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주얼리

EP 4. 맑음 뒤 흐림

두 사람은 골목을 구불구불 돌아 한 식당으로 들어왔다.

깔끔한 우드 인테리어에 빛나는 조명이 반짝거리고, 맛있는 향기가 솔솔 피어나는 첫 인상부터 괜찮은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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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기 앉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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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네.

드르륵-

태형은 여주가 추천해준 자리의 의자를 끌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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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 여기 앉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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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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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 창가 자리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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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가 빛이 좀 더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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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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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감사합니다!

여주는 살짝 놀란듯 했으나 다시 미소를 띄며 자리에 냉큼 앉았고, 태형은 여주의 앞 자리에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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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자리 하나 양보해 줬다고 저렇게 좋아할 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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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팀장님 혹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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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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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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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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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셀카 한 장만 찍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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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네, 찍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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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머..'

여주는 살짝 미소를 지은 태형의 표정을 보고 몹시 놀랐다.

회사에서는 단 한 번도 잘 웃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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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고보니 잘생겼다는 말이 좀 이해가 가는것 같기도..'

일에 열정이 가득한 여주여서 그런지 회사에서는 태형의 얼굴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 둘이 마주앉아 웃는 모습까지 보고 있자니, 어쩐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드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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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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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셀카 안 찍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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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아, 네..! 찍어야죠..

자신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는 여주에 태형은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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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ㅎㅎ

당황하면서 놀라 어쩔줄 모르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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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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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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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미쳤구나 김태형..'

한편, 여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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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애써 시선을 휴대폰으로 돌리려 하지만, 자석이라도 붙은 듯 제멋대로 태형에게 향하는 눈동자가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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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래 지금... 저 얼굴을 앞에두고 셀카에 집중이 될리가 없지..'

결국 사진은 포기하고 휴대폰을 내려놓는 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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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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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아... 음 잘 안 찍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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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요? 자리가 별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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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뇨 그게 아니라..

너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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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라고 하면 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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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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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냥.. 오늘따라 얼굴이 별로인 것 같아서요.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태형의 눈을 피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여주다.

평소엔 업무 보고하러 가도 눈도 안 마주치면서 오늘따라 왜 이러는건지,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자 놀란 태형이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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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 얼굴 왜 빨개져요?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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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제 얼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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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되게 빨간데... 열 나는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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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더워서 그런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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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다행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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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또 다시 끊긴 대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 두 사람이다.

"주문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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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아...! 그러고보니 주문도 안 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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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게요. 전 여기 처음인데 뭐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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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기 연어덮밥 맛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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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전 그걸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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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저희 연어덮밥 두 개 주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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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진짜 맛있으니까 기대하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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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요? 그럼 믿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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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그나저나 여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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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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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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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김남준 대리랑.. 많이 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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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남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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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친하죠! 동기고 동갑이고 부서도 같고.. 성격도 잘 맞아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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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걔랑은 고딩때부터 친구였는데 같은 회사까지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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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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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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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반응이 왜...'

입술을 부루퉁 내밀고 눈을 피하는 태형의 모습에 의아한 여주이다.

마치 삐진 어린 아이처럼..

퍽-!!

"시X 왜 기분 더럽게 만들고 지X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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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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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게요? 저도 못 들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죄송하면 다야?!! 내 옷 어떻게 보상할거야!!!"

"뭐야 무슨 일인데요?"

"손님이 기지개를 피다가 직원이 들고가는 음료수를 쏟았다나봐요."

"네? 고작 그것 때문에요? 옷은 직원이 훨씬 많이 젖었는데?"

"그냥 무시해요. 요새 괜히 싸움에 휘말리면 귀찮아지는거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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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이런 갑질의 현장을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거리는 여주였다.

"능력도 없어서 알바나 뛰고 있는 주제에 사과도 똑바로 안 해?!! 90도로 숙이란 말야!!!"

"세탁비는 제가 다 드릴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후기보고 기분 좋게 먹으러 왔더니 기분만 잡쳤잖아!!"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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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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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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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태형은 상황을 말려보려다 벌떡 일어난 여주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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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이미 여주는 문제의 테이블 근처로 다가가고 있었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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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사과 하셨잖아요. 왜 자꾸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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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알바나 뛰고 있는 주제라니, 말씀이 지나치시다 생각이 안 드세요?

"네 X은 뭔데? 상황 모르면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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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처음보는 사람한테 다짜고짜 욕부터 하시는거 굉장히 천박한 행동이라는거 아시죠?

"하, 그래서 어쩌라고? 신고라도 할거야?"

툭-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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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남자는 여주의 어깨와 머리를 툭툭- 치며 여주를 위협했다.

"신고 해봐."

"해보라고 X발X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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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읏...!!

탁-

"아악!!!!! 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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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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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 괜찮아요?!

태형은 여주에게 손을 올린 손님의 팔을 쳐낸뒤 뒤로 걸어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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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친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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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전 괜찮은데...

