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정국아 학교 끝나고 여주랑 나랑 나가서 놀래?"
"나는 나 저승에 데려가는 거 아니면 상관 없는데"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우리는 저승사자가 아니야"
요즘 부쩍 정국이랑 친해지긴 했다. 짝꿍이 되고 나서부터 줄곧 붙어 다녔다. 밖에서 놀아본 적은 없는데 웬일이지 휴닝 오빠는 항상 웃는 얼굴이여도 인간들에게 정을 주진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정국이도 흔쾌히 오케이 하길래 나도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끝난 뒤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 그 때 앞 문이 드르륵, 아니 쾅! 소리 날 정도로 열어 제끼는 미친놈이 들어왔다.

"한여주!! 뒷 건물에 악귀 떴어"
? 웅성웅성-
선생님도 아직 안 나가셨는데 악귀 떴다느니 개소리를 하는 바람에 뒷 자리에 앉아있던 태현이 범규를 빤히 쳐다보다 한숨을 푹 쉬며 순식간에 인간들의 기억을 지웠다.

"둘이 다녀와. 난 집 가서 잘 거야"
"아니 태현아 나는 악귀 기운이 전혀 안 느껴지는데 무슨.."
"몰라 다녀와 그냥"
"어어.."
슬쩍 휴닝이와 정국의 눈치를 보니 앞문에 있던 범규 오빠가 존나게 빨리 다가와 내 손목을 끌고 나갔다. 아니 아니! 오빠 잠시만-!
"진짜 지랄 좀 하지마요! 뒷 건물에 악귀는 무슨"
"..아 조용히 좀 하고 빨리 따라와"
"기운 하나도 안 느껴지는데 악귀가 어디있다 그래요 나 약속 있었는데"
"기다려봐"
역시나 뒷 건물에 도착했지만 기운이라곤 느껴지진 않았다. 여주가 티 안 나게 범규를 째려보며 핸드폰을 쳐다보니 범규가 눈을 감고 악귀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하다 갑자기 느껴지는 악귀의 기운에 깜짝 놀란 여주가 경계 태세를 했다. 범규는 그제서야 만족한듯 씨익 웃다 저 복도 뒤에 숨어 우리를 노려보는 악귀에게 눈짓했다.
빨리 안 튀어나와 시발놈아?
***
(범규 ver)
한여주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힘 있는 악귀를 소환 하다보니 몸이 뻐근했다. 애속하게도 한여주는 악귀를 잡자마자 약속이 있다며 뛰어갔다.
"..하아 휴닝카이 그 새끼는 왜-"
왜 치근덕 거리고 지랄이야.. (사실 전혀 아님)
의미 있는 한숨을 푸욱 내쉰 범규가 씁쓸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에 도착하니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던 강태현이 나를 보자마자 혀를 끌끌 차며 비웃었다.

"그래서 데이트는 성공 하셨는가?"
"닥쳐.."
"아이고 실패 하셨나보네. 하긴, 아까 속마음으로 방해하면 죽여버릴 거라고 지랄지랄 할 때부터 알아챘어"
"시비 걸지마 나 지금 힘들어"
"예- 없던 악귀 소환 하셨으니 당연히 힘드시겠죠"
결국 강태현의 주둥이를 손바닥으로 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하지 악귀 소환은 정말 긴급 사항일 때나 쓰는 능력이였는데 고작 한여주랑 같이 있겠다고 .. 능력을 써버렸으니
옷을 갈아 입으며 생각 할 수록 한심한 내 모습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나 뭐 하냐 병신아.. 그 때 미세하게 들리는 진동 소리에 폰을 바라보니 여주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오빠 오늘 저녁 모에요?']
'너 먹고 싶은 거'
['그럼 나 피자']
다시 생각해보니 아까 그 한심한 짓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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