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4단계


11:26 AM
정여주
이제 나갑니다. 20분쯤 걸려요.

11:29 AM

전정국
조심히 와요.

출발한다는 문자를 보낸 뒤, 정국의 답이 올 때까지 여주는 차키를 찾는 중이었다.

정여주
당연히 가방에 있을 줄 알았는데….

운전은 주로 윤기가 했기 때문에 차키가 있을만한 곳이 어딘지 짐작도 가지 않는 여주였다. 눈에 띄는 곳 위주로 찾아보던 여주는 잘 보지 않는 티비 앞 협탁에서 차키를 찾았다.

정여주
아, 여깄…….


그리고 거기엔 태형에게 선물 받은 반지도 함께 있었다

100일 기념으로 받은 반지. 벌써 받은 지 4년도 더 지난 반지지만 여전히 새것처럼 반짝였다. 너무 소중해서 자주 끼지 못해서 일지도 몰랐다.

연애 초의 태형은 본인 마음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건 마음 담긴 선물을 하는 것도 꺼려한다는 의미였으니까. 여주에게는 그런 태형이 선물한 반지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아까워서 못 끼겠다는 여주의 말에 어이없어하던 태형은 결국 같은 모델의 커플링을 선물했다. 그래서 여주의 손에 같은 반지가 끼워져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반지와 저 반지가 같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얼굴을 굳히고는 반지를 침실 서랍장 제일 위칸에 넣었다.

항상 여기 넣어뒀는데 거실에 나와있다는 건 어제 내가 반지를 꺼내 들고 청승을 떨었다는 증거겠지. 얼마나 울었는지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니까 말 다했다.

손에 있는 반지에 시선을 내린 여주는 곧 반지 자국만 남은 손으로 집을 나섰다.

🎶


전정국
•어딥니까?

정여주
•이번엔 여보세요 할 시간도 안 주네요.


전정국
•…….

정여주
•…여보세요?


전정국
•했으니까 됐죠. 난 도착했는데, 어딥니까?

정여주
•허…, 거의 다 왔어요. 바로 앞 사거리인데 신호가 걸려서. 전정국 씨도 양반은 못 되네요. 그 몇 분을 못 기다려서 전화를 다 하시고.


전정국
•흰색 차 보이는데 저거예요?

정여주
•와, 말도 돌리네. 네, 맞아요.



전정국
난 또 바람맞은 줄 알았잖아요.

멈춰 선 차에 정국이 타면서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여주는 헛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나랑 처음 보는 거면서 걱정도 많네. 내가 바람 잘 맞히게 생겼나.

정여주
나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요. 해산물 좋아해요?

정국이 벨트를 차는 걸 확인한 여주가 액셀을 밟으며 물었다.


전정국
좋아하죠. 조개구이는 특히 더.

정여주
조개구이 먹으러 가는 건 아니에요. 제가 살 거니까 제가 원하는 곳으로 가도 되죠?


전정국
네, 뭐. 정여주 씨 기분 전환하라고 나온 거니까요.

이후로 두 사람은 가게에 도착할 때까지 다른 말을 더 나누진 않았다. 갖은 소음으로만 가득 찬 차 안이었지만 둘 중 누구도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여주와 정국. 두 사람 다 메뉴판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애초부터 메뉴를 정하고 온 여주였지만, 새로운 사람과 함께 와서 그런지 괜히 새로운 걸 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여주
뭐 먹을래요? 메뉴가 많아서 결정하기 힘들죠.


전정국
알면 추천이라도 해줘 봐요. 이런 데는 자주 안 와서 어떤 게 맛있는지 잘 모르겠네.

정여주
그럼 해산물 파스타 먹어요. 해산물 좋아하는 사람이 잘 먹던데.


전정국
음….

정여주
…….

무의식 중에 태형의 얘기를 꺼낸 여주는 말을 꺼내자마자 반사적으로 입을 앙 다물었다. 그 탓에 정국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묘한 앓는 소리를 냈다.


전정국
뭐, 추천해달라고 한 건 나니까 그걸로 하죠.

정여주
…네, 그럼.

직원을 불러 채끝등심 크림 파스타와 해물파스타를 주문한 여주는 아직까지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괜히 만지작거렸다.


전정국
딱 보니까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핸드폰은 내려두고 날 좀 보죠?

정여주
보고 있잖아요 지금.

아까 태형의 얘기를 꺼낸 후, 항상 둘이서만 오던 곳에 태형 없이 새로운 사람과 함께 왔다는 걸 자각하게 된 여주였다. 그 낯선 경험에 여주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정국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전정국
나도 정여주 씨랑 같은 걸 시킬 걸 그랬나 싶네요.

정여주
맛있겠죠? 먹고 싶으면 지금 좀 가져가세요.


전정국
정여주 씨한테 좀 속은 기분이네 지금.

정여주
뭐가요?


전정국
해산물보다 고기를 더 좋아한다고 말을 안 했던가 내가.

정여주
말장난 그만하고 빨리 덜어가요. 나 배고프니까.

꽤 단호한 눈빛으로 정국을 쳐다본 여주가 말했다.


전정국
아까는 그렇게 눈을 안 맞추려고 하더니….

정국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고 여주의 파스타를 제 접시에 덜었다.

정여주
잘 먹겠습니다.


습관처럼 중얼거린 여주는 포크로 가장 큼지막한 고기를 찍어 제 입으로 가져갔다.

정여주
웁….


예상치 못한 헛구역질에 놀란 여주와 정국은 놀란 토끼눈을 했다.


전정국
뭡니까 방금.

정여주
빈속이라 그런가, 왜 이러지….


전정국
그럴 기분이 아닌 게 아니라 그럴 몸이 아니었던 거였으면 오늘 보자고 안 했죠, 내가.

정여주
그런 거 아니에요. 아….

다시 한번 포크를 입가에 가져다 댄 여주는 거의 동시에 제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고기가 오늘따라 역하게 느껴졌다. 고기 냄새라는 게 이런 건가.


전정국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정여주
괜찮다니까요. 어서 먹어요, 나도 진정되면 먹을 테니까.

끊임없이 울렁거리는 속에 먹는 것을 포기하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심호흡을 하는 여주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정국은 무언가 떠오른 듯 자리에서 벌떡 카운터로 향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정국은 여주를 자리에서 일으키더니 그대로 가게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정여주
아니, 잠시만! 나갈 때 나가더라도 계산은 해야 할 거…,


전정국
했습니다.

놀란 여주가 계산 얘기를 꺼내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보이는 정국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찝찝하게 끝난 것 같지만…

더 쓰면 분량이 너무 오버될 것 같아서 오늘은 이만큼만ㅎㅎ

재밌게 읽으셨다면 응원과 손팅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