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ueil de nouvelles

Secrétaire 1

photo

비서


#1_

















현 시각 오전 7시 30분. 회사에 도착한 나는 오늘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었다. 말이 9시에 시작이지 비서에게 출근 시간 따위는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하, 집 가고 싶다."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나. 오늘도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최근 들어 너무 바빠지는 바람에 야근은 기본이었으나 월급 들어오는 날이면 입이 떡 벌어졌기에 닥치고 일을 하기로 했다.



"일찍 왔네요."

"오셨습니까."



내가 모시고 있는 상무님. 나만큼은 아니어도 일찍 출근을 하시는 분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 아니랄까 봐 정리해놓은 스케줄 표를 보더니 곧바로 일을 시작하고 계신다.



"커피 준비했습니다."

"두고 가요."



커피를 준비하고, 알고 계시겠지만 스케줄을 싹 브리핑했다. 그리고 스케줄표에는 없는 추가적인 것까지 설명을 끝낸 뒤 방을 벗어나와 자리에 앉았다.



상무님 방은 통유리에 블라인드가 쳐져 있는데, 내가 있는 자리 쪽의 블라인드는 보통 블라인드로 가려두진 않는다. 항시 대기하고 있는 나는 유리 너머로 보이는 상무님을 자주 주시하며 행동한다.



미세한 표정과 행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3년째 모시고 있어서 그런가 파악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오늘도 일찍 왔네?"

"아, 네. 할 게 많아서요."



동료들이 슬슬 출근하기 시작했다. 적막하고 싸늘한 상무님 사이에서 숨통을 쉬기 위한 방법은 동료들과 같이 있는 것뿐이었다.



"너 들었어?"

"뭘요?"

"아까 윤비서가 엄청 털렸나 봐. 그래서 엿 먹이려고 했는지 커피에 설탕을 10조각이나 넣어서 드렸다지 뭐니ㅋㅋㅋㅋ"

"더 혼나실 텐데..."

"맞아ㅋㅋ 핑계를 대긴 했지만 뭐 그딴 실수를 다 하냐고···."



직장 상사 마음에 안 드는 거? 그거 아마 누구나 다 그럴걸? 앞에선 철판을 깔지 몰라도 뒤에서는 불만은 물론 욕하느라 바쁘다.



- 정비서 방으로.



호출이 떴다. 구기고 싶은 표정을 최대한 펴고 방으로 들어갔다.



photo
"이번 프로젝트 정리한 거 어제까지 보내 달라고 했던 거 같은데."

"죄송합···."

"사과받으려고 부른 것 같나?"



내가 안 보내고 싶어서 안 보냈나. 1팀 부서에서 아직까지 정리를 덜 했다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나한테 전달을 해야 님한테 전달을 하던가 하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모가지가 썰릴 거 같아서 다물기로 했다.



"1팀에서 정리가 덜 끝났다고 합니다. 지금 빨리 받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하, 빨리 받아 와주시죠."



이 일을 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상사의 기분에 부하들의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걸 모르는 건지, 상무님은 늘 표정이 굳어 있기에 나도 늘 굳어 있게 된다.



"정리본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하시기 전에 결재 내역 서류 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죠."



사인을 받은 후에 나는 빠르게 방에서 벗어났다. 1분 1초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거든.



"정비서 오늘 미팅 참여하지?"



ㅋ... 상무님이 가는 길에 나도 뒤따라야 하기에 미팅 자리에 참여하게 생겼다. 이게 비서야, 노예야?





.
.
.
.





"반갑습니다."



거래처와의 미팅. 상무님의 옆자리에 앉은 난 노트북을 꺼내 타이핑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옆엔 비서 분이신가?"



나는 짧게 인사를 건넸다.



"되게 예쁘시네요. 전 또 모델인 줄 알았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붙잡느라 고생했다. 말은 정말 고마우신데 제가 이 회사 모델이면 망해요. 진심 구라가 아니라.



