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 fleur flottant sur le lac

제 10장. 빛 푸른 바람의 그날

산들바람이 잠시 숨을 멈췄다.

그 바람의 색은, 푸른 빛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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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장. 빛 푸른 바람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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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며칠간 저기압이었다. 지민이 주었던 아스틸베는 무덤까지 만들어서 덮어주고 쪽지는 창가에 세워두며 그를 기억하려 애쓴 여주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기억은 붙잡아두려 할 수록, 떠올리려 할 수록 곁을 떠나게 되는 법이었다.








“시스, 너도 많이 컸구나.”







품에 쏙 안겼던 아기 양이 많이 커 있었다. 털을 밀지 않아 심장소리가 너무나 미약하게 들렸다. 푸르기만 했던 여주의 동산엔 어느새 여름 꽃들이 만개하여 있었다. 기다리면 결국 꽃은 피는 거였구나. 동산은 꽃을 얻었으나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여주는 생각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호수로 물 마시러 갈까?”








능숙하게 여주는 양을 잔뜩 몰고 호수로 내려갔다. 며칠간 너무나 저기압에 빠져있느라 태형을 신경조차 못 쓴 여주이기에 오랜만에 보고 싶었다. 양들은 물을 마시게 둔 여주가 정원을 기웃거렸다. 여느때처럼 이 시간이면 태형은 넓디넓은 정원을 돌아다니며 오후 야외 수업을 하고 있어야했다. 그래야했던 그가 정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산들바람이 일었다.







“없나 봐, 어쩔 수 없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여주가 양들을 다시 몰았다. 동산 위에서 다급하게 뛰어 내려오는 진이 보였다. 관리인인 진은, 다정하지만 엄한 구석이 있어서 흐트러진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다. 여주가 양들 무리 앞으로 나와 진을 맞았다.







“무슨 일이에요?”




“막내 도련님께서 널 부르셨어. 무슨 일인진 나도 몰라. 얼른 가봐 이자벨.”




“건물 안으로요? 네!”







여주는 급하게 양들을 몰아 놓고 신난 발걸음으로 건물을 향했다. 온통 흰 그 건물을 향했다. 여주에게 있어 건물은 무언의 금기의 공간이었다. 그 곳으로 직접 본인을 부른건 분명 좋은 일일 것이라고, 신난 여주의 발걸음이 증명하듯 높이 뛰었다.







짝-







귀가 먹먹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느꼈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여주의 뺨을 때린 그 소리는 뇌리에 박힐 듯 선명했다. 아프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매끄럽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대리석 바닥이 여주의 무릎에 멍을 새겼다.







“이 자식, 너 때문이야!”







증오에 찬 눈빛, 그 뒤 열린 문 사이로 침대에 고이 담긴 태형이 비쳤다. 그러지 말라는 듯 애처롭게 손을 뻗고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닿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태형의 첫째 형인 그는 세상의 모든 증오와 화를 여주에게 쏟아낼 기세였다. 


그제서야 여주는 생각이 났다. 저의 꽃을 갖게 해주세요- 하는 바램 뒤에 다시 빌었던 두번째 유성의 꿈이, 생각이 났다. 제가 무엇을 더 잃지 않게 해주세요. 제가 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낙화하는 꽃을 보셨나요 유성님.


전 이제 그가 되려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