"아파!!!!! 아파 시X 이거 놔!!!!!!"

"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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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거기 직원 분, 경찰 불러주세요.

"네? 아 네..!"

"경찰이죠? 여기 OO식당 인데요..!"

금방 도착한 경찰은 손님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는 유유히 식당을 빠져나갔다.

손님은 끝까지 여주를 째려보며 외마디 욕설을 내뱉었지만, 여주는 손 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메롱을 날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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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ㅋㅋㅋㅋㅋ

낼름 내민 혓바닥을 본 손님이 더욱 열이 올라 난리를 치는것을 보니 어쩐지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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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게 깝칠걸 깝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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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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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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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멋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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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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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거기서 나설줄은 몰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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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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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학생때 알바를 많이 해서 그런지 유독 이런 상황은 더 기분 나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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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래서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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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죄송해요. 팀장님까지 휘말리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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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한테 미안해 할 거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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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 안 다쳤으면 됐어요. 상황도 잘 마무리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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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ㅎ

대화가 끊겼는데도 우린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색해서 아무 말이라도 꺼내기 바빴던 불과 얼마 전과는 다르게..

이상한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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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지..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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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설마 지금 나,'

이 사람을...

"저기,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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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ㄴ, 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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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아까 직원 분이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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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에요. 저희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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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맞아요. 감사할 일도 아닌걸요.

"그래도 너무 감사해서..! 이따 서비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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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말 괜찮은데..

"저희 사장님이 꼭 서비스 드리랬어요. 음식 다 드시면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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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저기..!

여주와 태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발랄한 직원은 부엌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음식은 나와있었고, 둘은 머쓱한 듯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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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팀장님 덕분에 서비스도 다 받아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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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제 덕분이에요. 여주씨가 나서준 덕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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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너무 겸손하신거 아니에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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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잘난 척 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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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음... 그건 아닌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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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잘생겼으면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것 같은 그 무표정이 매력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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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쨌든 빨리 먹어요! 식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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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맞다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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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노른자 터트려서 연어랑 밥이랑 같이 드셔보세요! 완전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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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았어요 알았어. 진짜 좋아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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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말했잖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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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얼른 드셔보세요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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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았어요. 여주씨도 얼른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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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그럼.. 잘 먹겠습니다ㅎ

시끌시끌-

직원/들

"야!!! 2차 가 2차!!!"

직원/들

"박과장님..!!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직원/들

"나 괜찮아~!!! 금요일인데 2차 가야지~!!"

태형과 여주가 있는 가게 건너편 술집에서는 술에 취한 박과장이 떡이 된채 직원에게 거의 업히다시피 해서 나오고 있었다.

직원/들

"과장님, 조금 쉬고 가요 쉬고!!!"

직원/들

"얼른 2차 가자구~!!! ...으어??"

직원/들

"왜.. 왜 그러세요 과장님?"

직원/들

"...저거 저거..."

직원/들

"새 팀장 새X랑... 김대리 아녀..?"

직원/들

"팀장님이랑 김여주 대리님이요? 그러고보니 맞는 것 같기도...?"

직원/들

"쯧쯧,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만.. 결국 지도 남자 밝힌다 이거지?"

직원/들

"내가 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럼 안되지 암..."

찰칵-

직원/들

"과.. 과장님...?"

직원/들

"응? 어어... 윤대리는 신경 쓰지 마..."

직원/들

"내가 아주 그냥... 김여주 저X 얼굴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 줘버릴라니까.."

직원/들

"......."

직원/들

'박과장 이 시키 불안한데...'

한편, 가게를 나온 태형과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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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는 어느쪽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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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 버스 타고 가요. 팀장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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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전 지하철 타고 가는데, 방향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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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네요. 오늘 밥 같이 먹어주셔서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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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저도 맛있는데 알려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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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뭘요ㅎㅎ 그럼 전 버스 시간 때문에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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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잘가요. 주말 푹 쉬고 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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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작은 목례를 한 여주가 정류장으로 총총 걸어가고, 태형도 꽤 오랫동안 여주를 바라보다 반대 방향으로 흩어지는 두 사람이다.

이날은 훗 날 두 사람에게,

쌀쌀한 봄날의 밤에 찾아온 뜻밖의 선물이 된다.

부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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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아아암....

야근에 자잘한 소동까지 하루만에 온갖 일을 겪은 여주는 하품이 절로 나왔다.

10:1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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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 했다고 10시가 넘은거야... 졸려 죽겠네..'

지이이잉- 지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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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발신자: 김남준]

버스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주의 폰엔 남준의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엔 잠자기도 모자라다면서 늦은 시간엔 웬만해선 전화를 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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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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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여주야...!! 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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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 나 이제 버스타고 집 가는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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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뭐? 버스를 이제 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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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일은 9시쯤 마쳤는데.. 팀장님이랑 저녁 한 끼 하다가 늦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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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팀장님이랑 밥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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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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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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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야... 왜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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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 아직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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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길래.. 알려줘야 내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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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