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5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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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문 열어요.

정여주

…….

정국은 가게에서 빠져나와 곧장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향했다. 여주는 영문도 모른 채로 정국이 시키는 대로 가방에서 차키를 찾아 문을 열었다.

정여주

왜 이래요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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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속은 좀 괜찮습니까?

정국에 의해 보조석으로 밀어 넣어진 여주는 표정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해 신호가 걸린 틈을 타 정국에게 물었다.

정여주

이거 뭐 납치, 이런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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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상상력이 참 풍부하시네요.

그럼 이유를 얘기해주던가. 입술을 삐죽 내민 여주는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면서 꽤나 얌전했다. 그건 아마도 처음부터 정국이 주던 '나에게 나쁜 짓은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느낌 때문일지도 몰랐다.

정여주

아, 혹시 병원 가는 거예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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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상상력에 비해 눈치는 좀 부족한 것 같고.

정여주

왜 갑자기 내 분석을 하고 그래요? 근데….

여주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작게 아 소리를 내며 정국에게 물었다. 질문과 상관없는 대답이었지만 긍정의 표시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멈춰 선 차에 여주는 할 말을 잃었다.

정여주

…….

정여주

전정국 씨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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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딱 이 증상 아닙니까?

정여주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여기로 바로 오면…!

잠시 멈췄던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자 여주는 바로 정국에게 미쳤냐며 소리쳤다. 정국은 예상한 반응인 듯 눈 하나 깜빡 않고 어깰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게 또 틀린 말은 아니라 여주는 말끝을 흐렸다.

곧은 눈을 보고 있자니 이 사람은 여기서 안 나간다고 뻐팅기면 내가 임신할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잠자리 사정까지 다 캐물어볼 것 같다.

정여주

하….

그런 생각이 든 여주는 한숨을 내쉬고 다녀오겠다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정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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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요.

정여주

전정국 씨는 왜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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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같이 가려고요.

정여주

전정국 씨 정말 미쳤어요?! 오해받으면 어쩌려고 저길 같이 올라가요!

정국의 말에 여주는 또 열 받은 듯 목소릴 높였다. 이 사람과 같이 있으니 평소보다 감정이 격해진 느낌이다. 짧은 시간 동안 두 번이나 언성을 높인 여주 또한 놀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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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혼자 들어가기 무서울 거 아닙니까. 요즘은 그런 사람들 많이 없다고는 해도 안 좋은 소리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말을 끝마친 정국은 여주가 뭐라 하던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여주의 어깨를 감싸 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접수를 마친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로비에는 부부나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정국의 말대로 혼자 왔으면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여주였다.

간호사

정여주 씨, 들어오실게요.

간호사의 부름을 들을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국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여주는 정국의 어깨를 눌러 앉히며 혼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정여주

진료는 혼자 받아도 되잖아요. 내가 애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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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정말 괜찮겠습니까.

정여주

네네, 걱정 말고 그냥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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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잘 다녀와요.

누가 보면 어디 멀리 가는 줄 알겠네. 잘 다녀오라는 말에 뒤돌아서 작게 웃음을 터트린 여주였다.

그나저나… 정말 임신이면 어쩌지.

검사를 마치고 들어간 진료실은 꽤 밝은 분위기였다.

정여주

안녕하세요.

산부인과에 이런 일로 와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여주가 쭈뼛대며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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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네, 정여주 씨. 안녕하세요.

여주는 말없이 웃는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저 입이 어떤 결과를 통보하느냐에 따라서 제 미래는 아주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긴장한 듯 손을 꼼질거리는 여주는 의사의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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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축하드립니다, 임신 3주 차시네요.

정여주

아….

의사의 말과 동시에 여주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설마설마했는데 역시나였다. 김태형한테 헤어지자고 했는데 어떡하지?

썰물처럼 밀려드는 생각들에 여주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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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초기에는 주의하셔야 하는데. 뭐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정여주

어,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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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 제가 너무 사적인 걸 물었죠. 불편하면 얘기 안 하셔도 괜찮아요.

말을 할까 말까. 초면에 할 얘기도 아닌 것 같고, 얘기를 해도 너무 길어질 것 같은데. 예전 같았으면 하지도 않았을 고민을 하는 여주였다. 그런 여주를 쳐다보던 의사는 명함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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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차피 지금은 얘기하셔도 길게 못 들으니까요. 고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늦게까지도 깨어있으니까 아무 때나 연락 주시면 됩니다.

정여주

감사합니다.

명함을 건네받고 고민하던 여주는 고갤 끄덕이며 감사인사를 전하고 명함을 챙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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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진료는 잘 받았습니까?

정여주

진료를 잘 못 받을 건 또 뭐예요.

정국은 걸어오는 여주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여주 쪽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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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자세한 건 차에서 얘기하죠. 가요, 데려다줄테니까.

정여주

자세한 건 얘기 안 할 건데….

대충 예상은 했지만 예상만 하는 것과 전문가가 확답을 내려준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임신 소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여주는 정국에게 진료 결과는 얘기하지 못하고 말만 돌릴 뿐이었다.

등장인물 소개

김석진. 30, 산부인과 의사. 머리, 재력, 얼굴에 유머까지 겸비. 여주와 가까워지게 될 인물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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