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주얼리

EP 5. 폭풍우

띡띡띡띡-

띠리릭-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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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풀썩-

여주는 비틀거리며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왔다.

생기가 돌던 불과 몇 분 전까지는 다르게 정신이 나간처럼 소파에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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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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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흐으.... 으...

잠시 정적이 감돌던 집안에는 여주가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져 여주의 무릎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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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흐윽... 왜... 왜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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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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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흑... 흐...

몇 분 전, 남준에게 전화가 온 버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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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야 왜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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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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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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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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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내가 말하긴 좀 그래서... 카톡으로 보낼게. 톡으로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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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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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어? 야..!

카톡-

남준의 전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카톡 알림이 울렸다.

남준이 보내온 것은 몇장의 사진이었고, 여주가 어리둥절 하는 사이에 카톡이 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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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솔직히 알려주면 네가 좀 그럴까봐 고민했는데... 그래도 알려주는게 맞는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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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대체 뭐길래..

여주는 불안한 마음을 꾹 누르고 채팅창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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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게 뭐야..

남준이 보낸 사진은 디자인 팀 남직원들의 단체 채팅방 캡쳐사진 이었다.

태형과 여주의 사진을 찍어올린 박과장을 필두로 남준과 몇몇 직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사진을 보고 웃어대기 바빴다.

게다가 팀장인 태형을 고묘히 피해 여주를 타겟삼아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몇몇은 태형까지 싸잡아 비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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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충격을 받은 여주가 답장도 못하고 굳어 있을때, 남준의 카톡이 하나 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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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너...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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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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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괜찮냐고?'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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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응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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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박과장님 저러시는게 한두번이야? 왜 날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신지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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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진짜 괜찮은거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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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난 네가 힘들어지는거 못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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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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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당연하지. 뭘 또 이런걸로 걱정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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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나 이제 집 도착했다.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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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그래.. 주말 잘 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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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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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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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흑.... 흐으으...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건지, 뭘 잘못한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 여주는 가슴이 터지도록 억울했다.

하지만 여주가 할 수 있는것은 그저 혼자 우는 것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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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흐흑.... 으흐윽....

당장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이 두렵게만 느껴졌다.

날 무슨 시선으로 볼까, 모두가 날 대놓고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으로 여주는 주말 밤을 꼴딱 새워버렸다.

피하고만 싶던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여주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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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무 일 없을거야... 똑같을 거야..'

자기최면과 심호흡으로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킨 후, 평소보다 좀 더 밝은 목소리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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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좋은 아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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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여주의 인사에도 몇몇 팀원들만 인사를 받아줄 뿐, 사무실 분위기는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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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 여주씨 왔어요?

그와중 여주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태형은 누구보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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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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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표정이 굳어진 여주가 자리에 앉자 태형은 의아했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잘 웃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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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그 시각, 여주는 옆자리인 남준이 출근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보이지 않자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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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저, 주임님..

직원/들

"응?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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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남준이 혹시 출근하고 어디 갔어요...?

직원/들

"김대리? 오늘 외근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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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그나마 의지할 곳이던 남준마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여주는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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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그럼 점심때 오겠죠..?

직원/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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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다행이다...

직원/들

"왜? 여주씨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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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에요..

점심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자 안심한 여주이다.

그 순간 그런 여주의 귀에 송곳처럼 때려 박히는 말이 들렸다.

직원/들

"또 남자 밝히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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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직원/들

"지 주위에 남자 없으면 사족을 못 쓰나봐?"

직원/들

"그렇게 안 봤는데ㅋㅋㅋㅋㅋ 은근 여우 기질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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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직원/들

"..저거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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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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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일이나 하죠!

직원/들

"그래~"

직원/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것 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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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박과장부터 시작된 질투와 시기는 어느새 몇몇 여직원들에게도 퍼져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럴수록 여주는 더욱 아무렇지 않은 척 했고, 태형과도 거리를 두었다.

날이 좋아서인지, 아님 분위기에 취했던건지, 그저 한 순간의 설렘에 불과했던 감정이라고 치부하며 그 사람이 다가올수록 더 멀리했다.

하지만 마음이란건 쉽게 떨쳐낼 수 있는게 아니었다.

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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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아... 흑..

대략 2주의 시간이 흘렀고, 여주의 상황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태형을 멀리 했음에도 따라오는 뒷말은 오히려 늘었고, 이젠 남준까지 거리를 둬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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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눈 다 부었겠다...'

오늘도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고 화장실에서 몰래 흐느낀 여주는 부은 눈을 걱정하며 화장실을 나왔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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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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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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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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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놀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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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요새 나 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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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피... 피하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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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말 걸어도 대답도 잘 안 하고, 업무 보고도 짧게짧게만 하고 잘 나타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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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냥.. 그럴 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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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일에는 지장 없도록 할게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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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잠깐..!!

탁-

태형은 급히 떠나려는 여주의 손을 붙잡았다.

눈물인지 물인지 모를 수분기가 있는 차가운 손이 오늘따라 유독 차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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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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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얘기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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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 할 얘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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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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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중요한 얘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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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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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조용한 곳에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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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제가 지금 사람들이랑 마주치면 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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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았어요. 따라와요.

여주를 데리고 잘 쓰지 않는 한적한 휴게실로 온 태형.

소파에 여주를 앉힌 뒤 탁자 위에 놓여져 있던 서류 몇장을 집어들고는 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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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거, 오늘 바로 생산라인에 넘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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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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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제가 제작한 링에 끼워질 주얼리 디자인인데, 대표님이 바로 넘기시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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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대표님 맘에 드셨나봐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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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이걸로 다 끝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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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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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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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얼른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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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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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말 나한테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없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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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사실 다 말하고 싶어요.

너무 힘들다고, 다 포기해 버리고 싶다고.

그럼에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건,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는 당신이 있어서라고.

당신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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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 죄송해요.

나 하나의 감정으로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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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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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가볼게요. 실례했습니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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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