서 저녁 해먹으려고 했는데..


김여주
밤이라 김남준 불러내기도 그렇고 배달 시켜야 하나..

출출한 여주가 저녁을 어떻게 해결할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그때,



김태형
여주씨? 여기서 뭐하세요?

태형이 회사 건물 안에서 늘씬한 기럭지를 뽐내며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김여주
어, 팀장님..?


김여주
퇴근하신거 아니셨어요?


김태형
대표님께 보고할게 있어서 몇시간 동안 잡혀있다가 방금 나왔어요.


김태형
여주씨는 이제 퇴근하신 거예요?


김여주
네... 할 일이 좀 많았어서요.


김태형
박과장님 때문이죠?


김태형
미안해요. 아까 말렸어야 하는데 급히 볼일이 있어서..


김여주
아니에요. 어쨌든 잘 끝냈으니 된거죠.


김태형
다행이네요.


김여주
네..


김태형
....


김여주
....

소소한 대화도 끊긴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태형은 어떻게든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고자 말을 걸었다.


김태형
지금 퇴근한거면 저녁도 못 드셨겠네요?


김여주
아, 네. 안그래도 저녁 어떻게 때워야 하나 고민중 이었는데..


김태형
...


김태형
그럼 같이 저녁 드실래요?


김여주
..네?


김태형
저도 방금 퇴근해서 좀 배고픈데.. 혼자 살아서 해먹거나 배달 시켜도 심심하더라고요.


김여주
...


김여주
조.. 좋아요!


김태형
정말요? 잘됐다. 어떤거 좋아해요?


김여주
전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팀장님은요?


김태형
전 밥류 땡기는데. 괜찮으세요?


김여주
네 좋아요! 근처에 덮밥집 괜찮은곳 있는데 가실래요?


김태형
네. 안내해 주세요.


김여주
아, 가는 길이 조금 복잡하니까 저 잘 따라오셔야 해요? 골목길에 있거든요.


김태형
알았어요.


김여주
그럼 가요!

사르륵-


김태형
.....

여주의 긴 머리칼이 태형의 숨결을 스치고 지나갔다.

깔끔하고 시원한 향이 태형의 코를 간지럽혔다.


김태형
'좋은 냄새...'


김태형
'..어울린다.'



한편, 태형을 데리고 앞장선 여주.


김여주
'..그냥 밥만 먹는건데.. 왜...'


김여주
'왜.. 떨리는거야...'



분량 미쳤

손팅 ͡° ͜ʖ ͡° ͡° ͜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