상대는 거래처. 고작 기분에 따라 큰 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자리기에 나는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photo
"그럼 이번에는 그렇게 하도록 하죠."



나는 궁금했다. 거래처가 제안한 부분은 이전에 비해 적을 게 분명한데 왜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거지?



"한 번쯤은 상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줘야죠. 어차피 불이익은 없으니 나쁠 건 없습니다."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거래처에서 오신 분들이 가시자마자 입을 여셨다.



"아···."

"이만 움직이죠. 다음 스케줄 준비해야 될 텐데요."

"아, 네."



일하는 개미가 의문을 가져서 뭐 하나. 그냥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될 것을...




.
.
.
.




"야야, 소문 들음?"

"...?"

"어제 누가 사내 연애하는 거 들켰대!"



사내 연애가 금지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비서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연애란 그저 걸림돌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연애를 하기에는 ㄹㅇ 잠자는 시간 빼고 상무님과 붙어 있기 바쁜 나는 연애할 시간이 없다.



인생은 혼자랬어...



- 정비서 방으로.



이런. 또 호출이네.



"내일 출장 계획이 잡혔습니다."

"아..."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전 날 통보는 에바잖아.



"정비서도 함께 가야 될 거 같아서요."

"저요...?"

"네."



진짜 너무 싫다. 단둘이 출장이 말이냐? 그냥 나보고 혼자 가라고 했으면 좋겠는 심정이다.



photo
"싫나 봅니다."



윽. 정곡을 찌르시네. 어떤 미친 사람이 상사랑 같이 출장을 가고 싶어 하겠냐고.



"싫든 좋든 제 선택권은 없어서."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선 출장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
.
.
.




출장 당일. 피곤함에 찌들어 집 앞에서 상무님을 기다린다. 데리러 오신다고 한 걸 거절했지만 어차피 같이 가는 출장이니 번거롭게 하지 말고 같이 타고 가자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



"짐 주시죠."



3일 동안 가는 출장이라 짐이 있었다. 상무님은 내 캐리어를 들고선 차에 실어 주었고,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차에 탔다.



정 하나 없어 보이는 상무님과 출장 가는 길은 침묵 그 자체였다. 당장이라도 잠에 빠져들 거 같았지만 운전하는 사람 옆에 두고 그러는 거 아니라는 걸 알기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photo
"졸리면 자세요. 계속 눈치 보지 말고."



하여간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냥 자시죠. 그러고 있는 게 더 신경 쓰이니까."

"....."



참 할 말 없게 만든다. 결국 나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눈을 붙이기로 했다. 아, 코 고는 거 아니겠지...?



잠에 푹 빠져 있는 도중.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큰 소리와 함께 내 몸은 앞으로 쏠렸다.



"윽..."

"으... 정비서!! 괜찮아!?"



신호가 빨간불이라 멈춰 있던 도중, 뒤 차가 우리 차에다가 냅다 꼬라박은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



"네... 상무님은요?"

"전 괜찮습니다. 일단 병원부터 가시죠."



갑작스러운 사고. 욱신 거려오는 뒷목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왔다.



"빨리 병원부터···."

"아뇨... 일단 신고부터 해야죠. 보험사 부르시고 계시겠어요?"

"지금 이 상황에 그게 중요합니까!?"



왜 화를 내고 그러시는지... 당황한 나는 상무님을 쳐다보곤 정말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을까. 갑자기 세게 울리는 머리에 순간 휘청거렸다.



"정비서!!"

"윽..."



상무님은 곧바로 나를 안아 드셨고, 고통에 힘들어하는 나를 달래며 근처에 보이는 병원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photo
"조금만 버텨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상무님이 모습이었다. 뭐가 그렇게 다급하신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되게 무거우실 텐데... 땀을 흘리고 있는 상무님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프긴 더럽게 아팠지만 괜히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저 이게 좀 괜찮아졌어요. 내려주셔도···."

"안돼. 절대."



...도대체 왜 상무님이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신 거예요.








____




다들 방학은 하셨나요? 저는 어제 했답니다. 비록 2주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