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6단계


여주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둘은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있었다. 정국이 간간히 여주의 표정을 살피긴 했지만, 무언가를 묻지는 않았다.

여주는 궁금할 법도한데 물어보지 않는 정국이 고맙기도 하고 먼저 말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기도 해서 정국의 시선은 모르는 척 창밖 풍경을 보는 척했다.

두 번 본 사람이랑 산부인과 갔다 왔다고 하면 윤기한테 엄청 혼나겠지.

잔뜩 찌푸린 윤기 얼굴을 떠올리고 웃음을 터트린 여주를 힐끗 쳐다본 정국은 생각보다 여주가 많이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여주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정여주
정국 씨는 집에 어떻게 가시려고요?


전정국
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

여주의 집 앞에 도착한 둘은 길가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여주
글쎄요.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죠.


전정국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요.

정여주
우리 오늘이 두 번째 보는 건데 정국 씨가 왜요?


전정국
신경이 쓰이니까요. 그냥 계속 걸려요 여주 씨가.

정여주
혹시 나한테 호감 있어요?


전정국
여주 씨가 보기엔 어때 보여요?

정여주
하….


전정국
애한테 안 좋아요.

본인 질문에 반문하는 정국에 여주가 한숨을 내쉬자 거기에 또 아기한테 안 좋다며 말을 얹는 정국이다.


전정국
애인이랑 헤어졌다면서요. 부를 사람 있으면 이렇게 안 할 텐데 여주 씨는 없을 것 같아서요. 나 이상한 사람은 아니니까 필요하면 꼭 불러요.

정국은 그렇게 말을 끝낸 뒤 여주에게 손을 흔들고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주는 그 뒷모습에다가 인사했다.

정여주
오늘 고마웠어요.


전정국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봅시다.

정국은 여주의 말을 듣고 뒤돌아서 장난스레 말을 건네고 또 손을 흔들었다.

여주는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헛웃음을 흘렸다. 이유도 없이 계속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참이나 정국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여주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김태형
…….

사무실에는 정적만이 맴돌고 있다. 이따금씩 연락이 오는 듯 태형의 폰 화면에 불이 들어오지만, 태형은 잠깐 시선을 주다가 금세 거둬버린다.

기다리는 연락이 있는 듯 하지만 기다리는 연락이 오지는 않는 듯,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려친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태형
차 대기 시켜.


박지민
언제 나오나 했다.


김태형
연락 받은 거 없지.


박지민
너한테도 안 오는 연락이 나한테 올리가. 내일 일정 비워둘까?


김태형
그럴 필요까진 없고. 오늘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갈 거야. 수고해라.


박지민
예, 회장님. 잘 빌고 와라 뭐가 됐든 간에.

끼익-,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나온 태형의 차를 대기시키라는 말에 지민은 예상했다는 듯 고갤 주억거리며 대꾸했다.

따로 연락을 하지 않을 걸 보면 먼저 차를 대기시켜놨나 보다. 눈치 빠른 놈. 태형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고갤 휙 돌려 지민을 쳐다본다.

그렇지, 나한테도 안 온 연락이 너한테 갔을 리가.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 확인사살을 한 태형이 고갤 끄덕였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들리는 지민의 조언에 태형이 거울 속 본인의 모습을 단정하며 이를 꽉 깨물었다. 네가 그런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이번엔 정말 장난 아닌 것 같거든, 정여주.

일단 사과 먼저 해야지. 어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잘 생각해보니까 너랑 하는 거라면 결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시간을 조금만 주면 마음 다잡을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태형은 여주의 집 앞에 차를 대놓고 그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어제의 제 언행에 대해 사과를 먼저 하고 일단 여주를 달래볼 생각이었다. 사실 아무리 상대가 여주여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지금은 여주를 잡는 게 먼저니까.

그때, 태형의 눈에 익숙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김태형
정여주…?


김태형
오늘 쉰다고 했던 것 같은데.

태형은 여주의 차를 발견하고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음, 흠. 목을 가다듬고 머리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멈춰 선 차에서 내리지 않는 여주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차에서 내렸을 태형이었다.


김태형
뭘 하길래 이렇게 안 내려.

엄습해오는 불길한 기운에 태형이 운전대를 손톱으로 톡톡 두들기기 시작했다.


김태형
하….

운전석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차 시트에 몸을 기댄 태형이었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믿기 힘들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믿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주가 저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태형은 차갑게 가라앉는 눈으로 길 건너편의 남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낯선 남자를 따라 여주가 조수석에서 내렸다. 차에서 한참을 내리지 않더니 그 안에서 둘이 무슨 짓을 했을지 상상을 하니 속에서 열이 차오르는 기분이다.

둘은 차에서 내려서 몇 마디 주고받더니 남자가 먼저 뒤돌아 제 갈길을 간다. 차에서 내리더니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건지 별다른 스킨십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차에서 할 걸 다 하고 내렸을지도.

여주는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혼자 웃음까지 터트린다.

어제 저에게 울고 불며 결혼할 거 아니면 헤어지자던 여주랑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김태형
시발…….

작게 욕을 읊조린 태형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여주를 확인한 뒤 시동을 걸었다. 도저히 여주를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이대로 찾아갔다간 여주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결국 차에서 내려보지도 못한 채 본인의 집으로 차를 돌린 태형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온 네빛입니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요? 앞으로 글 연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느라 이렇게 늦게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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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꼭 완결까지 내도록 할 테니까 천천히 오래 봐요 우리~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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